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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Nov 15. 2019

어둠 아래 더 빛나는 제주 야경 명소

PM 20:00 야경

제주의 야경은 가지각색,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져요. 그리고 그 모습을 하나하나 수집해 가는 재미는 제주 여행자들의 큰 기쁨 중 하나랍니다.
이중섭 거리의 밤 (2013)

                                                                                                    

홀가분, 자유, 편안함, 여유, 


제주를 혼자 여행하면서 주로 느끼는 감정들입니다.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죠. 그렇다 보니 가끔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제주에서의 시간들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래도 굳이 옆에 누군가가 있었으면 하는 순간을 꼽아야 한다면, ‘어둠이 내린 밤, 야경을 찾아 길을 나설 때’인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것은 누군가와 함께해야 더 크게 느껴지는 법이거든요.


제주시 탑동랜드 (2019)

                                                                                               

얌전히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하기에 제주의 밤은 너무나 낭만적입니다. ‘제주도 푸른 밤’  노래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잔잔한 파도가 치는 해변과 칠흑 같은 어둠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불빛, 그리고 행복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함께 만들어 내는 제주의 밤 풍경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지요.


서귀포 야경 (2017)

                                                                                               

저의 첫 제주 야경과의 만남을 기억해 봅니다.  2013년 어느 가을날. 중위 계급장을 단 여군 아가씨는 첫 나 홀로 여행을 떠납니다. 제주로 말이죠. 군 생활 1년 만에 쓴 휴가였기에 2박 3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어요. 허투루 보내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마치 훈련소 일과처럼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올레길을 걷고, 다 걷고 나서, 또 다른 곳에 걸어서 가고 바쁜 일정은 빡빡하게 계속되었죠. 저녁이 되자 온몸이 쑤시고 아팠답니다.


새연교 야경 (2014)

                                                                               

하지만 약해지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다시 외출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섰답니다. 서귀포에서 꼭 보아야 한다는 새연교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 말이에요. 도착해보니 가을밤이라 그런지 낮과는 달리 제법 선선한 기운에 몸이 오슬오슬 떨려왔어요. 모처럼이라 하늘하늘 원피스까지 챙겨 입었는데 말이죠. 서로를 끌어안은 연인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해 보이는 가족들 사이에서 꿋꿋이 혼자 보았던 그날의 밤 풍경. 안타깝게도 인생 최고의 순간은 되지 못했어요. 잘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처음이란 것은 늘 특별한 법이죠. 지금도 가끔 그때 그 추위와 적막함이 떠오른답니다.


천지연 폭포 야경 (2014)

                                                                                         

그동안 제주를 여행하며 보았던 수많은 밤의 모습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도착하면서 마주한 창밖 풍경입니다.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는 마치 밤하늘과 같았고 떠다니는 고깃배들은 반짝반짝 별처럼 빛나고 있었어요. 착륙을 위해 이리저리 각도를 트는 비행기 안에서 손만 뻗으면 그 별들에 닿을 것만 같았죠. 착륙을 조금 늦게 하면 안 될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답니다. 제주에 가까워지는 그 순간이 그렇게 안타까웠던 적은 그날 밤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보통은 빨리 도착하기를 바랐는데 말이죠. 


비행기에서 바라본 제주 밤바다 (2019)

                                                                                  

한적한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조용한 밤바다, 출항 준비로 정신없는 항구의 밤,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식당들의 불야성, 일찌감치 불이 꺼진 작은 마을의 고요한 밤까지 제주의 야경은 가지각색,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하나하나 수집해 가는 재미를 느끼는 것은 제주 여행자들의 큰 기쁨 중 하나랍니다. 

다음번 만나게 될 제주의 밤은 또 어떤 모습일까요. 문득 궁금해지는 육지의 밤입니다.

                                                                                                   

어둠 아래 더 빛나는 제주의 야경 명소들

                                                                                                    

· 탑동 광장
제주시 공항 근처에 위치한 탑동 광장은 바다, 호텔, 식당, 놀이공원까지 모두 위치해 있는 전형적인 관광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에요. 다소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이 다 함께 모여 만들어내는 제주의 밤 풍경에서는 활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답니다.

                                                                                                   

· 새연교와 서귀포항
서귀포시 천지연폭포와 새연교는 야경으로 유명한 곳이죠. 특히나 새연교는 가까이 가서 보는 것도 좋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더 근사하답니다. 새연교 가는 길에는 밤이면 출항 준비로 분주한 서귀포항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칠십리교 다리와 새연교에서 그 활기찬 풍경을 볼 수 있어요.

                                                                                                     

· 우도 산호 해변
우도의 밤은 일찍 찾아옵니다. 본섬으로 향하는 마지막 배가 떠나고 나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어둠이 찾아오는데요. 해변에서 바라보는 성산 일출봉과 한라산의 실루엣, 그리고 마치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빛나는 건물들의 불빛은 오래도록 기억될 제주의 야경으로 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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