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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Apr 07. 2016

S12. 녹산로의 봄

벚꽃 소식에 찾아간 녹산로

제주도에 봄이 왔습니다. 제주의 봄은 유채꽃과 벚꽃과 함께 옵니다. 그런데 이 둘을 함께 볼 수 있는 장소가 의외로 더뭅니다. 벚꽃이 많이 핀 곳에는 유채꽃이 있더라도 덤성덤성 자라 있고, 유채밭이 있는 곳은 벚나무가 없습니다. 제주도 전역을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유채꽃과 벚꽃을 함께 볼 수 있는 장소는 '한림공원'정도가 있는데, 지난 주말에 다녀온 한림공원은 의외로 유채꽃이 잘 가꿔져 있지 않아서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릅니다. 제주의 대표 꽃인 유채꽃과 벚꽃을 함께 보고 싶다는 갈증을 풀어주는 장소가 있으니 바로 제주시에서 가시리로 가는 녹산로 (일명 정석비행장길)입니다.


녹산로 소개는 이전 글 참조 https://brunch.co.kr/@jejugrapher/27


녹산로 상에 있는 유채꽃플라자에서 봄이면 제주 유채꽃 축제 (http://www.jejuflowerfestival.com)가 열립니다. 예전에 유채꽃 축제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유채꽃 플라자에 유채밭을 만들어서 축제를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녹산로의 노견에 겨울에 유채씨를 뿌려서 4월에 꽃이 피도록 해둔 것이었습니다. (정정. 유채꽃 플라자의 잔디밭/운동장을 둘러싼 주변에 너른 유채밭을 만듬.) 녹산로의 초입부터 끝까지 유채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산방산이나 성산일출봉에서 돈을 내고 유채꽃 사진을 찍는 게 꺼려지는 분들은 4월에 녹산로를 찾으면 좋습니다. 녹산로는 한적한 도로였는데 최근에 많이 알려지면서 (아직은 한적한 편이지만) 차가 예전보다 많아져서 관광 또는 사진 찍을 때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석비행장 인근부터 가시리까지는 길 옆으로 벚나무가 심겨있어서 4월 초에 만개합니다. 유채꽃도 벚꽃 만개 시기에 맞게 개화하도록 겨울에 씨를 뿌려두는 것입니다.

8월의 녹산로

8월의 녹산로는 코스모스가 점령합니다. 지금 코스코스가 핀 곳에 봄이면 노란 유채꽃이 핍니다. 코스모스 옆으로 벚나무가 심겨있습니다.

3월 말에 찾은 녹산로

올해 제주의 벚꽃 개화시기는 서귀포 3/20로 예정됐고, 3월 말에 제주시의 주요 벚꽃 장소 (종합운동장, 전농로, 제주대학교, 광령리 등)에서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그래서 녹산로를 찾았는데 일부 개화된 벚나무가 있었지만 만족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올해도 벚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봄이 지나갈 것 같았습니다. 2013년에 딱 그랬습니다. 녹산로에서 벚꽃을 보지 않고 유채꽃만 봐야 한다면 굳이 녹산로까지 올 이유가 없습니다. 유채꽃은 제주의 곳곳을 돌아다니면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종합운동장 근처에 있는 유채밭
애월의 항몽유적지에 있는 유채밭

산방산이나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등의 주요 관광지에서도 유채꽃을 마음껏 볼 수가 있지만, 위의 사진처럼 제주시내에 위치한 종합운동장 인근에서도 볼 수가 있고 애월처럼 시외에서도 돌아다니다 보면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여행와서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이지 않고 시골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예쁜 곳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유채꽃 사진을 찍는데 굳이 돈을 내고 싶지 않은 분들이라면 항몽유적지에 가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지난 일요일에 글을 적었듯이 저는 개인적으로 2016년의 제주 벚꽃엔딩을 선언했습니다. 녹산로에 벚꽃도 제대로 필 것 같지도 않아서 더 이상 올해 벚꽃 사진을 찍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제가 녹산로를 지난주 수요일에 찾아갔었고, 그 이후 금요일에 찾은 분도 녹산로의 벚꽃을 감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녹산로를 포기했었는데, 지난 주말에 갑자기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월요일 저녁에 듣고 화요일 이른 아침에 녹산로를 찾아갔습니다.

참고. https://brunch.co.kr/@jejugrapher/99

녹산로에 벚꽃이 만개했습니다.

안개 낀 녹산로처럼 보이지만, 이른 아침에 기온이 낮아서 카메라 렌즈 필터에 습기가 차서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보입니다.

이른 아침에 녹산로를 찾은 이유

물론 출근해야 했기에 이른 아침에 찾았지만, 아직은 차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시간이기에 이른 시간에 녹산로를 찾았습니다. 아침 8시경에 도착했는데, 예상대로 차는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얼리버드들은 벌써 찾아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녹산로는 제주에서 차가 비교적 적게 다니는 한적한 도로입니다.

유채 사이에 핀 갯무

색깔만 다르지 않으면 그냥 유채꽃처럼 보입니다. 사실 유채꽃도 배추꽃과 모양새가 거의 흡사하고, 갯무도 일종의 무 종류라서 무꽃과 모양이 비슷합니다. 그러니 유채꽃과 갯무꽃이 비슷하게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갯무를 캐면 무와 같이 굵은 뿌리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자리를 옮겨서 한 컷
다른 뷰로 본 녹산로

중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으나 어느 방송국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이때는 몰랐는데, 이 무리가 불러온 나비효과는 어쩔...

유채꽃플라자 입구의 벚나무와 유채
파란 하늘

집에서 출발할 때는 높은 구름으로 덮여있어서 파란 하늘을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사진을 한참 찍고 돌아오려니 일부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녹산로의 뷰

출근이 바빠서 사진을 한참 찍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정석항공관 맞은편 언덕 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근처에 차를 세우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약간 높은 곳에서 녹산로를 내려다본 모습의 사진을 자주 봤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헬기를 동원해서 항공사진을 찍었거나 아니면 드론으로 찍었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그 장소를 어쩌다 발견했습니다. 제가 제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제주에 살지 않는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제주의 스팟들을 더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버스가 앞서 말했던 방송국 사람들을 태우고 온 차량입니다. 저 버스 때문에 온전한 녹산로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사진을 찍던 분들도 저 버스가 빠져나가기를 오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어떤 분이 차를 빼줄 것을 권해서 결국 버스는 빠져나갔는데 저곳이 차량을 정차할 수 있는 곳이라서 버스가 빠져나가자마자 또 다른 차들이 계속 정차해서 결국 차량이 전혀 없는 사진을 찍지 못하고 출근 시간이 촉박해서 눈물을 머금고 그냥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드론으로 찍었던 짧은 클립. (차를 타고 가면서 찍은 동영상은 바람소리가 심하고 또 편집하기 귀찮으니 생략합니다.)


지난 밤 제주에는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위태롭게 달려있던 벚꽃잎들이 모두 떨어졌습니다. 사시사철 예쁜 꽃을 계속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꽃이라는 화려함이 끝나지 않으면 과실과 씨앗을 남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렇습니다. 이렇게 제주의 봄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 장소 추천받습니다. (여기 사진도 찍어주세요/올려주세요.)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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