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구입, 전 그리고 후

10년의 제주 생활을 청산한 결과가 아파트 한 채.

by JejuGrapher

오랫동안 글을 적지 못했습니다. 사실은 사진을 찍지 못했으니 글도 적지 못한 것입니다. 왜 그랬는지 길게 적혔습니다. 일주일 넘는 시간 동안 적어서 글이 길어진 관계로 요약하면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결심(과 작은 계기)으로 사는 거다.

입주 전에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하자.

입주 후에도 돈 들어갈 일이 많다.


아파트를 구입하기까지

제주를 떠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굳이 계속 머무를 결정적인 이유도 없었다. 협업하는 동료 대부분이 판교 오피스에서 근무하는데, 혼자만 따로 제주에 있겠다고 우기는 것도 우스운 상황이었다. 어차피 재작년부터 여건만 맞으면 이주하겠다고 주변에 알렸던 터다. 판교 이주가 단순히 출근하는 장소만 제주에서 판교로 바꾸는 게 아니다. 다른 모든 걸 다 제하더라도 판교에서 기거할 집이나 방을 구해야 한다. 처음에는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오피스텔을 고려했다. 원룸은 주차도 어려울뿐더러 걸어서 출퇴근 가능한 거리에 원룸을 찾기도 힘들고, 작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다면 가구나 가전 등을 모두 장만해야 하고 또 나중에 이사 때마다 귀찮을 것 같았다. 그래서 걸어서 20분 내에 있는 오피스텔이 여러모로 최상의 장소였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보증금이 많은 전세나 반전세가 거의 없다. 인터넷 매물만 봤을 때는 여차저차 5~60만 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이주 준비하며 부동산을 통해 알아보니 매물도 거의 없었을뿐더러, 관리비를 포함하면 적어도 8~90만 원, 많으면 100만 원을 초과한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좌절에 빠져서 집에 상의한 결과 아파트 구입도 고려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0년 직장생활을 했으니 대략 2억 정도는 바로 융통할 수 있었고, 회사 지원 대출과 은행 대출을 더하면 4억 원 전후까지는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오피스텔에 월세 100만 원이면 은행 대출 이자와 아파트 관리비 등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 월세를 내면 몇 년후에 내 손에는 남는 게 전혀 없지만 아파트를 구입하면 내 명의의 아파트는 남는다. 아파트 가격과 초기 본인 재산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파트를 구입함으로써 매달 들어가는 금액은 대략 대출 이자, 아파트 관리비, 교통/통신비 (버스/지하철비 또는 주유비+주차료, 인터넷 이용료 (TV는 구입 안 함))가 들어가고, 아파트 재산세를 내야 한다. 그리고 초기 자금의 이자 수익을 포기하는 것도 비용으로 처리해서 월세와 비교해야 한다.


회사가 판교에 있지만, 판교의 30평대 아파트는 당시 10억에 육박했기에 고려 대상에서 바로 제외했다. 그래서 신분당선이나 분당선 위주로 보게 됐다. 회사가 판교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판교에서 살 수 없다면 답은 수지다. 가깝게는 서현/수내/정자를 포함하고, 멀리는 광교나 기흥까지 고려할 수 있지만, 서현/정자도 이미 웬만하면 5억 원을 넘어섰고, (내겐) 출퇴근하기에 광교/기흥은 좀 멀게 느껴졌다. 또 10년 20년 뒤 은퇴 후에는 고향으로 내려갈 테니 그때 아파트를 팔고 떠나는 것도 고려해서 가능하면 10년 내에 지어진 아파트 위주로 확인했다. (전세라면 적당한 위치/가격에 맞춰서 찾았겠지만...) 결론적으로 지금 광주에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그냥 지도만을 봤을 때 광주는 더 내륙에 위치해있고 재산 가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수지 쪽보다 낮아서 처음에는 열외였다.


