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너는 말했다. 너는 하는 이유가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아무 의미가 없는데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되물었다. 너는 삶이 아무 의미가 없고 언제든 끝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스스로 끝을 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매일매일 순간순간마다 그걸 손에 쥐고 있는 건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무슨 말인지 당최 알아먹지를 못했다. 너는 자기도 명쾌히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더듬더듬 더듬어 얘기할 뿐이라며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더듬 듯이 나에게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적어도 나한테는 그래. 그래서 괜찮다고. 그래서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이 감각은 글쎄, 이 감각 자체가 삶을 긍정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면 글쎄. 근데 정말 마음만 먹으면 끝낼 수 있는 걸. 한 발만 내딛으면 끝낼 수 있는 걸. 한 발만 쏘면 끝낼 수 있는 걸. 그렇듯 쉬운 일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걸 아니까. 오히려 사는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다간 죽어버리고 말걸. 나는 그런 감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야. 왜 사냐고? 언제든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동전의 앞뒷면 같은 거야. 뒷면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뒤집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뒷면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뒤집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그런 감각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거야. 뜨거움이 아니라 차가움으로. 고요하게. 나는 너의 설명을 들으며 알듯 말듯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죽음이 삶을 지탱한다는 말인가. 나는 애써 참아왔던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언제든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지? 연애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는 거지? 나는 질문을 던졌고 뺨을 한 대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