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사랑한다면

by 기묭

범섬이 보이는 해안도로 변. 엄마와 나는 카페 앞 벤치에 앉았다. 엄마와 나는 앉아서 한가로이 담소를 나눴다. 너는 신부님이 되고 싶지 않니? 아니라는데 엄마는 아직도 그러신다. 두서없는 말이 몇 차례 오갔다. 그리고. 요즘에는 그래, 그런 감각으로 하는 것 같아. 뭘? 엄마가 묻는다. 봐, 예를 들어서 내가 요즘 설거지를 자주 하잖아. 응. 눈에 보이니까 아니까. 알고도 안 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엄마가 맞장구를 친다. 그래, 전에는 보고도 모른 체하고 안 했지? 응. 그런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사사로워 보이는 일부터 연습이 되어야 큰 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작년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 알지만 못하겠어요 - 라는 건 모른다는 말과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말 안다면 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알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고 있지 않은 걸 보니 사실은 모르는 게 아닐까. 많은 것들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 정말 알지만 안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아는데 하고 있지 않다는 건 모른다는 말과 같다니 모르는 게 맞는 것 같다. 말은 판단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정말로 말로는 얼마든지 안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 많다. 정말로 말이 많다. 뱉은 말도 많은데 내뱉지 않은 말은 더 많아서 나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행할 때 비로소 나는 안다. 뱉은 말로 쌓아 올린 무게는 행할 때 고스란히 내게 다시 얹힌다. 몸을 못 가눌 정도로 무겁게 쌓이기 전에 덜어내는 작업이라고 여기면 되겠다. 사사로운 순간순간들이 말이다. 또 - 말이다. 덜어낸다는 말을 또 쌓았다. 방금 나는 글을 쓰다 말고 양 어깨에 두 손을 올려서 무언가를 들어 멀리 던지는 시늉을 했다. 정말이다. 아. 쓰면서 알았다. 말로 살지 말고 정말로 살자. 라임이 맞는다. 뿌듯하다. 어깨가 으쓱한데 방금 무언가를 던지는 시늉을 한 뒤 가벼워져서 그런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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