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사람 대신 평온과 연애하기로 했다

제주의 계절을 닮아가는 법, 뜨거운 기대 대신 다정한 온기로. .

by 제주맘스팜

농산물을 다루며 살다 보니,

자연스레 계절의 속도를 몸소 배우게 된다.

씨앗을 심고 싹이 트기를 기다리는 일에는

억지가 통하지 않는다.


그저 적당한 볕과 바람,

그리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사람 사이의 인연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이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었다.


모든 인연은 결국 '시절인연'이었다.

한때는 스쳐 가는 인연 하나를 붙잡으려

내 온도를 다 쏟아붓기도 했고,

그 갈라진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상처에

밤잠을 설친 적도 많았다.


하지만 흙을 만지며 깨달았다.

때가 되면 지는 꽃을 붙잡을 수 없듯,

가는 인연 또한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나를 설명하고,

감정을 낭비하며 소모되는 일에

더 이상 마음 한 자리를 내어주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관계나,

내 마음의 색깔을 증명해야 하는 인연은

이제 버겁고 피곤할 뿐이다.


대신,

나는 내가 일구는 밭의 고요함과 연애하기로 했다.

굳이 누군가를 새로 들이지 않아도,

내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글을 쓰고,

내가 직접 키운 것들을 갈무리하며

차 한 잔을 비워내는 이 시간이 더 귀하다.


그럼에도 기억하고 싶다.

매 시절의 인연마다

예쁜 마음을 나눌 줄 알았던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이토록 단단해질 수 있었다는 것을.


비록

사람을 새로 만나고 싶지 않은 지금의 마음조차도,

결국은 나 자신과 가장 알맞은 온도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라 믿는다.


이제는 안다.

굳이 누군가를 새로 들이지 않아도,

내 마음의 온도를 지키며 나답게 머무는

이 고요함이 얼마나 귀한지를.


인연의 숲을 지나 비로소 나라는 평원에 도착했다.

나는 여기서,

누구보다 자주 그리고 단단하게 행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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