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알콜중독자가 된 극작가 ‘벤’과 몸을 팔며 돈을 버는 ‘세라’의 이야기다. 주인공 벤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술에 취해 있다. 몇몇 씬에서는 술에 깨어 있으나 그마저도 금주 현상으로 밋밋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다시 말해 모든 장면에서 그는 극단의 상태다.
술에 완전히 절여져 있거나 금주로 사지가 온통 떨리고 노랗게 물들어 말조차 똑바로 하지 못한다.
세라는 반대에 서있다. 깨나 이성적이다.
평범함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삶임에도 이성적인 면을 놓지 않는다.
술을 마시다 죽을 마음으로 라스베가스 길거리를 찾은 벤은 우연히 세라를 만나게 되고, 벤은 돈을 지불하고 그를 집으로 초대해 관계없는 하룻밤을 보낸다.
벤은 술을 마심으로써 자신의 진짜 모습인 불행한 결혼 생활과 자신감 없는 말과 행동을 감춘
인간이고 세라는 포주에게 돈을 벌어다 주려 벗어낸 옷가지들 마냥 인간의 존엄성을
저만치 벗어던진 부류의 인간으로 그들은 마주쳤다.
밤새 그들이 나눈 대화는 관습적으로 숨겨온 서로의 가로 막대로부터 벗어나게 했다.
어디서 비롯됐는지 모르는 막연한 심연에서 서로에게 얇은 세로가 되어 준 셈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세라는 벤을 품는다. 벤은 알콜중독자인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세라는 그에게 위스키 플라스크를 사주었다. 그들은 서로를 다스리지 않았다.
‘I accepted him.'
극 중 세라가 벤을 생각하며 한 독백이다.
그리고 그는 ‘나는 그에게 어떤 변화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 역시도 내게 마찬가지였다.‘라는 말을 한다. 개인 간 특질로 암투하는 오늘날 어설픈 사랑과는 다른 고고함을 느낀다.
거리낌 없이 사랑이란 표현을 쓰고, 감정을 뛰어넘는 표현을 과시하는 요즘 시대의
사랑과는 거리감이 존재한다.
영화는 더욱 빨라진 패러다임의 변화와 달리 사랑의 진정성은
여전히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 보였다.
인간의 연약함과 유한성을 가로지르는 이 둘의 사랑은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대체할 수 없는 불멸성의 가치가 되어주려는 사명감이자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나아가며 서로의 존재를 무한히 사유하는 애틋한 마음이다.
인간의 사랑이 언제나 옳다 말할 순 없지만,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사랑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우리는 아주 얕은 마음으로 너무나 쉽게 타자의 마음을 판단한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