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 강습에 늦지 않으려는 의지는 강했다. 여독이고 뭐고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은 이미 떠졌다. 거실로 내려가 다른 강습생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해변으로 향했다. 언제 들어온 것인지 차 안에는 모기들이 가득했다. 몇 마리 정도가 아니고 정말 가득했다. 이동하는 내내 모기를 쫓아야 했다.
드디어 해변에 도착했다. 검은 모래, 잿빛 바다, 불규칙적인 성난 파도. 야자수 늘어진 낭만적인 발리의 해변을 상상했던 나는 많이 놀라 수밖에 없었다.
“언니 여기 좀 그렇죠?”
미소가 예쁜 오늘 처음 만난 동생은 실망하는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발리에 도착해 처음으로 맞이한 따뜻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바다는 전쟁터와 같았다. 초보인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파도가 계속 밀려왔기 때문이다. 미처 피하지 못한 순간 짐짝처럼 물속에 내동댕이 쳐졌다. 강습이 끝날 때쯤 돈 들여 생고생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욕하고 있었다.
기진맥진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육체와 영혼이 탈탈 털린 기분이었다. 이 최악의 기분을 공유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다들 약속이 있다며 각자의 길을 가 버렸다. 하는 수 없이 혼자 점심을 먹으러 카페로 향했다. 나도 모르게 외롭고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시원한 한 모금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에 어두웠던 내 마음에 환한 불이 켜진다. 오늘의 이 한 잔으로 내일은 더 행복할 수 있기를…
서퍼들의 맥주 빈땅
인도네시아/필스터/4.7
덥고 습한 날씨에 어울리는 청량한 맛의 맥주. 굳이 찾아 마실 정도의 맛은 아니지만 발리 해변가에서 마신다면 분위기에 취해 최고의 술이 되어준다. 국내에서는 2018년 정식 수입되었지만 현재는 쉽게 찾기 어려운 나름 레어아이템이 되어 버렸으나 우리나라 유명 서핑스폿인 양양 비치 클럽 등에서는 나름 인기있는 맥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