계획이 계획대로 된다면 세상은 참 살기 편할 텐데... 2018년 2월부터 제대로 집을 찾기 시작했는데, 직전에 발표된 각종 부동산 정책으로 억제된 강남 수요를 대신해서 분당은 이미 천당을 뛰어넘었고 그 여파가 수지 쪽으로 내려간 후였다. 겨울을 지나며 이미 수천만 원이 올랐고 갭투자자들이 휩쓴 자리에 남은 매물 자체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부동산 도움으로 직접 방문해본 수지 인근은 내가 살기엔 이미 너무 복잡한 곳이었다. 인간의 적응력을 믿지만 내가 적응해서 살아갈 동네는 아니라고 봤다. (인터넷에 여러 정보가 있지만 결정하기 전에 대강이라도 직접 눈으로 훑어보는 게 중요하다.) 물론 적당한 매물이 있었다면 지금 수지에서 이 글을 적고 있었을 거다. 지리상 수지가 여러 이점이 있지만, 앞서 제시한 10년 이내에 지어졌고 3억 후반 ~ 4억 초반에 살 수 있는 아파트는 지하철 역에서 최소 2km 이상은 떨어진 곳이다. 어차피 내가 가진 자금 여건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하거나 걸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광주 태전지구를 선택한 것도 경강선 삼동역이나 경기광주역에서 태전까지 (평지길) 3km 내외여서 수지의 오르막길 (최근 아파트일수록 지하철역에서 멀고 산 중턱에 지어짐)을 걷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수지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냥 여름에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를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전에...) 수지를 둘러보기 전에 광주 태전지구로 이미 마음을 굳혔었다. 애초에 광주는 대상 지역에서 제외했지만, 최근 제주에서 이주해온 여러 동료들이 광주 태전에 자리 잡은 것을 알았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면 40분, 자차로는 20분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현실은 버스/지하철로 평균 50분임) 그리고 내가 집을 구입하려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봤다. 나는 팔 집이 아니라 살 집을 사는 거다. 집을 사서 몇 억 (?)의 시체 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다. 그저 정착해서 안정된 삶을 살고 싶었다. 당장의 미래 발전 가능성보다는 덜 분주하고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도에서 판교를 가운데 놓고 살펴보면 북으로 서울이고, 남으로 용인/수원, 서로 안양/과천/의왕이다. 수지가 복잡하게 느낀 사람에게 북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지금 서울에서 살 수 있다면 굳이 판교가 개발되지도 않았을 거다. 지금 지도를 펴보니 판교-안양이 광주-판교와 거리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당시만 해도 안양이 이만큼 가깝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더욱이 서울에서 버스를 많이 타보지 않은 나 같은 시골 사람에게 지하철/전철의 유무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태전이 지하철역 바로 옆은 아니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지하철을 탈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어쨌든 차를 타고 수지를 둘러보기 전부터 광주 태전으로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태전의 많은 단지들이 지난가을/겨울에 입주했다. 그런데 내가 집을 알아보던 2월에 인터넷 부동산에는 매물이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거래가 끝나고 입주가 거의 마무리된 후였다. 돈이 있어도 집을 살 수 없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면 내가 바로 들어가서 살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 수지 쪽도 겨울을 지나면서 갭투자로 풍비박산이 난 상태였기에 바로 여름에 입주하는 신축 아파트를 알아봐 달라고 했던 거다. 태전의 이전 단지들을 통해 입주 초기 몇 달 간은 집을 처분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마이너스피가 되든 프리미엄이 조금 더 붙든 큰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수지의 대상 아파트는 이미 4억 초중반을 넘어 5억대에 이른 곳이 많았지만, 광주지역이 신축 분양가는 아직 3억대였다는 점도 중요했다. 그래서 결국 6월에 입주하는 태전의 효성 해링턴플레이스로 결정하고 일을 진행했다. 혼자 살 거라서 큰 평수는 필요 없어서 29평(75)을 우선 찾았지만, 개인 간 거래가 필요해서 그냥 회사에 남은 미분양 33평(84)으로 바로 계약했다. (태제고개에도 8월에 입주하는 4억 초반의 아파트가 있었지만, 출퇴근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탈락시켰다.)

거실에서 보이는 아파트 단지

** 회사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할 때... 여러 가지 필요한 서류가 있지만 근처 주민센터에 가면 바로 얻을 수 있으니 어떤 서류를 준비할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다만 인감도장이 필요하다. (사인으로 인감 등록됐으면 도장도 필요 없음) 제주에서 출장을 오면서 인감도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막상 출장 올 때는 놔두고 와서 우선 가계약을 한 후에 다음 주에 인감도장을 갖고 (또 출장 와서) 본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가계약시에는 1,000만 원 (회사/단지의 가격대마다 다를 수 있음)을 입금해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 가격의 10%에서 가계약금 1,000만 원을 제한 금액을 한 달 내에 지정된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아파트 가격이 3.7억이었기 때문에 10%인 3,700만 원을 1,000만 원 + 2,700만 원으로 나눠서 임금) 그리고 만약 아파트를 확장했다면 확장 금액 (약 1,000만 원)의 10%도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요즘은 기본이 확장형인데 왜 돈을 더 받아내려는 건지...)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했을 때 장점이라면 장점인 것은 계약금 10%를 제외하고 중도금을 낼 필요 없이 입주할 때 나머지 90% 잔금을 완납하면 된다. 건축 시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완공될 무렵이면 모델하우스가 아닌 실제 지어진 상태를 보고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점이라면 이미 좋은 평수/층수/위치의 아파트는 얻지 못하고, 어느 정도 완공된 후에는 시스템 에어컨 등을 위한 구조 변경이 어렵다는 점이 있다.


아파트 입주하기까지

3월 초에 계약했고 입주는 6월이니 3~4개월 공백이 생긴다. 입주까지는 제주에 머물겠다고 버틸 수도 있었지만, 애초 협업을 위한 이주였고 또 이미 갈 곳을 정해놓으니 제주도에 더 오래 머물러있을 동인이 떨어졌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사전점검도 해야 하고 또 입주 후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 알아봐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4월부터 7월 중순까지 파견근무를 신청하고 회사 게스트하우스에서 100일 정도 지냈다. 게스트하우스는 신미주아파트인데 걸어서 10~15분이면 출퇴근 가능하다. 제주에서 짐을 다 뺏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주말마다 주변을 탐색하기로 했다. 아파트 입주 후에 가끔 차를 타고 신미주아파트 옆을 지나면 100일 동안 정들었다고 기분이 조금 묘하다.


회사에 판교 이주자를 위한 이사비 지원 제도가 있는데 파견 근무자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처음 이사지원서를 제출하고 이 내용을 안내받았을 때 몹시 당황했다. 제주에 오래 살았지만 물건이 별로 없어서 이삿짐이 거의 없었다는 건 다행이다. 그리고 파견에서 이주로 변경하면서 부동산 수수료를 이사비 명목으로 청구하면 되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일도 없다. 예전부터 이주할 때 배를 타고 육지에 와서 차를 직접 운전해서 올라올 생각이었다. 하루나 이틀 휴가를 더 사용해서 중간중간에서 놀거나 사진 찍으면서 서울까지 올라가는 걸 상상했었지만... 그래서 자동차를 제외하곤 전체 짐에서 책이 1/3, 옷가지가 1/3, 그리고 나머지 잡동사니가 1/3을 차지했다. 잡동사니는 그냥 차에 싣고 오면 됐는데 책이 문제였다. 이사업체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우체국 택배로 고향집으로 보냈다. 우체국 택배는 최대 30kg까지 한 박스에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이동하는데 무겁기 때문에 책을 2/3 정도 채우고 나머지는 옷가지로 채워서 약 20~25kg 내외로 맞춰서 총 11박스를 택배로 보냈다. 한번 읽은 책은 다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그냥 고향집 책꽂이에 고스란히 쌓아놨다. 지금 알파룸에 책장을 갖다 놨는데 저긴 또 언제 다 채울지...


