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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Nov 17. 2016

S24. 제주는 가을가을(했어)

2106년 제주의 가을

이젠 아침에 춥다고 느낄 만큼 가을을 지나서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이미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상고대가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때보다 무더웠던 여름이 길어서 가을 단풍도 평소보다 더 늦게까지 그 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3주 동안 단풍놀이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벌써 8년 전 제주에 살러 내려왔을 때 가을을 무척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제주의 가을은 또 얼마나 예쁠까?를 내심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가 무너지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하얗게 핀 억새가 멋들어졌지만, 저는 알록달록한 가을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남쪽 나라의 일교차는 적은 편이어서 나뭇잎 색이 기대만큼 알록달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강한 비바람에 가을까지 성히 남은 잎도 몇 없었습니다. 태풍을 비롯한 대풍이 한번 지나고 나면 잎이 무성한 나무가 오히려 보기 힘듭니다. 들녘에 핀 억새는 오히려 제주의 가을을 더 쓸쓸하게 만들 뿐입니다.


외롭고 쓸쓸한 제주의 가을과 겨울은 참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겨울 한라산을 다녀온 이후로 겨울은 좋아졌습니다. 눈 덮인 한라산을 오르고 차를 타고 1100고지에 올라 상고대를 보는 것은 제주에서 겨울을 보내는 호사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을은... 그렇게 오랫동안 제주의 가을은 밋밋하다는 생각으로 가을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멀리서 본 제주의 가을은 참 밋밋하지만 더 가까이로 다가서면 아름다운 자태를 비로소 보여줍니다. 그냥 선입견으로 내가 더 노력하지 않고 보내버렸던 지난 몇 년의 시간이 참 아깝습니다. 지난 한 달여간의 제주의 가을 모습을 담았습니다.



제주의 가을은 억새와 함께 시작한다. (새별오름)
방주교회의 핑크뮬리

작년에 핑크뮬리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름은 올해 알았지만... 한림에 있는 어느 카페에 핑크뮬리가 있다는 글을 보고 뒤늦게 찾아갔는데 태풍이 지난 후에 거의 쑥대밭이 돼있었습니다. 올해는 안덕에 있는 방주교회에도 핑크뮬리가 있다는 얘길 듣고 찾아갔습니다. 늦게 찾아온 가을 태풍에 모두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목초지는 누렇게 물들었다. 그런데 겨울이면 또 파릇파릇한 풀이 자란다. (뒤로 새별오름이 보임)
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벚나무도 이젠 낙엽이 됐다.
한라산 한밝교의 단풍
물웅덩이에 떨어진 단풍잎
억새가 이제 제대로 피었다.

올해의 아끈다랑쉬오름의 억새는 별로여서 사진을 따로 올리지 않습니다. 위의 억새는 한라산 산록도로변의 것입니다.

방선교 아래의 낙엽
가을비는 추적추적
제주대 앞의 은행나무길.

제주의 은행나무의 색은 좀 칙칙하다. 샛노란 은행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밋밋한 은행잎을 볼 때면 추운 북쪽의 육지가 그립기도 한다.

1100도로 변의 가을
서귀포자연휴양림 (올해 두번째 찾았다.)

작년에는 늦은 가을에 서귀포자연휴양림을 처음 가봤습니다. 단풍은 대부분 떨어지고 비는 오지 않았지만 흐린 날씨에 만추의 쓸쓸함을 제대로 즐겼습니다. 내년에는 단풍이 한창일 때 찾아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래서 제때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휴양림의 가을 사진으로만 포스팅하려 했지만 그냥 이번 가을을 모아모아 보기로 했습니다.

산책로를 걷는 연인
단풍... 제주의 단풍은 붉은 것보다 노란색 단풍이 오히려 더 많다.
붉은 단풍
가을의 산책로
산책로

위에 서귀포자연휴양림 첫 사진을 찍은 곳입니다. 처음에는 백마엘 렌즈로 한 바퀴 돌고 나서 광각렌즈로 갈아 끼고 다시 왔습니다. 대문에 있는 단풍 하트 사진도 다시 찍으려 했는데 이미 누군가가 다 흩어놓은 후였습니다. 어쩌면 사진에 보이는 저 꼬맹이들이...

귤도 노랗게 익어간다.
나무... 그냥 이 느낌이 좋아서 선택한 사진.
노란 단풍과 붉은 단풍.
제주대학교 교정의 은행

바로 위의 사진을 찍을 때 비가 와서 제대로 다양한 컷을 찍지 못해서 수요일 하루 휴가를 냈는데, 이미 단풍잎은 거의 다 땅에 떨어져서 말라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루이틀 전에 휴가를 냈어야 했는데... 대신 제대아파트로 들어가는 은행나무 가로수길로 갔습니다. (위에 사진 있음) 몇 그루는 색이 노랗게 물들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이 더 많고 또 갑자기 찾아온 사람들로 충분한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주대학교 교정을 지나왔습니다. 다행히 예쁘게 물든 은행나무가 보여서 몇 컷 더 찍었습니다.

빛은 따뜻하게 비취지만 웬지 쓸쓸한 가을...

...

사진을 찍을 때는 신나서 많이 찍지만 컴퓨터로 다시 확인해보면 늘 사진에 아쉬움이 남는다. 윤동주 시인은 시가 쉽게 쓰여진다고 표현했는데, 내 사진은 고민이 없는 쉽게 찍힌 사진들뿐이다. 요즘은 광장에서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도 많다.


T: http://bahnsville.tistory.com

F: https://www.facebook.com/unexperienc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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