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온도
가을이라 하지만,
농부의 하루엔 두 계절이 있습니다.
낮에는 여름 한가운데처럼 뜨겁고,
해가 기울면 그제야 가을이 스며듭니다.
이렇게 여름과 가을을 오가며
농부의 하루는 익어갑니다.
오늘도 여자농부는
한라봉 하우스로 출근을 했습니다.
사다리 위 하루,
이젠 두렵지 않습니다.
축축 처진 한라봉들보다
더 버거운 건 한낮의 뜨거운 공기였지만요.
이번 한라봉 매달기는
외국인 이모님들이 함께해 주셨어요.
낮 기온이 그렇게 올라가는데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시더라고요.
어쩜 그렇게 일을 잘하던지,
손끝마다 땀보다 웃음이 먼저 맺히는 하루였습니다.
매달기 작업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농사의 일은 언제나 그렇듯
완전한 끝이란 없지요.
중간중간 또 살펴봐야 하고,
남은 일은 이제 신랑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그래도 한라봉이 맛있게 익어갈 걸 생각하면,
이 더위마저 농사의 일부라 여겨집니다.
햇살 한 줄기, 바람 한 모금에도
오늘의 수고가 천천히 달콤해지는 시간. .
그게 농부의 하루이자,
자연이 건네는 가장 다정한 위로겠지요.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은 지쳐도 마음은 고요해집니다.
농부의 시간은 늘 그렇게
계절과 함께, 자연의 속도로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