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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Apr 12. 2016

S13. 우도 하루

유채꽃 보러 갔다가 산호해변 보고 돌아오다

지난 토요일에 우도에 다녀왔습니다. 우도에 다녀온지도 몇 년이 지났고 또 오래전부터 유채꽃이 제대로 피면 우도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직 꽃이 안/덜 펴서' '파도가 심해서' '벚꽃놀이 가야 해서' '미세먼지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여태껏 미뤘는데 더 미룰 수가 없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하지 않은 날을 기다렸는데 마침 평소보다 깨끗한 날이라서 이른 아침에 성산항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좀 더 깨끗한 날이길 바랐지만 그런 날이 오면 또 가면 되니 더 좋은 날을 더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우도에 대한 소개는 지난 글로 대신합니다. https://brunch.co.kr/@jejugrapher/51


이제껏 우도에 세 번 다녀왔지만 혼자서 다녀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마음 가는 대로 몸을 움직이면 되는 것이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이지만, 결론은 참 피곤합니다. 어디를 가야 하지? 뭘 먹어야 하지? 조금만 더 걸어가 볼까? 모든 순간에 선택과 마주치면 늘 패배하는 쪽은 저입니다. 우도의 존재도 모르고 따라와서 후딱 지나버렸던 첫 여행,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서 쫓아다녔던 두 번째 여행, 두 시간 동안 스쿠터를 타고 빠르게 한 바퀴를 겨우 돌았던 세 번째 여행... 그래서 아직 우도를 제대로 모릅니다. 그래서 네 번째 여행을 기다렸습니다. 해안가가 아닌 밭 안쪽으로, 마을 안쪽으로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어서 안쪽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원래 계획이었던 유채꽃 사진을 찍으려면 안쪽으로 걸을 수밖에 없기도 했습니다.


우도의 유채꽃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이른 아침에 일어나 성산항으로 떠났습니다. 제주 관련 어느 페이스북 페이지의 배경화면에 등장하는 그 장면을 우도에 가면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지난 주말은 가시리의 유채꽃 플라자에서 유채꽃축제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격년으로 가시리와 우도를 돌아가면서 축제를 했었는데, 올해부터는 가시리에서만 축제를 한다고 합니다. 순간 축제할 때만 우도에 유채꽃을 많이 심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인데 기본 유채꽃은 있으려니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몇 년째 가보지 않아서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우도행 배를 타고...

최근 종달리 선착장에서도 우도를 왕복하는 여객선 사업을 시작했지만, 보통은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갑니다. 뱃삯은 어른 기준으로 왕복 4,500원이고, 제주도민이 아니라면 우도 관람료 1,000원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승선신고서 2장을 미리 작성해서 티켓을 끊으면 됩니다. 차를 가지고 왔다면 주차료는 하루 최대 5,000원 (5.5시간 초과시)이 더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자동차를 가지고 우도에 들어갈 수도 있지만 우도에 들어가면 스쿠터, 자전거 등을 쉽게 대여할 수도 있고 작은 섬이지만 버스도 나름 잘 갖춰져 있어서 몸만 들어가도 됩니다.

일출봉을 뒤로 하고 우도로 출발
미세먼지 때문에 한라산이 또렷하지는 않습니다.
성진항에 도착

성산항에서 작은 배를 타면 우도 성진항으로, 큰 배를 타면 하우목동항에 도착합니다. 성진항이 성산항과 더 가까워서 빨리 우도에 들어갈 수가 있지만 그만큼 바다에서 우도를 감상하는 시간이 짧습니다. 성진항에 도착해서 해안길을 따라서 반시계 방향으로 걸어 우도봉 샛길로 갔습니다.

소원 돌탑과 뒤로 보이는 성산일출봉
우도봉 사잇길로 오르면서 뒤로 보이는 우도와 성산
우도 등대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성진항)

많이 걸어야 할 것 같아서 우도봉은 생략하고 그냥 우도 등대 쪽으로 바로 올라갔습니다.

예전 우도 등대와 더 예전의 등대 (흰건물)
우도 등대에서 내려다 보는 검멀레 해안
우도 등대에서 내려다 본 우도의 동쪽

제주의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우도도 방문할 때마다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15년 전에 처음 찾았을 때의 우도 모습이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봄과 가을에 밭 주변의 오름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위에서 내려다본 제주의 밭은 알록달록 색이 예쁘기 때문입니다. 검은 제주의 흙에 자라는 식물들의 다양한 색이 참 예쁩니다. 봄과 가을에는 추수와 파종이 겹쳐서 색이 더 예쁩니다.

우도 등대에서 내려다 본 우도의 서쪽

제주 본섬에 우뚝 쏟은 뾰족한 오름은 지미봉입니다. 지미봉이 보이면 우도의 서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도 등대에서 내려와서 검멀레 해안도 생략하고 마을 안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보리와 돌담 (밭담)
비양도 가는 길

동쪽에 우도의 부속섬인 비양도가 있습니다. 협재해변 앞에도 비양도가 있지만 우도에도 비양도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우도에 왔을 때 비양도 사진을 찍지 않아서 굳이 들어갔는데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미 제주의 섬과 바다에 익숙해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지만, 우도를 처음 방문했다면 -- 특히 스쿠터나 자전거 등으로 여행한다면 -- 잠시 들러도 좋습니다.

하고수동해변 앞의 유채꽃과 갯무

단조로운 해안길을 따라 걷다가는 유채꽃 사진을 제대로 못 찍을 것 같아서 다시 마을/밭 안쪽 길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조금 더 해안길을 따라 바다를 배경으로 핀 유채꽃 사진을 찍었어야 했지만 그렇게 다 걸어가서 보기에는 발도 아프고 피곤할 것 같아서 해안을 포기하고 마을 안을 선택했습니다.

유채, 보리, 쪽파를 구분짓는 밭담

마을을 가로질러와서 해안가에 도착해서 하우목동항까지는 다시 해안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서 홍조단괴해변 (우도 8경의 서빈백사)로 향했습니다. 우도의 유채꽃도 보고 싶었지만, 우도의 대표 관광지인 서빈백사는 꼭 다시 보고 오고 싶었습니다. 서빈백사 사진도 몇 컷 없어서 굳이 우도를 찾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유채와 돌담과 바다, 그리고 어색한 전신주
서빈백사 (홍조단괴해변)

산호가 부서져서 만들어진 해변입니다. 그래서 모래가 흰색입니다. 흰모래, 맑은 물, 그리고 햇볕이 어우러져서 환상적인 뷰를 완성했습니다. 앞쪽에 바다 건너 보이는 지미봉이 운치를 더합니다. 미세먼지가 더 적어서 한라산까지 제대로 보였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지만 서빈백사 사진을 몇 장 더 나열합니다.

서빈백사
서빈백사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하루 종일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바라만 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겁니다.

서빈백사의 산호조각
아이들은 벌써 물놀이를 시작했고 커플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서빈백사의 갯무
서빈백사의 유채

시간은 아직 이르지만 많이 걸어 피곤해서 그냥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배를 타고 돌아오면서 서빈백사와 우도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하우목동항으로 갔습니다.

하우목동항
배에서 보는 우도와 서빈백사
성산항 등대와 우도

우도와 제주도(지미봉) 사진을 찍으라 여념이 없는 동안 배는 어느덧 성산항에 도착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조만간 다시 우도를 찾을 생각입니다. 또 다른 모습의 우도를 기대합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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