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글이 실려있는 문학잡지의 봄호를 받았다. 공식적인 당선자 발표가 된 날이기도 하다.
겉표지를 보니 낯익은 내 이름 석자가 있었다. 표지를 넘기니 큼지막한 내 프로필 사진에 심사평 중 일부가 실려있는 페이지를 보니 실감이 났다. 다시 페이지를 넘기고 목차를 찾았다. 신인상 당선자들의 사진과 글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재빨리 해당페이지를 넘기니 내가 작년 말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을 했던 졸작이 있었다. 그 옆 페이지에는 당황한 마음에 순간적인 내 감정을 써 내려갔던 당선 소감도 있었다. 다시 읽자니 조금은 어색하고 쑥스럽기까지 했다.
출간이 된다고 연락이 왔고, 책 실물이 도착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때를 맞추어서 도착했다.
때마침 신혼여행을 마치고 인사차 내려온 딸부부가 같이 축하를 해주어서 기쁨은 배가 되었다.
"이젠 작가님이 되셨네요.." 아내의 기쁨에 찬 목소리도 더욱 나를 기쁘게 했다. 책 첫 장에 친필 사인을 하고 이 일을 가장 기뻐해주는 아내에게 가장 먼저 선물했다.
https://brunch.co.kr/@jejusamchun/319
사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1년 여가 지난 작년 6월경 등단의 기회가 있었다.
늦둥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서의 감정을 쓴 글을 모 계간 문학잡지에 보냈다. 등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가 궁금하기도 했었고, 내 글에 대한 평가를 받아 보고 싶기도 해서다. 서툰 글이라 선택이 되리라는 생각은 없었는데 발표 전 날 전화가 왔다. 문학지의 대표라는 분이었다.
내 졸작이 심사결과 당선작으로 결정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일단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너무나도 당황해서 전후의 잠깐 상황은 아리송할 뿐 정확한 기억이 없다. 그 후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 동안 하다 보니 정신이 들었고, 재차 질문을 하면서 상황을 정리했다.
잡지사 대표의 얘기는 대충 이런 것들이었다. 내 작품에 대한 심사결과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서 당선작으로 추천되었고, 년말경에 시상식 및 등단식이 화려하게 예정돼 있다고 했다. 문학지에 대한 설명, 회원들의 활동과 전망 등을 너무나도 자세하게 필요 이상으로 설명을 하고 있었다. 30여분 동안 반복에 반복을 하면서 몇 번인가 얘기를 해주어서 암기가 될 정도였다. 나중에 생각하니 한마디로 나를 들뜨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었다.
한참이 지나 대표의 목소리가 갑자기 톤이 낮아지고, 말을 머뭇거리더니 내심의 얘기를 했다. 본인이 지금까지 말한 것들이 당선자에게 주어지는 대우와 혜택이라고 했다. 당선자는 작품에 대한 평가 외에 별도로 문학지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수락해야만 당선자가 되고, 문예지가 발표가 된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었다. 즉 요구조건을 수락하지 않으면 글을 아무리 잘 썼더라도 당선이 될 수 없는 구조였다. 요구조건은 등반비용으로 일정 부수의 책을 구입하고, 심사비를 부담하라는 것으로 그리 큰 비용은 아니었다. 대표의 전화는 등단비용을 낼 의향이 있는지를 사전에 조율하는 전화였다. 만일 등단비용을 낼 수 없다면 당선자가 되지 않을뿐더러 당선자가 차순위 응모자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를 잊지 않았다.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분은 그게 이 업계 관행이고, 비용 자체도 그리 높은 것은 아니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나 나는 처음 들어보는 낯선 상황이라 가부의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오늘 중으로 결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길래 , 1시간 내에 답신을 주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등단비용" 이게 뭔지, 그리고 이걸 부담하면서까지 등단을 해야 하는지? 갑자기 숙제가 생겼다. 30분여 인터넷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등단비용은 사실이었다. 업계의 관행이라고 하고, 금액도 다양했다. 몇십만 원에서 많은 데는 10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아닌 듯해서 아내에게 얘기를 하고 "같이 할 수 없음"을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첫 번째 등단의 기회를 포기했다.
내가 등단비용을 거부하는 이유는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등단비용"으로 당선과 작가라는 이름을 사는 그런 기분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아예 등단비용을 요구한다는 곳을 피해서 응모를 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자료를 보고, 연말에 그곳을 피해서 응모를 했다. 공모 마감을 하고, 1월이 다 가도록 소식이 없길래 잊고 있었다.
새해 첫날(음력) "당선서류 제출"이라는 뜬금없는 문자를 받았다. 잠시 후 심사결과 당선자로 결정했다는 심사결과서를 역시 문자로 받았다. 전후가 바뀐 느낌이다. 그리고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 중요한 결정을 해주고도 한 달여 동안 아무 연락이 없어서 "내가 당선된 게 맞나, 장난이 아닌가?" 할 정도의 의구심을 들게까지 했다. 혹시나 언제 전화가 와서 등단비용을 요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넘어선 우려는 사실 오늘 책자를 받기 전까지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런 우려 때문인지 오늘 내 글이 실린 책자를 받아보는 순간은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우선이었다.
발표를 하고 오늘까지 한 달여의 기간 동안 딱 한 번의 전화를 받았다. 3월 4일 날 책자가 나오는데 책자를 얼마나 주문할 거냐는 전화였다. 의무는 아닌데 많이 사주시면 좋고, 공모전 신인상 당선자라 주문이 의무는 아니라고 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상황이 지난 상황과 대비되면서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가급적 많이 하고 싶었으나, 이리저리 나누어 줄 곳을 정리해 보니 20권 정도 될 것 같아서 그 정도만 주문을 했다. 그리고 오늘 도착을 했다.
비용은 6월에 요구했던 등단비용이나, 이번 책자를 주문한 비용이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값은 비용인데 6월에는 거부를 했고, 이번에는 다소 미안한 감정을 가지면서까지 기꺼이 지불했다.
작가들의 글을 쓴다는 것은 글 속에 자신을 녹이는 작업이다.
자신의 작품이 공개되고, 누구에게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자신이 평가를 받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예민하고 어찌 보면 힘들고, 부끄러운 과정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의 그런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작가라는 이름이다. 그러기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작가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되는 등단을 원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