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일정한 정주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꼭 필요하다. 산업 기술의 발전으로 삶은 더욱 편리해졌지만 자연에 가하는 위해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마을 주민 자체적으로 혹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으로 본인들의 터전을 에너지 자립 마을로 만들어 나가는 곳들이 있다. 풍력, 태양광, 바이오가스 등 다양한 재생 에너지로 마을의 전력수요를 충당하여 그린 라이프를 실천하는 지역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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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에너지 자립 섬 프로젝트
가파도는 국내 최초로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주민 220여 명, 120가구가 쓸 전력을 충당하는 에너지 자립 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제주’의 축소 모델이다.
2011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단계별로 확대되고 있다. 사업 1단계로 2012년 9월까지 21가구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250kW짜리 풍력 발전기 2기를 준공했다. 2단계와 3단계로는 2016년 4월까지 ESS를 설치해 재생 에너지와 연계 시스템을 마련하고 27가구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추가했다. 그 밖에도 섬 내에 전기차 4대와 전기오토바이 5대를 구비하고 완속 충전기 3대를 설치했다. 또 태양열 가로등을 도입해 재생 에너지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 덕에 한여름 전기요금을 1/5 수준으로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최대 80%까지 상승시켰다.
관광객 또한 크게 늘었다. 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를 막 추진한 2012년 한 해 동안 6만 명 정도이던 관광객이 2019년에는 20만 명까지 증가하였다. 그러나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전력수요도 높아져 디젤발전기 생산량이 늘었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이 44%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가파도는 최근 프로젝트를 재건하기 위해 나섰다. 정부 주관 소형도서 재생 에너지 전환 사업으로 노후된 발전 설비들을 개선하고 재생 에너지 보급률을 다시금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 출연금으로 소규모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발전시설, ESS를 추가 설치하고 에너지 자립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예정이다.
참고
제주에너지공사
인천투데이,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 꿈꾸는 제주도, 20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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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가스로 만드는 탄소 배출 없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1차산업에 종사하는 충남 홍성군의 작은 마을, 원천마을은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기반으로 마을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소비하고 있다. 2018년 주민들의 의지로 바이오가스 플랜트 설비에 착수하여 2020년에 완공했다. 이 플랜트에서는 하루 110톤의 분뇨를 처리하여 시간당 430kW의 전기를 생산한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란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시설이다. 이때 발효 처리되어 냄새를 없앤 잔여물은 퇴비로 활용할 수 있어 농가에 더욱 이익이 된다. 원천마을에서는 성우농장 외 여러 농장의 돼지, 소 분뇨를 이용한다.
사업을 주도한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를 비롯해 마을 주민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에 공감하며 원천마을을 에너지 자립 마을로 만들고 있다.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을 만들기 전부터 지붕 위 태양광 발전시설과 단열 설비 등 주택 단위의 에너지 자립을 실천했고, 매년 개최하는 마을 축제인 조롱박축제에서는 일회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나아가 마을 기업을 설립해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한 사업을 계획하며 원천마을을 탄소 배출 없는 마을로 실현시키고 있다.
참고
한국농정, 마을과 축산이 만나 기후위기를 준비했다, 2021.3.7.
홍성신문, 원천마을이 꿈꾸는 미래, 2020.12.26.
③
친환경 에너지 마을의 글로벌 모범사례
보봉마을은 독일의 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 마을이다.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활용의 대표적인 모범사례인 이 마을은 2차대전 이후 주둔하던 프랑스군이 1992년 철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마을로서 개발이 추진됐다.
마을에는 여러 친환경 건물들이 있다. 우선 플러스에너지 하우스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에 지붕 형태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공동주택이다. 즉 단열재 등으로 열 누출을 막고 태양광 설비로 전력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건물 설비만으로 자체 전력수요를 충족해 전기요금을 내지 않으며, 남는 전기는 근처 발전소에 팔아 수익을 거두고 있다.
다음으로는 헬리오트롭(Heilotrop)이 있다. 헬리오트롭은 원형 모양의 친환경 주택으로 꼭대기에는 태양 궤도에 따라 모듈이 움직이는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또 유리관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데 이는 태양열로 온수를 데우는 집열기이다. 독일 건축학자 롤프 디쉬(Rolf Disch)가 설계·건설하였으며 본인이 직접 거주하고 있다. 또 ‘태양의 배’라는 의미의 솔라십(Solar Ship)은 패시브하우스로 건축된 상업건물이다. 유기농 슈퍼마켓, 재생 에너지에만 투자하는 환경 친화 기업 등이 입주해 있다.
그 외에도 가축분뇨와 곡물, 음식쓰레기를 활용해 바이오 에너지를 만들고, 마을 안에서는 자동차를 최소화해 자동차 없는 마을로서 친환경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
연합뉴스, 독일 ‘친환경에너지 마을’ 보봉마을을 가다, 2015.7.5.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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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 제로를 넘어 탄소 네거티브섬으로
주민 4100여 명이 거주하는 덴마크 삼쇠섬은 세계 최초의 에너지 자립 섬으로 유명하다. 삼쇠섬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바탕으로 1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재생 에너지로 섬 전체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고, 탄소배출 제로의 목표를 넘어 탄소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탄소 네거티브섬을 달성했다.
삼쇠섬에서는 육상풍력 발전기 11기로 섬 전체의 전력소비량을 100% 충당하고, 바이오매스와 태양열을 이용한 지역난방 시설에서 데운 온수로 섬 전체 난방 에너지의 75%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해상풍력 발전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본토로 수출하며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이 –3.7톤에 이른다.
여기에는 주민과 상생하고자 하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덴마크 정부는 국가의 기후 목표가 사회적 정의, 일자리 창출, 강력한 복지제도와 공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삼쇠섬 역시 계획 단계서부터 주민들과 공동으로 결정하고 주민이 직접 재정에 참여하도록 했다. 실제로 풍력 발전시설 주변 거주민은 발전기 소유권의 20%를 가지게 되었고, 난방 시설은 주민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가급적 쉬운 기술로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이로써 지역 반발을 초래하던 발전시설들은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가 아닌 임비(YIMBY, Yes In My Backyard)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삼쇠섬은 2006년 에너지 아카데미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에서는 섬 주민들에게 에너지 관련 무료 상담과 각국 방문객을 위한 전시, 워크숍, 세미나 등을 진행한다.
참고
농어업·농어촌탄소중립위원회, 주 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기획 및 발행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제작 세일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