3월 말에 휴가 내고 배로 육지에 나왔다. 출도 일주일 전 제주여객터미털에 방문해서 자동차 탁송을 위해 여수행 배를 예약해놨다. 제주에서 마지막 날 아침에 녹산로에 들러서 벚꽃과 유채꽃 사진을 찍고 점심 식사 후에 느긋하게 제주항으로 갔다. 예약할 때 분명히 2번 항구에 오면 된다고 해서 2번 항에서 탁송 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느낌이 조금 이상해서 관리인에게 물어보니 2번 항은 완도행이고, 여수행은 4번 항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급히 4번 항에서 다시 배를 기다리는데, 탁송 예약이 안 돼있다고 한다. 순간 식은땀이 흐르면서 사무실에 알아봤는데 예약 리스트에 빠져있다. 급히 하루 더 호텔에서 지낼 수는 있다지만 다음날 여수행 배를 바로 예약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어찌어찌 연락이 돼서 확인하니 여수행이 아니라 완도행이 예약됐다고 했다. 사실 낮 시간에 가는 배가 추자도를 경유하고 저녁에 떠나는 배는 바로 목적지로 간다고 했을 때부터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여수를 가는 배가 삥 둘러서 추자도를 간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다. 어쨌든 다시 2번 항에 갔는데, 좀 전까지는 상당히 앞에서 기다렸는데 이미 많은 차들이 줄을 선 후여서 한참 후에 겨우 배에 실을 수 있었다. 터미널에서 여객 승선권을 구입하고 배에 올라 제주와 작별을 했다. 제주를 떠날 때 날씨가 좋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배 위에서 마지막으로 한라산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3월 말의 제주도도 미세먼지가 심해서 한라산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그나마 떠난 날에 뿌연 미세먼지 속에 실루엣이라도 한라산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출도날 배 위에서... 실제는 이것보다 더 뿌였다.

두어 시간 후에 배는 완도항에 정박했다. 차를 찾아 고향인 대구로 향했다. 고속도로에서 처음 만나는 휴게소에서 저녁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내비가 알려주는 길을 아무리 달려도 고속도로가 나오지 않는다. 완도에서 거진 2시간을 넘게 운전해서 광주에 와서야 대구로 가는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 결국 9시가 넘어서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2시간여를 더 달려서 대구/경산에 도착했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반곡지에서 사진도 찍고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다시 운전해서 판교로 올라왔다. 경산에서 판교까지는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다행히 고향집 옆에 고속도로 진입로가 있고, 판교 근처에도 자동차전용도로가 잘 돼있어서 3시간 만에 판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가 내려고 했지만, 평일 낮에 게스트하우스에서 혼자 할 일도 없어서 그냥 반차로 변경하고 출근했다.


4월은 그냥 판교에서 주변 (두물머리와 소래습지)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며 보내고, 5월이 돼서 입주 준비를 시작했다. 5월 첫 주말에 아파트 사전 점검일이 잡혔다. 몇 가지 마무리 문제가 눈에 띄었지만 큰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7월 초에 입주했을 때 여전히 안 고쳐진 것들이 보여서 조금 화도 났고, 또 나중에 알았지만 세탁실 바닥이 고르지 못해서 배수가 잘 안 되는 걸 입주 후에 발견해서 A/S를 신청했는데 3주가 지나도록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 외의 자잘한 것들은 대부분 해결됐다. 아파트 사전 점검이라는 것도 처음 해보는 거라서 많이 걱정했다. 혹시 들어갔는데 엉망이면 어쩌지라는 불필요한 걱정에서부터 이런 사소한 것도 체크를 해놔야 하나?라는 내면의 지질함도 확인했다. 제주를 떠나기 직전에 동료들이 많이 신축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아파트 구입을 미리 알았더라면) 사전 점검할 때 함께 가서 곁눈질로라도 경험해보는 거였는데...


사전점검도 끝나고 입주 날짜가 다가오니 집을 채울 것들을 미리 봐 둬야 했다. 드레싱룸, 팬트리 및 수납공간이 충분하지만, 덩치가 큰 테이블이나 책장 같은 가구,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가전은 필요했다. 당장 비싼 돈으로 인테리어를 새로 할 것도 아니고, 굳이 좋은 제품으로 채워 넣고 싶은 욕망도 없었기에 주변에 있는 스크래치 매장들을 둘러봤다. 파견 전에 TV 정보프로에서 스크래치 매장과 리퍼브샵을 소개한 것을 보고 나중에 찾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둘 다 파주에 있어서 일단 포기하고 광주 주변의 매장들을 둘러봤다. 몇 군데를 둘러봤지만 썩 내키지 않았는데, 다행히 용인에 있는 매장에서 그나마 괜찮아 보여서 다시 찾아올 것을 기약했다. 그리고 가전 매장도 둘러봤다. 웬만한 가전은 인터넷에서 여러 할인 혜택을 받아 구입하는 것이 가장 싸지만, 냉장고와 세탁기는 로컬 매장에서 직접 확인해보고 구입하고 싶었다. 그래서 가격 조사겸 LG 매장과 하이마트 등을 둘러봤다. (삼성 제품은 제외) 실제 가구와 가전 구매는 입주 후에 다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6월 중순에 잔금을 치르고 6월 29일부터 입주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계약금 10%는 계약할 때 지불했지만 나머지 잔금 90%와 세금, 그리고 가전이나 가구 등의 집에 채워 넣을 물품 구입비 등을 포함해서 3.6억 원정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2.4억은 어머니께서 관리한 통장에서, 2천만 원은 만기가 지난 통장에서 바로 찾으면 됐지만 1억 정도가 더 필요했다. 처음 계획은 7천만 원을 회사 대출로, 그리고 회사 대출을 받으면서 신용이든 담보로든 3천만 원을 더 대출받는 거였다. 언제나 그렇듯 계획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묘미고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보존등기가 나오면 바로 대출을 받아서 잔금을 치르고 6/29에 열쇠를 받고, 고향집에 내려가서 잠시 놔뒀던 짐을 찾아와서 바로 입주할 계획이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이 필요한데, 신축 아파트라서 바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을 수 없다. 보존 등기 신청 후 최대 2달이 지나서 등기부등본이 나온다고 한다. 6월의 어느 더운 날 각종 서류를 떼기 위해서 삼평동 주민센터까지 걸어갔는데, 무인발급기에서 등기부등본이 조회되지 않았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수중에 천 원짜리도 없어서 편의점에서 돈을 바꿔와야 하나 등을 고민했었는데, 애초에 등본을 뗄 수가 없었던 거였다.


