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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Jun 26. 2023

아내는 감자(지슬)를 손맛으로 캔다

" 월말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데, 시간이 없어서 어떻게 하지? "

" 감자는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을 하라고 하던데.."

6월 중순이 넘어서면서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올해 처음하는 감자농사다. 내가 먹고 싶어서다. 수확해서 가족들한테 나눠주고 내가 먹을 정도면 된다. 나중에 수확을 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게 100여알이 안되게 심었다. 감자꽃도 이쁘게 피고 지는데 언제 수확해야 할지를 몰라서 고민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감자수확시기에 대한 결론은 아래와 같았다.


" 감자는 심어서 90~100일 사이에,
절기상 하지를 지나서 장마가 오기전에 수확을 하라"


게으른 농부가 풍문에 의해서 이작물 저작물을 심다 보니 감을 잡기가 어려운 게 농작물의 수확시기다. 심는 시기가 각자 다르고, 작황에 따라 작물의 성장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확시기를 잡는 게 쉽지 않다. 일단 기준만 참고할 뿐이다.  

경험에 의하면 수확시기를 놓치면 농작물의 제 맛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른 수확은 아직 작물의 맛이 들기 전이라 작물마다의 고유한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늦은 수확도 문제다. 씨가 생겨버리거나, 작물이 굳어져서(세버려서) 먹기에 적당하지 않은 경우가 나온다. 작물 수확시기가 오면 우리 부부가 종종 논쟁을 하는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제주는 6월 25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러나 아내의 일정은 25일까지도 빽빽이다.


" 나 혼자 가서 감자를 캐지 뭐.." 뺄 수 없는 일정 때문에 내가 스스로 봉사할 것을 공표했다.

" 안돼, 내가 같이 가서 해야지. 그리고 혼자 가면 심심하잖아? " 아내의 반박성명과 근거 없는 주장이다.


사실은 며칠 전 밭에 고추 터널관리를 하러 아내와 같이 간 적이 있다. 이제 감자는 캐야 하는데 도대체 수확할 감자가 있기는 한지 궁금해서 아내한테 감자 몇 개를 캐보라고 한 적이 있다.


" 여보, 이쪽으로 와보세요. 대박.. 감자가 주렁주렁 이야.."

서로의 간격을 두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의 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손에 든 감자줄기에는 감자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마치 감귤나무 가지에 매달린 감귤같이 동그란 감자들이 송이송이 맺혀 있었다.

처음 감자수확이다. 손으로 쑥 당긴 감자줄기가 통째로 뿌리째 뽑히면서 감자들이 달려서 나오는 게 신기했던 모양이다. 일종의 낚시꾼의 손맛이다.


" 무사 당신이 꼭 감자를 같이 캐야 하는데..? 나 혼자 해도 되잖아 "

" 아니, 감자줄기를 당겼을 때 뿌리째 뽑히면서 감자들이 붙어서 나오는 게 신기해서.. 그걸 또 해보고 싶어"

아내가 직접 감자 수확을 하고 싶다는 건 이 손맛 때문이었다.


장마 전에 감자 캐기를 방송과 인터넷에서 권유하기에 할 수 없이 아침 일찍 시작해서 오전에 끝내기로 일정을 잡았다. 사실 뭐 오전이고 뭐고 할 것도 없다. 얼마 안 되는 감자 밭이라 1시간여만 수확을 하면 된다. 일정을 잡은 게 문제였지...


아침 6시 반에 집을 나섰다. 유심재에 들러서 옷도 갈아입고, 농기구도 챙겼다.

" 과연 수확량이 얼마나 될까? 담을 컨테이너 박스는 몇 개를 가져가야지? " 혼자 궁금해하는 사항이었다.


감자 밭이다. 먼저 핀 꽃들은 따주기 작업을 했다. 나중에 핀 꽃들은 아직도 피어 있다. 그런데 꽃이 피어 있는 감자에 웬 열매가 매달려 있다. 처음 보는 열매다. 하긴 처음 감자를 심었으니 처음 일 수밖에 없다.   


" 열매는 감자의 꽃이 가루받이(수분)를 통해서 생긴다. 토마토 열매와 똑같은데 색상이 토마토와 달리 붉어지지 않고 녹색을 띠고 있다. 속의 씨앗을 빼내면 꽈리와 비슷해 감자 꽈리라고도 한다.      

꽃 피고 열매를 맺고 씨앗이 있으니 번식 기능이 있다. 유성생식이다. 사람들은 경제성 때문에 덩이줄기로 번식하는 무성생식을 하기 때문에 꽃을 따버린다. 그래서 열매를 보기가 쉽지 않다. 햇빛을 받아 녹색을 띤 감자나 싹이 나기 시작했을 때 싹이 난 부분은 탄닌이라는 독성이 많기에 먹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감자의 열매도 먹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단 모두 캐보기로 했다. 수확을 하는 시간, 우리 부부는 수확한 농작물을 나눔 할 계산을 하는 버릇이 있다.

" 일단 많지는 않을 거니까... 어머니하고 식구들한테 조금씩 나눠주면 끝일 것 같은데.."
" 그래, 다음 주에 서귀포 갈 때 가져다주면 되겠네 "

" 남으면 우리 먹고.."  항상 이 정도다.


감자줄기를 힘주어 당긴다. 줄기에 쓰윽 뿌리가 같이 당겨 나오면서 감자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하는데..

감자줄기 상태에 따라서 손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줄기가 뚝 잘라지는 경우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줄기가 웃자라고 비대해서 그런지 줄기상태가 양호하지 않다.   


" 에이, 실패다!! "  감자줄기만 달랑 잘라지는 경우다. 그러면 손으로 흙을 뒤집으면서 감자를 찾아야 한다. 뿌리가 있던 자리 주위에 감자가 있는 터라 굳이 골갱이(호미)를 쓸 필요도 없다. 감자는 원래 사질토에서 자라는 작물이라 그런 모양이다. 흙이 센 곳에는 감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 알맹이가 큰 감자가 나오면 환호성을 지르고, 조용하면 그저 그렇게 일지 진행되어 가는 거다. 어떤 구덩이에서는 5~6개, 재수 좋은 구덩이에서는 거의 10개 내외의 감자알이 튀어나온다. 말 그대로 이삭 줍기다. 1시간여 길지 않은 시간에 끝낼수 있었다.


난 욕심에, 감자를 담을 것으로 넉넉하게 감귤 컨테이너를 3개나 가져갔다. 혹시나 모를 여유를 대비해서다. 항상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담을 그릇이 부족해서 애를 먹었던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다.


" 수확량이 별로인데.. 너무 작아 "

" 아냐 많은 거지, 우리가 심은 거를 생각해 봐 " 아내의 일침이다.

" 농사는 심어서 키우는 재미에 하는 거지, 그러니 당연히 수확량이 많아야 하는데.."        


그래도 올해 우리 집에서 먹을 감자는 제대로 챙겼다.

내년에는 나도 손맛을 제대로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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