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주 숲의 매력을 만끽 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
해발 600~800m 국유림 일대를 둘러싼 일제 강점기 병참로(일명:하치마키도로)와 임도, 표고버섯 재배지 운송로 등을 활용한 숲속 트레킹 코스. 2010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하여 현재 총 5개 코스 약 60km 구간이 운영되고 있다. 한라산 둘레길 홈페이지 참고
· 천아숲길 : 천아수원지 ~ 돌오름 10.9km
· 돌오름길 : 돌오름 입구 ~ 거린사슴오름 입구 5.8km
· 동백길 : 무오법정사 ~ 돈내코 탐방로 13.5km
· 수악길 : 돈내코 탐방로 ~ 사려니오름 16.7km
· 사려니숲길 : 사려니숲 입구 ~ 붉은오름 10km
제법 쌀쌀한 제주의 아침을 맞이하며 한라산 둘레길 돌오름길코스를 다녀왔습니다. 물론 혼자 말이죠.
고요한 숲속을 이른 아침 혼자 걷는 기분은 상당히 오묘합니다. 이 넓고 깊은 공간이 오롯이 나의 것이라고 느껴질 때면 기분이 좋다가도 울창한 삼나무 숲속에서 나 홀로 어둠과 맞서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밀려오는 두려움과 싸워야 하니까요.
동틀 녘 협재에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돌오름길 입구에는 생각지도 않던 하얀 눈이 저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사실 반긴다기보다는 오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죠. 애매하게 내린 눈은 길을 미끄럽게 만들어버리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산행을 멈출 수는 없기에 최대한 신경을 쓰며 길을 나서봅니다.
돌오름길은 다른 한라산 둘레길 코스들에 비해 거리가 짧으니 도전해볼 만하니까요.
다행히도 막상 걸어보니 돌오름길은 지난번 걸었던 동백길보다 상당히 무난한 난이도의 코스였습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건천의 수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 만났던 곳들도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았으니까요.
* 건천 : 제주의 계곡은 대부분 건천입니다. 비가 많이 왔을 경우에만 물이 흐르고 평상시에는 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화산활동이 만들어낸 신기한 모습의 바위들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숲길에 다양한 볼거리들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 용바위(아래 사진)
돌오름길의 하이라이트. 용의 비닐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돌오름길은 시작점인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부터 종착지인 돌오름입구까지 약 6km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오거나 종착지에서 이어진 천아숲길을 이용해 천아숲길(애월방면)까지 걸어갈 수 있습니다.
입구에 차를 세워둔 저는 왔던 길을 되돌아 시작점으로 돌아왔죠. 돌아올 때는 갈 때보다 시간이 단축되었던 것 같아요.
노루 몇 마리를 만났던 것이 전부였던 가던 길과 달리 오는 길에는 숲길을 걸으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네요. 어색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가는 저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해주셔서 어찌나 부끄럽고 또 감사하던지 몰라요.
다음번 둘레길을 걸을 때는 먼저 인사하는 제주앓이가 되어야 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sEHvKyO-Vk&t=24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