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주앓이 Sep 23. 2021

혼맥의 품격 5

한정판의 추억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


한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물건의 가치가 상승하고 소비자의 구매 욕구는 상승한다. 주로 값비싼 패션 아이템이나 피규어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한정판은 맥주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관대한 술값 지출로 혼맥러의 지갑 사정은 늘 보릿고개이지만 가끔은 못 이긴 척 호기심에 이끌려 한정판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한정판의 가격은 조금 비싼 편. 빈티지 와인처럼 말이다)


한정판 맥주들은

특정 시기에 생산되거나, 

특별한 홉을 사용하여 만들었다거나, 

계절의 특성에 잘 맞도록 필터로 한번 걸러내거나 

혹은 걸러내지 않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후 탄생하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물량이 한정되어 있는 한정판 녀석들은 요즘 같은 맥주 전성시대에도 시중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여 주류 전문 보틀 숍에 일부러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무거운 맥주병을 고이 들고 서울에서 집으로 오는 광역버스에 오를 때는 맥주 한 잔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홀로 보내는 주말 밤, 특별함이 간절할 때  'LIMITED'라는 단어가 선물하는 즐거움은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한정판 맥주 추천


◾ 구덴 카를루스 인덜전스 2017 쿠베 소베쥬

Gouden Carolus Indergence 2016 Cuvee Sauvage

벨기에/ 헤트 앙케르&분 브루어리 콜라보/9.5ABV/ 블론드 에일

샴페인을 연상시키는 보틀이 아름다운 이 맥주는 2015년부터 매년 한정판으로 생산되고 있다. 향기는 우아하게 상큼하다. 색은 샴페인보다 조금 진하며 음미하면 여러 가지 과일 맛들이 차례로 혀끝을 지나쳐 간다. 꽤나 드라이하며 도수는 9.5%로 낮지 않다. 750ml 큰 보틀에 담겨 있다. 혼자 꿀꺽꿀꺽 마시다가는 다음날 홀로 쓸쓸하게 숙취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Cuvee : 와인의 품질 또는 2차 발효를 하기 위해 섞인 와인을 뜻하는 말

◆ Sauvage : 야생의 라는 뜻

크래프트 비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구덴 카를루스 클래식을 한 번 정도 마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맥주 맛이 아닌 상큼한 과일향과 함께 코끝이 찡한 시큼한 맛과 달콤한 맛이 공존하는 상당히 샴페인스러운 맥주라 나도 처음 마셨을 때 적지 않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맥주 순수령(1516년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가 맥주의 원료를 물, 맥아, 홉으로 한정한 법) 덕분에 교과서적인 맥주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독일과는 달리 벨기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맥주가 생산된다. 구덴 카를루스 역시 벨기에 태생. 구덴 카를루스는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카를 5세가 즐겼던 맥주를 생각하던 헤트앙케르 양조장의 대표 맥주다. 헤트앙케르 양조장은 구덴카를로스 클래식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매년 한정판으로 생산되는 구덴 카를루스 인덜전스 라인이다.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즐거움을 만들라는 의도로 만들어진 맥주답게 일반 맥주들과는 확연히 다른 맛과 향을 자랑한다. 이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맛의 비밀은 혼합인데, 분 부르어리의 3년 숙성된 자연 발효 맥주인 람빅(시큼하고 달콤한 과일 맛 맥주)과 스페셜 레드가 가 운명적 만남의 주인공이다.(그래서 이름도 샴페인과 야생이라는 뜻의 단어가 사용되었다.)


◾ 칼스버그 리버풀 에디션

Carlsberg Liverpool Editopm

덴마크/칼스버그 브루어리 /5 ABV/Pilsner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균형 최고인 유러피안 라거. 어떤 상황에서도 실패할 일 없는 균형감 최고의 맥주. 적당히 고소하고 향긋하며 청량하다.

칼스버그의 상징은 초록색. 군더더기 디자인 없는 초록색 캔에 새겨진 칼스버그와 덴마크 왕실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런 칼스버그가 후원하는 잉글랜드 축구팀 리버풀. 2020년 리버풀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기념해 상징적인 초록색 옷을 벗고 강렬한 팀의 상징색인 레드로 갈아입은 한정판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구입해 마시고 버린 한정판 칼스버그 캔. 그 빨간 유혹이 오늘 밤은 무척이나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맥의 품격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