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기술 배경과 사회적 요구
급부상하고 있는 NFT시장에서 아티스트는 기존에 진행하던 자신의 작품이 시장에 적합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회화와 조각 등 전통적인 매체를 다루던 작가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질 것이고 반대로 디지털 툴을 다루던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의 출현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전통 매체를 다루는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전통 매체를 다루던 작가들은 실물자산으로 이야기되는 원화를 사진 촬영하여 JPG 파일을 NFT 화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NFT를 위해 실물 원화를 불태우고 그 영상을 공개하여 작품이 유일무이한 단 1점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알리고 영상마저 NFT화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례의 대표주자는 영국의 아티스트 뱅크시(Banksy)입니다.
뱅크시의 원화는 소각되었지만 작품은 JPG 이미지로 남아 NFT 화 하였고 NFT 작품은 대표적인 NFT 거래 플랫폼인 opensea에서 4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레는 국내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지난 8월 44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선화랑이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달래 작가 김정수의 작품을 NFT 화 하였고 추후 경매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는 전통 매체를 다루는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NFT의 개념과 정의를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아티스트는 작품 1점을 완성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긴 시간 동안의 노고를 1장의 사진을 위해 소각한다는 것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아티스트는 소각되는 작품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했었을까요? 뱅크시의 경우 실물자산인 원화 작품을 소각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NFT와 실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가치는 주로 물리적 그림에 있을 것이다. 실물을 제거하면 NFT가 대체 불가능한 진정한 작품이 되고, 물리적 그림의 가치는 NFT로 옮겨올 것이다.”
뱅크시의 이야기처럼 실물자산과 NFT 작품이 동시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뱅크시의 작품은 판화로 작품의 질감이 회화와 다르게 플랫한 형식이며 현재 미술 시장을 비판하는 뱅크시의 사회운동가적인 세계관을 생각한다면 NFT 시장이 성숙되는 과정 중 이벤트적인 요소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전통 매체를 다루는 아티스트가 NFT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리 잡는 것은 위험합니다.
작품을 위한 작품이 아닌 NFT를 위해 원화 작품이 수단이 되어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전통매체를 다루는 아티스트들은 NFT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입을 위해 NFT 기술의 발생 배경과 사회적 요구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