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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23. 2023

유심재 입구에는 붕어빵이 있다.

겨울철 길거리 간식의 최고봉은 붕어빵이다. 어린 시절 추억이 있어서 그런지 나는 붕어빵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당시에는 붕어빵이 아니고 둥그런 풀빵이었다. 학교 갔다 오는 길 동네어귀에서 파는 풀빵 하나면 그날의 모든 피로를 풀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나에게 겨울은 붕어빵가게 오픈과 같이 찾아온다. 지금도 겨울철이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붕어빵 가게다. 붕어빵은 가게보다는 주로 이동식 리어카 노점에서 팔기 때문에 매년 장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앞을 지나올 때면 나는 참새가 되고 붕어빵 가게는 방앗간이 된다. 참새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붕어빵은 겨울철 대표적인 서민 간식(?)이라고 한다. 1,000원을 내면 신문지나 책을 뜯어서 만든 종이봉투에 따뜻한 붕어를 넣어서 준다. 손님이 없을 때, 미리 구워 놓은 식은 붕어를 줄 때는 미안해서 인지 가끔씩은 1마리를 보태서 주기도 한다. 이때 따뜻한 붕어빵을 호호 풀면서 먹는 맛은 진짜 꿀맛이다. 너무 급하게 먹다 붕어 속 뜨거운 팥에 혀가 고생을 한 적도 종종 있다. 이때 붕어빵은 음식이고 간식이라기보다는 잠시나마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자그마한 정(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다. 그런 추억과 정은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


1,000원어치를 사면 혼자서는 배불러서 못 먹던 시절로 있었다. 이제는  1개에 1,000원, 3개에 2,000원, 2개에 1,000원 가격도 제각각 전국적으로는  2마리에 1,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예전 길모퉁이만 돌아서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붕어빵이 이제는 차를 타고 돌아다녀야 살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지난 3년간 코로나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길거리 취식 문화의 추억을 가져가 버렸다. 또한 최근 급격한 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길거리 간식의 셀링포인트인 가격을 뭉게 버렸다. 붕어빵을 주로 팔던 길거리 노점상도 단속과 정비등 여러 가지 정부의 정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고 한다. 자연히 붕어빵을 파는 길거리 노점상을 찾아보기가 힘든 여건이 되었다.


붕어빵은 먹을 간식거리가 없던 나이 든 세대만의 추억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요즘 젊을 세대들의 최고 겨울간식도 붕어빵이라고 한다. 붕어빵 가게 위치를 먹거리 장소로 등록해서 이웃들과 공유를 하는 오픈앱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붕어빵 노점 위치와 가격을 공유하고, 집 근처에 붕어빵 노점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붕세권"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라고 한다.  


나는 무료하거나 여유가 있는 날, 차로 10여분 거리인 애월에 있는 유심재를 찾는다.

일주서로를 달리다가 마을로 들어서면 자그마한 동내가게 3개가 나란히 있다.

집밥을 파는 한식부페 식당,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한 중국집 왕서방, 그리고 작년 늦게 문을 연 붕어빵 가게다.


붕어빵 가게는 유심재 들어가는 입구, 팽나무 아래에 있다. 가게라고 할 수도 없다. 사람이 지나는 길가 옆 농가 창고를 개조해서 문을 내고 집주인 아들인 청년이 앉아서 붕어빵을 굽고, 어묵을 판다. 이름도 없다.  조그마한 백보드에 비뚤 삐뚤 써내려 간 가격표만이 이곳이 붕어빵 가게임을 알려준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 마을 안길로 들어설 때. 이 붕어빵 가게가 문을 열었는지 제일 먼저 곁눈으로 살짝 확인 한다. 주인 마음이라 붕어빵 가게가 멀쩡한 날에도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무료한 날 붕어빵도 사 먹을 겸 유심재를 찾았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허탕을 친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상실감은 크다.


나는 차를 돌담옆에 세우자마자 지갑을 뒤진다. 항상 2,000원을 챙긴다.


" 팥으로 2,000원어치만 싸 주세요" 속이 팥도 있고, 슈크림도 있어서 선택을 해야 한다. 가격은 같다

" 팥으로만 요?"  


아내가 같이 가는 날에는 팥 1,000원어치, 슈크림 1,000원어치를 구분해서 주문한다.

아내가 슈크림이 든 붕어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말수가 없는 주인 청년은 앞에 진열된 붕어 4마리를 집어서, 종이봉투에 담아서 건네준다.

" 1개을 더 드립니다." 주인장이 기분 내키면 1개를 더 주는 땡잡은 날도 있다. 듬성듬성 인심을 써서 덤을 준다. 이유는 모르겠다.


조그마한 종이봉투,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는 붕어빵 봉투를 외투속에 감춘다. 따뜻함이 온 몸을 감싼다. 조심 조심 올레길을 지나 유심재로 간다.

텃밭과 잔디밭을 대충 살펴보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작은방에는 아주 오래된 L사의 전축이 있다. 하도 오래 사용을 안 해서 턴테이블은 말도 안 듣는다. 구하기 힘든 아날로그 모드이고, 추억을 살려줄 것이기에 방 한편에 모셔놓고 있다. 전원을 켜고 CD 한 장을 들었다. 제일 안집이고 다른 집과는 반대방향으로 입구가 돼있는 곳이라 음악 볼륨을 높여도 다른집에서는 안 들린다. 난 음악 볼륨을 가능하면 크게 해서 듣는다. 나만의 세상이다.


" 아! 내 붕어빵.."  



붕어빵은 내 젊은 날의 추억을 되살리고,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효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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