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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커넥트 Dec 23. 2021

수열 발전으로 더 이로운 바나나 농장

김희찬 제이디테크 대표

자신의 소비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농산물의 탄소배출이 소비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제이디테크 김희찬 대표는 바나나를 재배하면서 화석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을 고민했고 수열 발전을 적용했다. 환경과 사람에게 이로운 친환경 바나나를 기르는 제이디테크의 스마트팜을 찾아가 봤다.





바나나 농장을 운영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판교에서 제이디사운드라는 사명으로 휴대용 DJ기기를 만드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농사를 짓게 되면서 이곳 제주를 많이 오갔죠. 저는 제주도가 고향이에요. 여기는 1차산업 종사자가 많고 일손이 부족해요. 어머니께서도 연로하신데 일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려고 해서 제가 도울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 기존의 농업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겠다 싶어서 바나나 스마트팜을 운영하게 됐어요. 제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일이 현재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발전했네요.



수열 발전 시스템으로 농장 전기의 25%를 충당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농장의 수열 발전 기술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수열 발전은 서로 다른 두 환경의 온도 차를 이용하는 방식이에요. 농장에 빗물 저장 탱크가 있는데, 그 빗물의 잠열을 이용하고 있어요. 잠열은 물질의 상태가 변할 때 흡수·방출되는 열이에요. 그렇게 잠열과 히트펌프로 에너지를 만들어 농장 전기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에너지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기존 화석 에너지가 아닌 재생 에너지로 대체할 방법을 찾다가 수열 발전을 적용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제주 곳곳에 농장이 있어요. 김녕농장에서 기술을 실험하고 다른 곳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1만 평 이상의 농장에 적용될 것 같아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다른 재생 에너지원에 비하면 수열은 생소해요.
풍력은 개인 농가에서 소규모로 할 수 있는 발전 시설은 아니에요. 태양광도 설치를 위한 공간이 따로 필요하고요. 농지에는 수열 발전이나 지열 발전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소농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마이크로 단위의 발전 시설이 필요하거든요.


1 스마트팜 기술로 기른 바나나 2 농장 내 온습도 측정 기기


RE100의 개념에서 재생 에너지로 농장의 에너지 수요 100%를 충당할 수도 있을까요?
그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수열 발전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다른 기술들을 활용해야 해요. 우리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때는 낮보다는 밤이에요. 낮에 태양광으로 발전을 하더라도 그 에너지를 당장 쓰지 않을 때는 저장해 놓을 장치가 필요해요. 그게 ESS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물을 뜨겁게 데웠다가 밤에 활용할 수도 있겠고요. 이런저런 기술을 고려해봐야 해요. 여러 기술을 활용해서 탄소중립 스마트팜, 특히 탄소중립형 바나나 재배 시설을 만드는 게 제이디테크의 목표입니다.

농업에서도 탄소중립이 중요 키워드가 되면서 탄소발자국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1차산업 종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탄소 감축을 위해서는 물류 체계의 대전환이 필요한데, 한국에서 푸드마일리지를 가장 크게 절감할 수 있는 농산물이 바나나예요.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바나나가 연간 50만 톤입니다. 주로 필리핀과 남미의 것을 들여오는데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거리가 2800km 정도이고 남미는 1만5000km가 넘어요. 푸드마일리지 관점에서 최악이죠. 그렇게 먼 거리를 오면서 어마어마한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바나나를 먹느냐 마느냐를 소비자가 고려하게 된 겁니다. 제이디테크가 바나나 산업을 하면 할수록 온실가스 감축에 큰 역할을 하는 거라고 봐요. 그래서 바나나는 키울 가치가 있고, 또 키워야만 하는 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력을 생산하는 수열 히트펌프


농업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선행되어야 하나요?
농가마다 에너지가 언제, 어떻게 쓰이는지 데이터가 먼저 필요해요. 농산물은 생물이잖아요. 온도 1~2°C에 따라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작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재생 에너지 공급을 설계해야 합니다. 단순히 에너지뿐만 아니라 생육에 대한 데이터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아요.


제이디테크의 비전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상생과 공생을 추구해요. 제스프리라는 뉴질랜드 키위 회사 들어보셨을 거예요. 뉴질랜드는 남반구이기 때문에 봄에 키위가 나오는데, 가을에도 키위를 수확하기 위해서 북반구의 농장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제주도에도 제스프리 농장이 있고요. 그들은 땅을 사는 게 아니라 파트너 농장에 자신들의 기술을 알려주고 키우게 한 다음 수확한 키위를 모두 매입하는 형태로 운영해요. 각자의 농장은 그대로 두고 기술만 전수해서 수익까지 보전해 주는 겁니다. 상생이죠. 제스프리처럼 농가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는 게 제이디테크의 비전입니다.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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