급하게 아파트 분양사무소에 연락하니 등본은 2달 후에 나오고, 우선 사용승인 내역서를 제출하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분양사무소로 운전해 가서 서류를 받고, 다시 회사 대출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회사 대출은 등기부등본이 필수라고 한다. 사용승인 내역서는 건설사와 계약한 몇몇 은행 지점에서만 등기부등본 대신 사용 가능하다. 우선 주택담보로 1억을 대출받고 추후 등기부등본이 나오면 회사 대출 7천으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에 급히 건설사와 계약한 지점에 방문하겠노라고 약속을 잡았다. 저녁에 누나가 5천만 원은 예금을 해약하면 구할 수 있다고 해서, 5천만 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서 임시로 해결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중에 집에서 단기로 돈을 융통할 수 있다고 해서 일단 잔금에 대한 걱정을 끝냈다. 6월 말일에 아버지 기일을 맞이해서 집에 내려가서 잔금 해결 방안을 정리하고 돌아와서 (등기 후에 회사 대출 및 만기 예금으로 단기로 갚아야 함), 7월 첫 주에 잔금을 치르고 입주증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 입주에서 생활한 것은 7월 둘째 주말부터다. 애초 7월 2주까지 파견 및 게스트하우스 신청을 해놨지만, 1~2주 먼저 이주와 입주를 완료할 생각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파견 및 게스트하우스 사용 계획은 예정에 없던 계획대로 진행됐다.


사전점검을 제외하고 잔금을 치르기 전까지는 아파트를 방문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입주청소를 비롯한 간단한 인테리어 시공을 위해서 허락 후 방문 가능하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사전점검 사항이 제대로 고쳐지고 있는지 그리고 또 다른 하자가 없는지 입주 전에 바로 잡을 수 있다. 입주 후에도 계속 A/S를 받으려면 사람이 지키고 있거나 그냥 비밀번호를 가르쳐주거나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주인이 없으면 분실 우려로 A/S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입주 후 A/S는 이래저래 피곤하니 먼지 나는 작업은 입주 전에 가능한 해결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엿들었는데, 간혹 ‘구경하는 집’이라고 미리 인테리어를 바꿔서 다른 입주민들을 유인하는 곳이 있다. 전체 또는 부분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입주 시작부터 약 한 달 동안 누구든 방문해서 보고 현혹하는 인테리어 샘플을 제공하는 집이다. 33평 인테리어를 바꾸는데 총 2,400만 원을 줬다고 한다. 기본 인테리어가 좀 칙칙한데, 구경하는 집을 살짝 엿봤을 때 그냥 나도 바꿀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방문해서 자세히 봤다면 분명 마음이 동했을 거다. 한 달간 대여하는 조건으로 2,400만 원을 받았다면, 전체 인테리어를 바꾸는데 대략 평당 100만 원 정도 들어가는 듯하다. 일단 대출금부터 갚고 5년이나 10년 뒤에 기분 전환할 겸 인테리어를 바꾸는 걸로...


입주 그리고 그 후...

7월 5일 (목요일) 오전 우리은행 경기광주점에서 잔금을 치르고 입주증을 받았다. 잠시지만 며칠 동안 몇 억의 돈이 통장에 있었는데, 한순간에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참 허무했다. 아파트 및 확장비 잔금 90%와 관리비 예치금을 이체하고 입주지원센터에 이체증을 보여주면 입주증을 받을 수 있다. 신축은 이게 좋다. 개인 간 거래였다면 상대방 앞에서 송금하고 바로 등기 등록부터 서둘러야 했는데, 건설사와 계약이어서 잔금을 이체하고 느긋하게 진행해도 된다. 바로 등기 등록부터 하면 되는 줄 알고, 사전에 신축 아파트 등기 방법을 정리해놓은 절차를 받아서 여러 번 숙지하고 다시 인터넷에서 또 찾아보고 필요한 서류는 뭔지 등을 점검하면서 또 실수는 하지 않을지 많이 걱정했다. 그런데 신축 아파트는 건물의 보존등기가 나오기 전에 등기를 할 수가 없다. 일단 회사로 복귀.


