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툰 시작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

힘들다는 한숨 뒤에 가려진 찬란한 계절에 대하여

by 제주맘스팜

해마다 3월은

설렘보다 무게감으로 먼저 찾아온다.


겨우내 굳어 있던 땅을 살피고,

다시 시작될 계절의 속도에 몸을 맞추다 보면

입가엔 어느새

“힘들다”, “지쳤다”는 말이

한숨처럼 맺히곤 한다.


지난겨울 양배추로 빼곡하던 밭도

어느새 남편이 밭을 갈아 놓았는지

텅 빈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 빈 밭을 바라보며

다시 채워야 할 것들이 떠올라

마음이 괜히 조급해지는 시기다.


참 이상하다.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낼 때는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는데,


막상 시간이 흐른 뒤

뒤를 돌아보면

그토록 고단했던 순간들이

가장 선명한 농도로 기억되곤 하니까.


그때는 보이지 않던 반짝임이

꼭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선명해지는 건 왜일까.


어쩌면

지금 내가 내뱉는

“힘들다”는 말은,


내가 이 계절을

얼마나 온 마음 다해

통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정직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땅 밑에서

뿌리가 내리고,

나무가 물을 끌어올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나는 분명

오늘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서툴렀지만 간절했던 시작,

매일 조금씩 차오르던 햇살,

그리고

이 막막함마저도

‘참 좋았던 시절’이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남을 테니까.


그래서 오늘

나에게 말해본다.


지금의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반짝이는 순간을 지나고 있다고.


결과가 보이지 않아 불안한

이 3월의 하루가,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빛나고 있는

찰나일지도 모른다고.


나중에 내가

가장 부러워하게 될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봐 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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