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려면 고망길을 잘 알아야지~
환경단체 1년 차 간사 시절, 회원님들과 정기탐사도 다니고, 환경보전활동도 다녔다. 제주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제주곳곳을 다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집은 함덕. 주로 움직이는 곳은 동쪽과 서쪽. 동쪽일 때도 서쪽 집결지라면 동서를 널뛰는 일정을 소화하곤 했다. 여전히 차량정비소에서는 차를 가지고 택시를 하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하루 운전량이 상당하다.
서쪽 잃어버린 마을을 걷고 돌아 나왔는데 어르신이 나를 부른다.
"김 선생, 고망길 알아?"
"네?"
"고망길 말이야~ 제주에 살려면 고망길을 알아야지~"
고망길의 '고망'은 제주말로 구멍이라는 뜻이다. '고망'낚시라는 말이 있는데, 바위틈의 구멍에 짧은 낚싯줄을 드리워서 '고망'에 사는 녀석들을 낚아 올리는 것이다.
고망길에 대해 인식이 생긴 후로 제주의 길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어디로 가나 막힌 길만 아니라면 제주의 끝은 바다이고, 산을 넘으면 반대편 마을로 넘어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설정하고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가야 할 길과 알려주는 길의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 큰 대로로 안내를 해주니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화면을 조작하여 지도를 옮겨보다 보면, 작은 길이 있음을 확인하고 작은 길로 들어선다.
구도로도 만나고, 임도도 만난다. 이때 가장 두려운 건 반대편 차를 만나는 것이다. 주춤거리지 않고, 지나온 길을 떠올려본다. 후진을 해서 차를 비킬 공간이 있었는지.
고망길에서 만난 대부분의 반대편 차는 마을 분들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렌터카가 들어올 만한 길은 아니다.) 내가 지난 온 길로 후진하여 세울 길이 있으면, 가만히 움직이지 않으신다.
본인이 뒤로 움직여 세울 상황이 된다면 거침없이 후진을 해주신다. 감사의 깜빡이를 켜드린다.
고망길을 통해 옛 마을로 들어가면, 고즈넉한 구도로를 드라이브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큰길의 삭막함은 온 데 간데없고 낮은 집들이 즐비하고 오래된 나무들이 풍기는 포근함에 넋을 놓게 된다.
길을 잘 알아도 새로움을 만나고 길을 잘 몰라도 새로움을 만난다. 제주에선 고망길을 찾아다니다 보면 늘 새로운 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사는 즐거움도 생길 것이다. 단, 나처럼 운전에 두려움이 없는 경우에만 고망길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좁은 길에 막힌 도로를 가다가 후진하여 2킬로미터를 나올 수도 있음을 미리 말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