사전점검 때는 하자에 집중하느라 잘 보지 못했는데, 벽이나 창문 틈에 먼지와 페인트 자국이 많이 묻어 있었다. 입주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새집에 치울 것이 그렇게 많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막상 열쇠를 받고 들어와 보니 코를 자극하는 화학 냄새부터 확 밀려왔고 청소를 나 혼자 하거나 가족에게 맡길 일은 아니라는 걸 금세 깨달았다. 최근 이사했던 동료에게 ‘코코클린’이라는 업체를 추천받았는데, 광주 지역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입주한 아파트 카페에서 입주청소 내역을 검색해서 두어 군데 찾았다. 처음 전화를 건 곳은 바로 청소도 불가할뿐더러 청소비도 꽤 높게 불렀다. 두 번째는 ‘착한청소’라는 곳인데 29만 원을 요구했고 다음날 금요일에 바로 청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금요일 아침에 약속을 잡았는데, 4명이서 4시간여 만에 뚝딱 해치웠다. 우려 속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는 것들은 대부분 깔끔히 잘 청소해줬다. 나중에 도배 A/S 오신 분의 말로는 어떤 업체는 거실 벽에 페인트나 시멘트 자국을 그대로 남겨놓는 곳도 있는데, 이 정도면 청소를 잘 해준 거라고 한다. 얼렁뚱땅 진행했지만 다행이다.


입주증을 받고 열쇠를 불출할 때 입주 선물이라고 작은 공구세트를 줬다. '뭘 이런 걸 선물로 주냐'라고 생각하고 팬트리 구석에 처박아놨는데, 오늘 배송 온 거치대를 설치하는데 요긴하게 사용했다. 얘네들이 아무 생각 없이 선물을 주는 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


수요일과 토요일에 건설사와 계약한 법무사무소에서 등기 등록을 상담하러 입주지원센터에 온다는 얘길 들었다. 어차피 짐도 미리 옮겨놓고 입주 청소도 확인할 겸 토요일에 다시 방문했다. 법무사를 통하면 등기 등록에 필요한 건설사 서류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건설사에서 제공하는 필요 서류는 인터넷에서 발급 신청을 해서 받아야 하고 또 뭐라 뭐라 하는데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대리 수수료가 얼마냐고 물으니 부가세 포함해서 9.9만 원이라고 한다. 경험 삼아서 직접 등기를 등록해보려 했는데 (정 안 되면 대리를 맡기려고 법무통이라는 앱도 설치함), 이 정도면 그냥 여기에 맡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바로 준비해온 서류를 제공했다. 그런데 주민등록 초본에 마지막 주소가 아직 제주여서 입주 신고를 한 후에 초본을 떼 오는 편이 낫다고 한다. 그냥 진행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 주소지를 이전하면 또 수수료를 몇 만 원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전입신고하고 초본을 떼 오는 편이 낫다고 한다. 다시 수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어파트 건너편에 있는 광남동주민센터에 전입신고하고 초본을 떼서 바로 법무사에 서류를 넘겼다. 등기 등록 전에 3억대 아파트는 취득세 약 1.1%를 내야 하고 그 외에 인세와 법무수수료 등을 포함해서 약 450만 원이 필요하다. (보존 등기 후에 등록 절차가 진행될 때 법무사에게 납부하면 된다.)


요즘 아파트는 드레싱룸을 포함해서 웬만한 수납공간은 빌트인 돼있어서 따로 가구를 많이 구입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나름 인텔리의 허세를 보여주기 위해서 알파룸을 서제로 만들 생각이다. 계약하러 와서 내부를 구경할 때부터 그런 모습을 그렸다. 서제를 위한 책장과 책상이 필요하다. 혼자라서 굳이 식탁은 필요 없지만 예전부터 집을 얻으면 카페에 놓인 긴 테이블을 거실 한가운데 놓고 싶은 나름의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가능한 긴 테이블을 구했다. 그리고 몇 가지 물건을 거실이나 방에 배치하려니 장식장이나 거치대가 필요하다 싶어서 또 구했다. 이미 큰돈을 지불해서 여유 자금이 충분치 않으니 인테리어의 일관성은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눈이 가는 비싼 가구는 독한 마음으로 포기했다. 큰 가구는 용인에 있는 스크래치 매장에서 구하고, 작은 가구는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1.8m의 6인승 식탁 겸 테이블 (+ 긴 의자 1개, 작은 의자 3개), 책장 2개, 그리고 거실 수납장을 130만 원 현금으로 구입했다. 테이블과 의자의 정상가는 150~200이 넘는데, 겉보기에 큰 하자가 없는 제품을 모두 합쳐서 130에 구한 거다. 현금으로 지불해서 조금 더 깎았고 배송까지 무료로 해줬다. 손님방에 침대를 놓을 계획은 있지만 안방에는 침대를 놓지 않을 거다. 대신 토퍼 매트리스 깔고 잔다. 그래서 매트리스 옆으로 노트북이나 안경 등의 물건을 놓아둘 장식장이 필요해서 인터넷에서 리퍼 제품을 4만 원대에 구해 놓았다. 다행히 방 사이즈와 딱 맞다. 알파룸 서재의 책상도 4만 원짜리 저가품을 인터넷에 주문했다. 그리고 사정이 생겨서 거실 거치대/장식장을 두 개를 8~9만 원에 인터넷으로 추가 구매했다.

거실에 식탁을 놓았다. (1인 의자는 당장 필요없어서 방으로 보냄), 아직 창문 앞으로 프로젝터 스크린을 놓을 장식장이 안 왔다.

