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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Nov 15. 2019

저녁에 가볼 만한 제주 바닷가

PM 18:00 바다 

나를 위한 조용한 응원이  필요할 때는 제주의 저녁 바다를 찾아 보세요.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잔잔한 위로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큰엉 (2015)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순간이 어느새 부터인가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2018년 10월 어느 날, 협재의 저녁 바다가 저에게는 그런 존재랍니다.
   
그날은 일부러 바다에 갔던 것은 아니었어요. 주차할 공간을 찾아 의도치 않게 가게 된 거였죠. 마침 저녁을 먹으러 갔던 딱새우 요리집에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았답니다. 일단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서둘러 내렸죠. 배가 무척이나 고팠거든요. 


협재 해변 (2018)

                                                                                                      

그런데 어디선가 사람들의 감탄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어요. 그 순간은 궁금증이 배고픔을 잠시 이겼던 것 같아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해가 지고 있는 해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답니다.

수평선 아래로 조용히 사라지는 태양,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비양도. 그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까요. 아마 감정 없는 로봇이 아닌 이상 불가능했겠죠.


새연교 근처 (2013)

                                                                                             

당시는 틈만 나면 제주를 찾았었어요. 제주를 워낙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제주의 아름다움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것을 봐 놓고도 기억하지 못했던 걸 보면 말이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2주간 지독히도 저를 괴롭히던 두통의 원인이 뇌출혈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에요.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일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답니다. 어디를 가든 조심 또 조심해야 했고, 잠깐의 외출에도 쉽게 지쳐버리고 말았지요. 제주 여행을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죠. 저에게는 일상의 한 부분이자 삶의 활력소였던 제주도 그렇게 점점 멀어져만 갔습니다. 
   
인생이 정지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쉽게 털어버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일부러 수술 이전의 생활을 떠오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자연스럽게 제주에 대한 기억들도 당분간은 접어두자 다짐을 하곤 했죠. 하지만 그 와중에 가끔씩 생각나는 장면이 있었답니다. 


바로 아프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가을 저녁, 협재 해변의 모습이었죠.


한담해안산책로 (2015)

                                                                                

아마도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엄청난 사건의 폭풍 전야, 그 평온함을 저는 무의식 속에서 계속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런 거창한 경험담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제주의 저녁 바다는 하루 중 가장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에요. 빛과 어둠의 교차점. 오후의 분주함이 사라지며 밤의 적막함이 시작되려는 장소이기도 하죠. 낮과 밤이 함께 휴식하는 평화로운 그곳에서 여행자들의 마음도도 덩달아 차분해지는 거겠죠.


문섬과 저녁바다 (2013)

                                                                                      

유난히 복잡한 마음에 조용한 위로가 필요할 때에는 제주의 저녁 바다를 찾아 보세요. 그 시간은 비록 잠시일지 몰라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잔잔한 위로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인생의 큰 폭풍을 이겨내고 있는 여행자에게 오랫동안 큰 힘이 되어준 그 저녁 협재해변처럼 말이에요.

                                                                                                   

마음의 평온이 필요할 때 가보면 좋을 
제주의 저녁 바다

                                                                                                   

· 협재해변
제주의 아름다운 저녁 하늘과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근처에는 맛집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식사하러 가면서 겸사겸사 들를 수 있다는 것이 또 큰 장점이지요.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아름다운 실루엣을 뽐내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비양도의 모습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을 멋진 장면을 선사해줄 거예요.

                                                                                        

· 서귀포 새섬
야경 명소로 잘 알려진 새연교를 건너면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새섬이에요.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는데 가볍게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죠. 저녁시간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걷고 난 뒤, 다시 다리를 건너 패류화석산지쪽으로 이동하면 비교적 한적해지는데요, 하나 둘 불빛과 함께 어두운 수평선을 수 놓는 고기배들과 함께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은 곳이랍니다. 

                                                                                                    

· 모슬포항근처
모슬포는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지만 정작 바다는 보지 않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경우가 많지요. 사실 모슬포항은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곳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모슬포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 하모해변쪽으로 이동하면 한적하고 예쁜 해변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가보길 추천해요.

                                                                                                   

· 큰엉해안경승지
큰엉은 커다란 언덕 또는 동굴이라는 뜻이라고해요. 큰엉산책길은 아찔한 해안 절벽을 따라 걷기에 더스릴이 느껴진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줏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노래를 들으며 제주의 하루를 마무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 박수기정
보일 듯 말 듯 석양을 숨기는 거대한 병풍 박수기정, 이 거대한 해안절벽은 바가지로 마실 샘물시 솟는 절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박수기정과 고요한 포구에 모습은 저녁에 마주하면 평화로운 모습 그 자체랍니다. 조용한 저녁산책을 즐기고 싶을 때 가보면 좋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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