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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Jul 28. 2018

내가 제주를 여행하는 이유

PM 22:00 단잠

제주가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은 비록 작은 것이지만 참 든든합니다. 지친 일상이 버거울 때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으니까요.


밤이 깊은 제주, 침대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바라봅니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겠군요. 오늘 어디가 재미있었는지, 어떤 음식이 가장 맛있었는지 같은 이야기들 말이에요. 하지만 홀로 침대에 누워있다면 지쳐 잠들지 않는 이상, 금방 잠이 드는 일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고요함 속에서 자꾸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르거든요. 어느날은 문득 며칠전 지인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답니다.


왜 그리 자주 제주를 가세요?
그 가격이면 동남아 여행 두 번을 가겠어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저는 그냥 편해서 가는 것 같아요.


제주여행을 주제로 SNS활동을 하면서 많이 듣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솔직히 휴가철 제주의 물가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죠. 항공료, 숙박, 렌터카까지 대부분의 비용을 평소보다 최소 1.5배 이상 지불해야 하니까요. 다 따져보면 결국 동남아시아 리조트에서 럭셔리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가격이랑 비슷해져 버려요. 그러니 보다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들은 선택은 제주보다는 해외가 되는 것이죠.



아름다운 섬 제주

여행 경비 문제를 잠시 잊는다면, 휴양지로서의 제주는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에매랄드빛 바다를 섬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싱그러운 오름과 곶자왈에서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으니까요. 제주의 자연환경은 세계적으로도 가치 있는 것이어서 일출봉, 만장굴, 비양도 등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답니다. 제주도는 그야말로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섬 자체가 보물인 아름다운 곳임에 틀림없죠.



제주가 좋은 이유

이제 제주에 더 이상 볼 것이 없지 않아요? 이제 내려오셔도 심심하지 않나요?  
오름만 300개가 넘는데 저는 이제 50개 정도밖에 못 올라봤고요.  올레길도 완주를 못했고 또...


문득 이런 대화를 주고 받다보니 그렇게 제주여행을 자주 다녔으면서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쯤이면 제주의 모든 명소 정도는 돌아봤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동안 찍은 제주여행 사진을 정리하다보면 계절마다 같은 장소를 연이어 방문한 흔적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추구하는 제주의 매력은 새로운 장소에 대한 신기함과 놀라움이 아닌, 늘 다녔던 장소에서 느끼는 익숙함과 편안함이었던것 같아요.



'제주앓이' 중인 사람들 

2013년 가을, 저의 제주앓이가 처음 시작되었죠. 홀로 찾았던 제주에서의 첫날 밤. 허름한 모텔에서 잠을 청하면서도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그 감정에 이끌려 지금까지 매달 제주를 찾는 여행자가 되어 버렸답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365일 제주 앓이에 시달리는 여행자들은 오늘도 잊을 수 없는 익숙함과 포근함을 찾아, 또다시 제주로 향하고 있으니까요.



제주를 즐기는 방법

제주는 한 없이 자애로운 어머니와 같은 섬입니다. 우리는 늘 그곳에서 안정감을 느끼니까요. 그렇다고 지루한 곳은 아닙니다. 같은 나라지만 육지에서 느낄 수 없는 이국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제주는 호텔 카바나에 누워 칵테일 한 잔만 즐기기에는 아까운 섬입니다. 그러니 한 번 쯤은 조용한 바닷가 펜션에 머물며 산책을 즐기고 이른 아침 인적 없는 오름에 올라 그 평화로움을 느껴보세요. 소문난 맛집도 좋지만 가끔은 관광지를 벗어나 조용한 마을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게 제주의 일상에 잠시나마 녹아드는 거죠. 


제주가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은 비록 작은 것이지만 참 든든합니다. 지친 일상이 버거울 때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으니까요.


제주는 우리에게 그런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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