가구 매장에서 구입한 거실 장식장이 생각보다 컸다. 구입할 때는 그냥 허벅지 높이의 뒤가 뻥 뚫린 제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송된 제품은 허리보다 높고 뒤가 막혀있다. 원래 장식장 위에 프로젝터 스크린을 놓을 계획이었는데, 높이가 맞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그래서 스크린을 놓을 장식장을 하나 더 구입한 거다. 그리고 뒤가 막힌 것이 두 번째 문제인데, 원래 거실에는 블루투스 스피커 정도만 놓을 작은 거치대를 고려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설치해서 공유기가 생기고 그 옆으로 애플 타임캡슐을 함께 바닥에 놓으니 지저분해 보였다. TV 장식장 같은 걸 구해서 그위에 공유기와 타임캡슐을 놓을 생각이었는데, 구입한 장식장은 뒤가 막혀서 선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없다. 구멍을 뚫어도 되지만 지저분해질 것 같아서 옆에 공유기와 타임캡슐을 놓을 작은 거치대를 하나 더 구입한 거다. (** 그런데 새 거치대가 들어온 후로 타임캡슐이 사망했다. 계획에 없던 NAS를 또 구입했다.) 인터넷으로 이케아 간접 조명을 두 개 샀는데, 하나는 거실에 다른 하나는 안방에 놓을 생각이었다. 저가품이라 생각보다 조잡하고 스위치가 기둥 중간 어중간한 곳에 있어서 안방 조명은 알파룸에 갖다 놓고 새로운 걸 하나 더 구입했다. 스위치가 바닥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발로 켜고 끄고, 또 매트리스에 누워서 바로 켜고 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입주 전에 시간이 많을 때 이케아 등을 방문해서 아이쇼핑을 해뒀더라면 좀 더 구색을 맞춘 일관성 있는 인테리어가 가능했을 텐데 정도... 참고로, 하남 스타필드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가니 2.7m짜리 테이블을 판매하고 있었다. 보통 매장에서는 보통 1.6~1.8, 조금 크면 2.0m 밖에 구할 수가 없는데... 역시 쇼핑은 이마트에서? 근데 가격이 할인해서 158만 원으로 내가 구입한 모든 가구의 총합보다 더 비싸다. (그래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자제 자제 자제)


다음으로 가전이다. 로컬 매장에서보다 인터넷에서 구입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그럼에도 큰 제품은 로컬 매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설명을 들은 후에 구입하고 싶었다. 냉장고는 매장에서 가장 많이 할인해도 160만 원인데, 인터넷 최저가는 140만 원정도다. 주변 할인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으면 몇 퍼센트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나름 지역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그냥 로컬 매장에서 구입했다. 세탁기와 믹서기를 포함해서 이런저런 카드 혜택을 적용해서 185만 원 선으로 마무리지었다. 요즘 냉장고에는 정수기가 기본 달려있던데 혼자 살면 그냥 마트에서 삼다수를 사 먹는 편이 낫다. 세탁기는 드럼보다 통돌이를 선호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건조기에 대한 미련은 약간 있었지만 집에 아이가 있어서 세탁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일주일에 한 번 함) 그냥 통돌이 세탁기의 몇 배가 되는 제품을 구입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에어컨 없이 지내기로 해서 선풍기는 있어야 한다. 안방에는 잘 때 이용할 거라서 조용하고 리모컨으로 조절이 가능해야 하고, 거실에는 조금 바람이 센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두 대를 매장에서 구입했다 (13만 원). 그리고 입주 초기 가스 배관을 연결하지 않았고 앞으로 두루두루 사용할 포터블 인덕션도 같이 구입했다 (9만 원).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마음 같아서는 편의점에 놓인 대형 전자레인지를 사고 싶었지만, 그냥 25L짜리 전자레인지를 약 16만 원에 구매했다. 그리고 청소기... 크게 어지럽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청소는 해야 한다. 하지만 청소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답은 로봇청소기다. 조금 고민하다가 샤오미 2세대를 41만 원에 구입했다. 물청소 기능이 필요하지 않지만 1세대보다 흡입력과 배터리 성능이 더 좋고, 3세대보단 많이 비싸도 인공지능이 더 좋기 때문에 2세대를 선택했다.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잘 하는데 주말에는 물걸레를 들고 청소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조금 답답하다. 그냥 월/목요일에 두 번 청소하도록 타이머를 맞춰놓고, 주말에는 일반 청소기로 그냥 청소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학교 있을 때부터 취직하면 프로젝터를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취직 후에 쉽게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판교 이주에 맞춰서 저가 모델을 구입했다. 작년 11월 광군제 때 알리바바에서 구입한 걸 이제야 사용할 수 있게 된 거다. (현대 문명의 이기인 TV와 에어컨은 일단 없이 살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밤의 열대야는...)


뒤에서 다시 적겠지만, 싱크대 상판, 팬트리 문, 냉장고 장식장 등에 사용된 회색빛의 나무판넬이 너무 싼 티 난다. 약간 다른 색상이었거나 조금만 더 비싼 제품으로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 인테리어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싼티 나는 합판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 당장 5년이나 길면 10년 내에 인테리어를 다시 할 생각은 없다. 일확천금이 생기더라도 인테리어를 바꾸기보다는 오히려 더 좋은 곳으로 이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런 일확천금의 기회가 단기간 내에 없다. 추가 공사는 하지 않겠지만, 커튼은 얼렁뚱땅 설치했다. 사전점검 때 커튼을 설치하고 사진을 찍어가는 조건으로 할인을 해준다고 해서 (이게 속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냥 입주 전에 커튼부터 설치가 된 거다. 그리고 중문은 여러모로 필요할 듯해서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바로 시공했다. 일반 제품은 유리 종류에 따라서 65~80만 원선인데, 최근 나온 제품으로 110만 원에 설치했다. 굳이 비싼 걸 할 필요는 없었지만 집에 따로 더 투자할 계획이 없고 그리고 괜히 나중에 산 걸 했다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일단 좋은 걸로 했다.


