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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한장

[제주한장] 은행나무

그래도 지금...

by JejuGrapher

제주에 살면 좋은 점만큼이나 아쉬운 점도 많다. 옛 친구들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점과 백화점이 없다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아쉬운 점으로 꼽히지만, 내게는 해당 사항이 아니다. 내겐 제주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TV나 소셜미디어에서 볼 때마다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다. 그 풍경이라는 것이 아주 특별하지 않을 때도 있다. 노란 은행나무와 같은... 제주 단풍은 별로 화려하지 않다고 여러 번 언급했다. 붉은 단풍만큼이나 샛노란 은행잎이 가을을 대표하지만 그게 아쉽다. 그래도 옛 탐라대 주변이나 제주대 교정 안팎으로 은행나무들이 있어서 아쉬움을 살짝 달래주지만,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친다.

서귀포에 큰 은행나무가 있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게 됐다. 엄청나게 크고 오래된 나무... 노란 카펫이 깔린 사진을 보면서 내가 제주를 너무 띄엄띄엄 봤구나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한 열흘이라도 먼저 알았더라면... 하지만 내겐 제주에서의 내년이 없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찾아갔다. 은행잎은 이미 모두 떨어졌고 바닥의 낙엽도 이미 모두 짓밟히고 바람에 날려갔다. ... 내년에는 서울에서 아니면 홍천이나 경주에서 은행나무를 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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