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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Feb 27. 2023

제자리에 있을 때가 아름답다

아내는 다육이를 무척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육이를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외출을 하고 오는 날 가끔은 다육이 예찬론을 펴는 날이 있다. 그날은 어디에서 다육이를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오는 날이다.


" ㅇㅇ집에 놀러 갔는데 아기자기한 다육이들이 너무 이쁘더라"

" 카페에 갔는데 창가에 다육이 화분들이 있는데 탐이 나더라고 "  마지막에 추가하는 말이 있다.

" 우리도 만들어 보자"  


아내가 이 말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하기 시작한 지가  이제 10년이 된 것 같다. 내가 퇴직을 하고 가드닝에 막관심을 가지던 시기와 비슷하니 말이다.


"그래, 만들어보자, 좋지 뭐, 발코니도 있고, 공간도 있으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과 발코니에는 조그마한 실내정원(?)이 있다. 실내정원이라기보다는 꽃과 나무를 심은 몇 개의 화분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그중에는 여러 개의 작은 화분에 이름도 불분명한 다육이들이 있다. 외출하고 올 때 밖에서 하나둘 잎을 얻어다가 화분에 던져두면 뿌리가 나고 자란다. 그러면 조그만 화분을 챙겨서 제대로 심어준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꽤나 숫자가 늘어났다.




가끔씩 다육이 전문 화원에 가면

" 이곳의 다육이들은 울긋불긋 여러 가지 색깔로 변색도 하고 이쁘게 꽃도 피던데 왜 우리 집 다육이는 늘 녹색이지?" 한때 심각하게 가졌던 의문이다.


" 실외에 심어서 사계절을 지내면서 온도차를 겪어야 다육이 잎이 울긋불긋 이쁘게 변해서 보기도 좋습니다" 같이 활동을 하면서  화원을 운영하던  가드너 동료의 조언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얘네도 추운 데서 온도변화를 겪어야  옷을 제대로 갈아입는구나"


내 마음이 머무는 곳인 유심재에도 다육이들이 있다. 집안에 있던 다육이들이 가출한 것들이다. 작년 유심재에 있는 정원과 텃밭은 정리하면서 만들었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면적이 너무 커서 내가 혼자서 놀면서  슬금슬금 농사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게 잔디밭과 정원을 넓히는 것이었다.


" 이건 밭이 너무 커서 농사하기에는 너무 힘들어.."

" 10평만 해도 되는데 이게 얼마나 될까?, 좀 줄여보자!"

애호박과 쪽파를 심었던 텃밭을 잘라서 6인용 야외테이블을 놓을 수 있도록 잔디밭을 만들었다. 평탄작업을 하고 마당의 잔디를 잘라서 옮겨 심고, 경계를 돌담으로 만들었다. 안쪽에는 사계절 꽃이 자랄 수 있도록 화단도 만들었다.


" 잔디가 잘 자랄 수 있을까? " 옮겨 심는 내내 아내는 걱정을 했다. 잡초를 제거하고 물을 주고 6개월 여가 지났다. 이제는 제법 잔디밭이 되었다.


텃밭과 마당사이에는 돌담과 작지(작은 돌)로 아담사이즈의 다육이 정원을 만들었다. 큰 돌로 울타리와 계단을 만들고 그 안에 텃밭에서 걸러낸 작은 돌로 채웠다. 정원이라고 하지만 별다른 것은 아니고 다육이 만을 심고, 다육이 화분을 전시할 수 있는 곳이다. 울퉁불퉁 작지 위에는 물 빠짐이 좋게 마사토를 깔고 그 위에 다육이 잎을 던져 놓았다. 화분도 여기저기 적절히 배치해 놓았다. 디스플레이에는 소질이 없는 듯하다. 영 마음에 차지를 않는다. 여기저기 나열해 놓은 화분들이 처음에는 어색하더니만 이제는 제법 화단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지난겨울을 이겨낸 요새 이곳의 다육이들은 참 이쁘다. 울긋불긋, 단풍이상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내가 원하던 의상을 입었다. 이제 봄이면 아름다운 꽃도 펴줄 게다. 사계절을 이겨내는 고통이 다육이를 예쁘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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