이제 나머지 소소한 침구류나 주방용품, 청소용품 등은 이마트, 롯데마트, 인터넷, 동네 슈퍼 등을 돌아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사 모으고 있다. 제주에 있으면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별로 구입하지도 않았거니와 파견 공백 때문에 사용하던 물건들은 모두 고향집에 버리다시피 놔두고 왔다. 그래서 젓가락 하나부터 테이블과 냉장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새로 구입한 셈이다. 사용하던 노트북과 옷가지를 제외하면 완전히 새롭게 구입한 것들이다. 아직 취득세를 납부하기 전이고, 추가로 구입해야 할 것들이 여럿 있지만, 아파트 대금을 포함해서 총 4억 원정도를 사용하는 셈이다. 요는 대출받는 김에 차도 바꾸자가 아니라, 아파트 구입비에 더해서 세금 포함 1~2,000만 원은 더 필요하다는 걸 애초 계획에 넣어둬야 한다는 거다. 추가로, 부동산비는 주택구입비의 0.4%로 대략 에누리를 제하면 140만 원이다. 앞서 적었듯이 회사 이사지원금으로 대신했다.


아파트를 구입하 것은 그저 자산증식, 과시, 또는 남들이 다 있어서 등이 아니다. 한 곳에 정착해서 출퇴근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애초에 다른 것보다 교통편을 포함한 입지를 가장 중시했다. 단지가 총 702세대로 비교적 소규모인 점과 (1,500세대 또는 최소 1,000세대만 됐으면 하는 아쉬움) 효성 해링턴플레이스가 다른 브랜드보다 네임밸류가 낮은 점이 다소 아쉽다. 대규모 단지라면 관리비 등에서 이득을 볼 수도 있고, 다른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우려도 있으나)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효성이 MB의 사돈기업으로 나름 큰 회사지만 (자기 이득만 챙기지 말고 사돈 좀 키워주지), LG 자이, 삼성 래미안, 대우 푸르지오, 현대 아이파크/힐스테이트, 롯데 캐슬 등에 비해서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다. 건물 자체의 만듦새를 떠나서 자본주의에서 브랜드 파워는 여러 면에서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곳을 선택한 것은 가격이라는 직접 이유도 있지만 교통편이 나름 괜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도어-투-도어로 회사까지 평균 50분 정도 소요되지만, 교통편이 나빠서라기 보다는 연결 편을 기다리는 시간과 판교역에서 걸어가는 시간이 의외로 길기 때문이다. 실제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시간은 총 20분을 넘지 않는다. 단지 앞 정류장에 가면 32번, 32-1번, 320번 버스를 탈 수 있다. 32-1과 320번 버스는 바로 삼동역으로 간다. 하지만 출근 시간에는 이전 정류장 (태전지구 메인 구역)부터 탑승객이 많아서 쉽게 탈 수 없거나 복잡하게 끼어 타야 하는 단점이 있다. 송파행 32번 버스는 삼동역 한정거장 앞까지 운행하고, 광주행은 경기광주역으로 간다. 경기광주역에서 전철을 타면 12분, 삼동역에서는 7분 만에 판교역까지 간다. 경기광주역으로 가면 다음 전철을 탈 가능성이 커지는 단점이 있지만, 32번 버스는 출근 시간에 한산하기 때문에 시간 여유만 갖는다면 공간 여유도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도 단지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역으로 가는 다른 노선도 이용할 수 있어서 교통 입지는 좋은 편이다. 아직은 이용객이 아주 많은 편은 아니어서 경강선의 운행간격은 평상시에는 20분, 출퇴근 시간대는 15분이다. 향후 안양, 광명, 월곶까지 연결되면 경강선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거다.


퇴근길은 조금 단조롭다. 일단 판교역으로 걸어와서 전철을 타고 삼동역에 내려 집까지 약 3.5km를 걸어온다. 35분이면 집까지 오기 때문에 운동량이 부족했던 내겐 적당한 거리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걸으면서 땀을 쫙 빼고 나서 찬물로 샤워하고 은은한 조명의 거실 바닥에 누워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머리를 말리는 것이 나름 소확행이다. 근처에 있는 직원들과 잘 의논해서 출근시간이 맞으면 카풀하는 것도 고려 중인데, 출근시간이 잘 맞을 모르겠다. (처음 2주 동안의 다이내믹했던 출근길 모습을 생생히 적지 못해서 다소 아쉽다.)


자차 출근은 20분이면 충분하다.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은 도로 상황도 좋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신호 막힘 없이 빠르게 출근할 수 있다. 다만 회사 주차장 사정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지금은 일부 자회사가 빠져나가서 사정이 좀 나아졌지만, 앞으로 자동차는 더 늘어날 테고 주차장 사정은 또 나빠질 거다. (주차장 때문에 제주가 그립다니...) 3개월마다 진행하는 추첨에서 당첨이 되더라고 달에 10만 원정도의 주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10만 원이 많은 금액일 수도 적은 금액일 수도 있다. 내게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회사 대출금의 이자에 상응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그리고 만약 집 주변의 로컬 식당이나 매장에서 매월 10만 원어치 물건을 구입한다면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이미 나보다 훨씬 더 부자인 건물주에게 매월 10만 원씩 상납하는 것이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주차료보다는 앞서 얘기했던 퇴근길에 30분씩 걷는 걸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자차 출퇴근이 꺼려진다. 운동을 포함해서 몸을 움직일 기회가 점차 줄고 있는 요즘 하루에 30분간 땀나도록 걸을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좋은 기회다. 차를 이용한다면 운동을 위해서 시간을 따로 빼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맞다면 출근은 카풀로, 퇴근은 전철 + 도보를 꿈꾸지만...


