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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11. 2024

웰컴투 삼달리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웰컴투 삼달리를 보면서

얼마 전 웰컴투 삼달리라는 드라마가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10%대를 훅 넘는 시청률로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드라마에 배경으로 나왔던 도내 곳곳도 이미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최근 제주를 배경으로
제주에서 로케이션 되는 드라마나 영화들은 제법 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상영될 때마다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본다.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곳이 배경으로 나오지 않나 궁금해서다. 예전에는 제법 아는 곳이 있었는데 요새 나오는 드라마의 배경은 도저히 알아맞힐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종전과 같이 유명한 장소에서 한두 장면 촬영하는 것이 아니다. 아예 드라마 자체를 제주에서 전체 현지 촬영으로 만들다 보니 드라마에 맞는 다양하고 많은 배경들을 사용한다. 드라마에서 하나의 마을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여러 장소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다. 작가들이 얼마나 배경이 될 만한 곳을 잘 찾아내는지 제주 토박이도 모르는 진짜 제주스러운 은밀한 곳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차라리 존경을 표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블로거에 따르면 이번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소만 하더라도 39개소라고 한다. 그 39개소도 제주 전체에 흩어져 있다. 제주의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흩어져 있다. 실제로 놀라운 일이다. 메인 배경은 삼달리라는 실제 지명을 제목으로 사용하기는 했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소는 삼달리만이 아니라 제주 전역이라는 얘기다. 39개소 중에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장소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나와 아내는 제주 드라마라는 이름 때문에 거의 모든 편을 본방 사수했다. 

가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제주 사투리를 구사하는 장면 때문에 짜증을 내면서 채널을 돌리기도 했지만 그나마 내가 살고 있는 제주를 TV 드라마로 유명 탤런트들의 일상과 함께 볼 수 있다는 희귀함 때문이다. 


드라마는 해녀를 둔 제주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두 가족 간의 얘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배경에 그런 나이대의 제주 사람들은 아직도 심하지는 않지만, 일상에서 제주 사투리(제주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두 주인공의 부모들과 해녀들이 제주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설정은 적정했다. 가끔 동네 사람들로 출연하는 사람들의 제주어 사용도 긍정적이었다. 비중이 낮은 해녀들이나 동네 사람들은 제주 현지인들을, 비중이 있는 역할 들은 유명 탤런트들을 캐스팅한 것 같다. 


제주에 사는 이주민들이 제주어를 배우고자 하는 노력은 진짜 열성적이다. 

그들이 공통으로 얘기하는 것은 제주어의 어휘도 어렵지만 억양 부분이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마스터할 수가 없다고 한다. 모든 언어가 그렇겠지만 제주어에서 억양 부분은 말의 의미를 정반대로 바꿔놓을 정도로 심하고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제주 생활사를 인터뷰하고 채록하는데 제주어의 억양 때문에 도저히 문자화가 어렵다고 할 정도다. 그래도 서툰 모습이지만 제주어를 해보려고 하는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같이 장단을 맞추어 주곤 한다. 서툶과 어설픔은 이해하지만 오용이나 남용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지적을 해주곤 한다. 


드라마 내내 아쉬운 점이 제주어 사용에 대한 잘못 때문이다. 서툶과 어색함은 귀엽게(?) 봐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잘못된 사용은 미디어의 영향력과 공신력을 고려하건대 그냥 무심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드라마 전체적인 내용이 제주를 배경으로 했기에 제주 사람들의 도움이나 자문이 있었을 것인데 제주어에 대한 부분은 그런 과정이 없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비중 있는 출연자 몇 사람이 사용하는 제주어는 그냥 제주에 놀러 온 외지인들이 재미로 말하는 제주어의 수준이다. 말끝에 특정 단어만 붙이면 제주어가 되는 듯이 말끝마다 특정 어휘로 매듭을 짓는 경우, 신기한 단어를 의미가 같다고 여기저기 위아래 없이 가져다 사용하는 경우, 서툰 억양을 오버해서 사용함으로써 이북 사투리를 연상하게 하는 경우 등은 제주도와 제주 사람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극 중 용필 아방이 장모님을 항상 "어멍"이라고 부른다. 


" 어멍, 무사? " 이런 식이다.


어멍을 인터넷에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제주의 방언으로 어머니라고 돼있다. 
제주어 사전에도 명사로 어머니라고 돼있다. 
의미상으로는 어멍이 어머니가 맞다.


의미가 같다고 용법이 같은 건 아니다. 

제주 일상에서 자식이 모친을 부를 때 어멍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없다. 그냥 어머니라고 부른다. 


서울에 사는 딸내미들이 가끔 물어온다.

고등학교 때까지 제주에 살던 애들이다. 본인들도 제주에 있을 때 어멍이나 아방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는데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본 지인들이 물어본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자식들이 어머니 아버지를 부를 때 어멍, 아방으로 부르냐고.."


그렇게 사용해 본 적도 없고, 그렇게 사용하지도 않은데  

또 한 번의 드라마가 잘못된 제주를 말하고 있다. 


어멍은 일상에서 얘기하면서 제삼자로서 어머니를 호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그리 긍정적인 말은 아니다.


"어멍한테 고라불키여.." (어머니한테 얘기한다)

"니네 어멍한테 골라.."(너희 어머니한테 얘기하라)

"어멍은 어디간? "(어머니는 어디 갔나요) 


바로 어머니를 면전에 두고 자식이 어머니를 어멍이라고 부른다면 그리 바른 자식은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 제주에서 제주어 교육이나 장려 활동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행정의 주요 사업으로 추진중이다. 언어가 지역의 문화이고 사람들의 혼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직, 간접적으로 자문이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준 전문가들도 많다. 

각급학교에서도 사라져 가는 제주어를 보전하자고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제주어의 어렵고 난해함 때문에 서툴게 사용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엉뚱하게 잘못 사용함으로써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는 데에 대해서는 많은 제주사람들의 불쾌함을 얘기하고 있다.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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