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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Oct 05. 2022

발리에서 생긴 일 1

인생 터닝 포인트를 꿈꾸며

이번 여행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지난 몇 년간 나의 삶은 인간관계, 커리어, 연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암흑시대였다. 덕분에 혼맥의 시간은 잦아졌지만 우울감과 함께하는 음주는 끝에는 늘 공허함이 남았다.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했다. 


그렇게 떠난 발리 여행. 정확히는 서핑 트립이었다.


나는 서퍼가 되고 싶었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싶었다. 여행이 끝나면 언제나 바다와 함께 할 수 있는 곳 제주로의 이주 계획도 세웠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이보다 더 이상 바닥을 칠 수도 없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인생의 상승곡선만 그리면 된다 믿고 발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밤 9시가 다 된 시간. 쾌적하지 않은 습한 공기와 이국적인 향기를 맡으며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자들과 호객꾼으로 공항 분위기는 정신없었다. 다행히 예약해 두었던 한인 서핑 캠프 픽업차량을 빨리 찾을 수 있어 북새통을 금방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숙소에서 주인장과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늦은 시간이라 피곤해 보였지만 일단 첫인상은 좋은 분 같았다. 앞으로 지내게 내 방은 1인실 2층. 이주 동안 지낼 짐이 꽤 많아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다. 짐을 대충 풀고 잘 준비를 마친 뒤 넓은 침대 위에 누웠다. 커다란 팬이 돌아가고 있는 천장을 보고 있자니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도 여행 첫날인데 그냥 자는 것은 너무 아쉽지 않은가.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역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맥주 친구들이 있었다. 망설임 없이 덥석 한 병 집어 들었다. 다행히 계산은 나중에 알아서 하면 된단다.


내일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15분. 이미 자정을 넘긴 시간이니 내일이 아닌, 조금 있다가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조금 아쉬웠다. 제약이 있으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법. 한국에서 별생각 없이 마시던 빈땅맥주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아쉬운 한 병을 다 마시니 그제야 나의 발리 여행이 진짜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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