단지 규모와 브랜드 파워가 다소 아쉽다고 말했지만, 집의 만듦새는 크게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디테일을 조금 더 신경썼더라면 하는 것들은 있다. 앞에서 짧게 언급한 싼 티 나는 회색빛 재질이 가장 아쉽다. 벽도 화려하지 않으면서 수수하게 잘 처리했고, 문이나 창틀의 옅은 목재 질감도 괜찮고, 싱크대 하판의 짙은 재질도 다 괜찮은데, 왜 싱크대 상판이나 팬트라문, 냉장고 수납공간과 안방 화장대의 목재는 회색빛 싸구려 재질로 처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색깔만 조금 달랐더라도... 아니면 비용을 조금만 더 들려서 펄 광택의 소재를 사용했더라면... 자비로 다른 재질로 바꾸고 싶지만 꽤 여러 곳에 사용해서 바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인테리어 비용이 평당 100만 원인 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주방 조명 스위치의 위치도 어중간하다. 스위치가 안방에서 멀리 떨어진 현관문 쪽에만 있다. 안방에서 부엌에 가려면 멀리 가서 스위치를 켜야 한다. 스위치를 안방 쪽에 두거나 (현재 구조상 조금 불가능하기는 함) 양쪽에서 켜고 끌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화장대의 스위치도 부엌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어색하다.) 아파트는 공산품에 가까워서 마무리의 디테일을 과하게 요구할 수는 없지만, 구석구석에 작은 것들이 아쉽다. A/S 신청하는 대부분이 그런 디테일을 놓친 것들이어서 더 그렇다. 애초 문제없이 디테일을 챙겨줬더라면 괜히 다시 와서 A/S 하는 수고도 없었을 텐데... (A/S는 발견되는 즉시 바로 접수하고 또 진행상황을 꾸준히 체크해야 함)

기본 인테리어의 저 칙칙한 회색빛은 어쩌란 말인가?

인테리어 업체들과 협의해서 건설사는 건축비를 줄이고 인테리어 업체는 추가 일감을 얻기 위해서 의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싱크대 하단의 짙은 질감은 나쁘지 않은데, 상단은 그냥 나쁘다.


제품 구매와 관련해서 삽질한 에피소드 하나는 그냥 페이스북에 적은 걸 그냥 가져온다.

자석을 붙일 수 있는 글라스 화이트보드를 갖고 싶었다. 인터넷에 찾아봤는데 사이즈가 좀 작은 듯했는데 결국 찾아가 1.5x1.2 사이즈를 찾았다. 다소 비쌌지만 냉큼 주문했다 (23만 원). 일주일이 지나도록 배송을 안 해줘서 글을 하나 남겼는데도 2주가 넘도록 배달해주지 않길래 다시 글을 남겼더니 바로 배송됐다. 전화로 조금 무겁다는 얘길 했는데, 진짜 무겁다. 벽에 고정시키지 않고 이동하면서 적으려 했는데 그냥 작은 방에 뉘어놔야겠다. 음... 자석이 안 붙는 작은 사이즈의 화이트보드를 하나 더 구해야겠다. 이래서 큰 물건은 직접 보고 구입해야...ㅠㅠ 짐이 될 것 같다. 그냥 어느 기관에 기증할까?ㅎㅎ

그리고 프로젝터 스크린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는데, 페이스북에 자세히 적었으니 생략... (페이스북에 스크린을 놓을 장식장을 추가 구매했다고 했는데, 워킹데이 4일이 지나도록 배송되지 않고 있다. 그냥 조금 더 비싸더라도 믿을만한 곳에서 주문하는 데라고 후회된다. 주문내역에 배송료가 50,000원으로 적혀있다. 제품 가격이 5만 몇천 원이었는데... 분명 제품 설명 페이지에는 12,000원이라고 적혀있지만, 왜 저런 터무니없는 가격이 적혀있는 것일까? 물론 나는 무료 배송인 줄 알고 주문했었다. 저런 터무니없는 배송료였으면 그냥 제품값과 배송료를 합쳐서 다른 제품을 구입했을 거다. (답변이 달렸는데 지금 휴가 기간이고 배송료는 12,000원이 맞다고 한다.)


음식물과 생필품은 이마트와 롯데마트를 포함해서 로컬 매장에서 구입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50m 떨어진 곳에 식자재 마트가 있다. 지금까지 100만 원 넘게 구입했다. 침구류, 수건, 수저를 포함한 다양한 주방용품, 세탁세제, 휴지통, 물걸레, 안락의자 밑에 깔 러그... 손으로 꼽을 수 없이 많은 물건을 구입했는데, 게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줄자다. 가구를 사러 가기 전에 방과 거실 등의 치수를 제대로 쟀더라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근데 이미 틀렸다. 미니멀 라이프나 일관되고 조화로운 인테리어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거다.


앞으론 책 보면서 편히 앉을 안락의자, 아이폰과 바로 연결되는 블루투스 스피커 (전원만 켜면 바로 플레이되는 그런 제품을 찾고 있는데... 자동차 내비는 켜면 바로 페어링 돼서 음악이 재생되는데, 그냥 스피커 중에 이런 제품이 있으려나? 추천 좀...), 삭막함을 조금 누그러뜨려줄 식물들, 손님방에 넣을 저가 침대, 그리고 다량의 도서만 더 구입하면 대충 입주 관련된 것은 마무리지을 듯하다.


그냥 간단히 아파트 입주하면서 구입한 물건이나 비용 등을 정리해서 공유하려고 했는데, 며칠째 대하소설을 적는 기분으로 글이 길어졌다. 서두에도 적었듯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결심(과 작은 계기)으로 사는 거다.

입주 전에 여러 가지를 미리 준비하자.

입주 후에도 돈 들어갈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