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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Nov 14. 2019

제주에서 더 맛있는 혼밥 2부

PM 17:00 저녁

성산 스탭밀 (2018)

                                                                                                       

이제 제주에서는 무엇이든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합니다. 더운 여름 판포 포구에서 스노클링 하기, 야심한 밤 법환포구에서 스케이트보드 타기, 이른 아침 지미봉에서 일출 보기 등등. 육지라면 혼자 하는 것이 어색한 일들도 제주에서는 문제없어요. 어디서 샘솟는지 알 수 없는 용기가 생기거든요.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일이랍니다. 


제주시 송키(2018)

                                                                                                    

만약 관광지에서 혼자 해결하는 식사에 난이도를 정해야 한다면. 점심이 ‘중’, 저녁은 ‘중상’ 이상은 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나마 점심시간에는 근처 직장인들의 혼밥 무리에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하지만 그들이 퇴근한 저녁시간이 되면 상황은 각박해집니다. 과장 조금 보태 정말 야생에 남겨진 나약한 인간의 모습 그 자체인 것만 같이 느껴진다니까요.

다정한 연인, 행복한 가족, 신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조용히 저녁 식사를 하고 있노라면 없던 외로움도 생기기 마련이더라고요. 혼자 하는 제주 여행에서 가장 난처한 부분이었답니다.


협재 마담나탈리소셜클럽 (2018)

                                                                                                   

처음에는 그런 감정들을 술 한 잔을 친구 삼아 해결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점점 식사보다 알코올이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식사 대신 맥주를 마시며 깊어 가는 제주의 밤을 홀로 즐겼죠. 하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술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어요. 술이 술을 불러 혼자 취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일단 숙소에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도 문제였고요. 
   
다행히 혼밥 환영의 트렌드는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덕분에 혼자 편하게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술 없이도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고, 든든한 몸과 마음으로 숙소로 향합니다. 


애월 신의한모(2019)

                                                                                      

저녁시간 제주에서 편하게 혼밥을 하기 위한 작은 팁이 있다면,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시간에 바로 방문해야 한다는 거예요. 대체적으로 오후 5시 정도가 될 텐데, 다른 손님들 눈치 보지 않고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식사에 어울리는 맥주 한 잔은 분위기 있는 저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어 줄 거예요. 나를 위한 선물로 한 잔 주문해 보자고요. 물론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되는 거 아시죠?

                                                                                                  

제주에서 혼밥하기 좋은 곳 추천 (저녁 편)

                                                                                           

· 세계의가정식(서귀동 298-5)
서귀포시에 위치한 이름 그대로 세계의 모든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에요. 주마다 바뀌는 메뉴는 다음번 방문을 기대하게 만들죠. 셰프 혼자서 운영하시는 곳이라 가끔 영업시간이 변동되기도 하니 SNS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 리하의커리
조천리에 위치한 인도 카레 전문점이에요. 작고 예쁜 건물이 인상적인데, 실내도 정말 아담하답니다. 나 홀로 분위기 있게 먹는 카레는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이곳은 너무 늦은 시간까지는 영업을 하지 않아요. 재료 소진 시 까지만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방문 전 전화 확인은 필수랍니다.

                                                                                                    

· 카페데바
한림 해안 도로에 위치한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분위기 있는 카페 겸 밥집이에요. 손맛 좋은 주인장이 시즌별로 준비한 식사 메뉴는 푸짐하기도 해서 나 홀로 여행자들의 헛헛한 몸과 마음을 채워주기 딱이랍니다.

                                                                                                   

· 비스트로낭
중문 근처에 위치한 예약제 식당이에요.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전화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단 예약에 성공하면 혼자서도 분위기 있는 곳에서 맛있는 이태리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 듀크서프비스트로
혼자 재빠르게 먹고 빠지기에 좋은 메뉴로 타코 만한 것이 없어요. 이곳의 피시 타코는 셰프님께서 직접 아침마다 제주바다에서 잡힌 신선한 생선으로 만드시기 때문에 신선함이 남다르죠. 서핑의 성지 중문답게 서핑 용품으로 디자인된 실내는 구경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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