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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Nov 16. 2019

제주의 아쉬운 밤을 위로해줄 한 잔

PM 21:00 한잔

여행자들은 밤의 한 잔을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 아니에요.
하루의 마침표를 찍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죠.
그날의 딱새우 찌개 (2018)

                                                                                                   

그날 밤은 귓가를 맴도는 파도 소리가 참 잔잔해서 좋았어요. 조금 추웠지만 창문을 살짝 열어놓길 잘했다 싶었죠. 기분 좋은 소리에 자는 듯 아닌 듯 기분은 몽롱한데, 눈 앞은 뿌옇더라고요. 여기가 꿈 속인가 싶었죠. 그러다 번쩍 뇌리를 스쳐가는 무언가가 있었답니다. 바로 한 잔만 더 하자며 몇 시간 전 레인지 위에 올려둔 딱새우 찌개였죠.

순간 상황은 촌각을 다투었고, 후다닥 일어나 냄비를 열었어요. 그랬더니 국물은 온데간데없고 지옥에서 갓 올라온듯한 시꺼먼 딱새우 한 마리가 절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덕분에 다음날 아침은 냄비에 달라붙은 딱새우를 떼어내느라 한 고생을 했답니다. 그래도 불이 나지 않은 게 어디예요. 조금만 늦었다면 정말 제주에서 큰 사고를 칠 뻔했죠. 
   

그 후로 다짐했답니다. 제주의 밤에 한 잔은 있어도 한잔 더는 없다고 말이죠. 


맥주 한 잔 (2018)

                                                                                       

평소 음주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깊어가는 제주의 밤을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쉽게 느껴질 거예요. 소주, 맥주는 물론 각종 과실주에 막걸리까지 오직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알코올들이 애주가들을 유혹하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과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특별한 안주가 없어도 그날의 술자리를 최고로 만들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답니다. 생각만 해도 행복한 제주의 밤 풍경이죠


제주의 막걸리들 (2018)

                                                                                                      

물론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요. 여행자들에게 밤의 한 잔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에요. 하루의 마침표를 찍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죠. 그러니까 꼭 술을 마실 필요는 없어요. 물 한잔도 의식을 치르기에 충분하답니다.
 
추운 겨울날에는 따뜻한 차 한잔,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탄산음료 한 캔을 마시며 마무리하는 제주의 하루. 깊어가는 밤과 함께 더욱 아쉽게 느껴질 것만 같아요.

우리의 제주는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니까 말이죠.


                                                                                          

제주의 아쉬운 밤을 위로해줄 알코올 3인방


                                                                                                    

· 막걸리
유산균을 넣어 요구르트를 연상시키는 맛부터, 감귤, 한라봉, 우도 땅콩까지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만나 볼 수 있어요. 대체적으로 달콤하고 고소해서 여행지 분위기 느끼며 가볍게 한 병 마실 수 있어 좋지요. 일부 제품은 양조장이 육지인 경우도 있으니 제주에서 만든 막걸리에 집착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제조한 곳을 꼭 확인해 보세요.
가격 : 1병 2000원 이하

                                                                                      

· 과실주
귤이나 한라봉을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과실주들. 맛은 과일처럼 새콤달콤 주스 같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의외로 도수가 높은 술이랍니다. 숙면을 위해서는 적당한 안주와 함께 작은 작으로 세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아요.
가격 : 6000~ 7000원 선

                                                                                               

· 맥주
물 맑은 제주에서 직접 생산하는 맥주를 맛볼 수 있어요. 육지에서도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시판 맥주들보다 조금 비싼 것이 흠이지만 한 캔 가볍게 마시며 깊어가는 제주의 밤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친구가 없답니다.
가격 : 3000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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