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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창석 Apr 09. 2023

토박이 투어..동네 올레길 17코스(도평구간)

자연은 항상 새로움을 우리에게 선물해 준다.


다시 걷기를 시작하기로 한 2일째 날이다.

내가 걷기 운동을 하는 코스는 대략 5개 코스다.

그날그날의 날씨와, 걷기를 시작하는 시간에 따라서 달리 선택을 한다.


항상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어서 좋다. 그래서 난 우리 동네를 좋아한다.


1번길 : 이호 테우해수욕장을 다녀오는 길

휴심재에서 "월대천 -> 내도 해안도로 -> 이호테우해수욕장"을 다녀오는 10,000보 코스다.

여름철 시원한 월대천과 내도바당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

이호해수욕장 카페거리에서는 가끔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여름철에는 각종 공연과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2번길 : 바닷가코스로 연대바당과 포구를 보고 오는 길

휴심재에서 월대천 -> 월대포구 -> 외도바당 -> 해안산책로 -> 연대포구 -> 연대등대 -> 마이못을 다녀오는 코스다. 여름철에 선호하는 길이다. 바닷가에 설치된 테크 산책로를 직접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연대포구와 등대에서 세월을 낚는 태공들을 볼 수 있다.

 

3번길 : 올레 17코스를 따라 무수천사거리까지 다녀오는 길

휴심재에서 우평로 -> 도평 -> 창오교 -> 무수천 -> 창사교 -> 사라마을 -> 무수천 1 경인 보광천(오해소) -> 무수천 다리 : 무수천 4 경인 영구연(들렁귀소)을 다녀오는 길이다. 여기는 올레 17코스로 우리 마을을 지나는 길 중 도평길이다. 무수천과 조그만 농로를 끼고 말 그대로 산책하며 걸어볼 수 있는 차 없는 거리다. 출퇴근 시간에는 오가는 차량의 방해 없이 조용히 걸을 수 있어서 종종 선택한다.


4번길 : 외도물길 20리 길

휴심재에서 월대천 -> 내도 해안도로 -> 내도 보리밭길 -> 신산마을 -> 도근천 -> 어시천을 따라 걷는 길이다. 이 길은 마을의 옛 모습을 보면서 걸어 볼 수 있게 마을 자체에서 개발한 마을 산책로다. 일부 구간에 건물이 들어서고, 하천의 범람으로 징검다리가 막히면서 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날씨가 좋은 날 낮에 가끔씩 걸어 본다.     

  

5번길 : 택지개발된 동네 한 바퀴를 돌아오는 길

휴심재에서 조공포 길을 따라 -> 외도초등학교 -> 스타벅스 -> 우정서로 -> 우평로로 걷는 시가지 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아오는 길이다. 상가와 주택이 밀집되고 시끌벅적 사람들의 냄새가 나는 길이다. 먼 거리를 가기가 싫거나, 날씨가 안 좋은 날 선택하는 코스다.


올레길에서 보이는 것들,
자주 보는 모습이지만 일일우일신이다.
항상 새롭다


오랜만에 올레길 17코스 도평구간을 걸었다. 저녁에는 일정이 있는 관계로 아침시간을 택했다.

봄이다. 가고 노는 길에 새롭게 자리 잡고 있을 이름 모를  꽃들과 봄 들판의 향기를 맡고 싶어서였다.


올레코스에 들어가기 전 잘 정비된 왕복 4차선의 도로를 따라 500m 정도를 걸어야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도폭이 좁아서 가는 길에 전봇대를 만나면 몸을 비틀면서 지나야 했다.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아서인지 얼마 전에 인도폭 확장 공사를 했다. 아직 사후 정리가 안 돼서 다소 지저분 하지만 그래도 배로 넓어진 인도는 걷는데 안정감을 주고도 남았다.


우평로를 걷다가 올레길로 들어서는 길목이다. 올레길로 들어서는 길은 농로를 포장한 곳으로 입구를 들어서면 벌써 농촌의 향기가 풍긴다. 좁은 농로길 좌우에 비닐하우스와 농사를 짓고 있는 밭이 있다. 조금 가면 올레길을 표시하는 리본이 여기가 올레길임을 알려준다. 봄날 제주를 대표하는 유채꽃은 여기저기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만 있으면 피어있다.

길은 전형적인 농로길이다. 경운기 한대, 우마차 한대가 지나면 됨직한 좁은 길이다. 이동이 많아지면서 시멘트 포장을 했다. 농로 좌우에는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밭담이며 예전 과수원의 방풍림이었던 숙대낭(* 제주어 : 삼나무)의 흔적들이 그대로 있다.  


예전 바람 많은 제주에서 과수원의 방풍림은 숙대낭이다. 과수원 경계마다 숙대낭을 심어서 바람으로부터 귤나무를 보호했다. 그러나 숙대낭이 너무 자라다 보니 햇빛을 가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감귤이 익는데 햇빛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는 숙대낭을 중간 허리에서 절단해 버리던지, 아니면 숙대낭을 완전히 제거하고 방풍이 가능한 가림막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왼쪽 과수원의 숙대낭은 그대로이고, 오른쪽 과수원은 숙대낭을 중간에서 절단한 모습이다.

제주의 돌담은 밭을 일구면서 나오는 돌을 주로 사용한다. 모양도 제각각, 크기도 제각각 이어서 아무리 조각을 잘 맞추더라도 틈새가 날 수밖에 없다. 여기는 바람구멍이다. 아무리 강한 바람도 바람구멍을 타고 지나가기에 제주의 돌담은 무너지지 않고 그 생명력을 길게 가져간다.

그러나 하천변의 돌담은 좀 다르다. 밭에서 나오는 돌과 하천에서 가져온 몽돌을 반반 섞어서 돌담을 쌓는다. 하천에서 나오는 돌은 밭에서 나오는 돌보다 크고 단단하다. 반면 돌 자체가 매끄러워서 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둘을 잘 어울려서 맞추면서 돌담을 쌓았다. 지혜가 필요한 일이다.

 

     몽돌과 밭돌들이 섞여서 쌓아놓은 밭담, 오랜 세월이 지나서인지 구분이 안되고 든든하게 보인다.


무수천은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물이 바다까지 흐르는 제주 하천 3개 중의 하나다. 비밀의 정원 같은 곳으로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깊은 매력이 있는 곳이다. 하천 곳곳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바위들이 있다. 중간중간에는 물웅덩이인 소들이 있어서 동네주민들이 여름철 목욕을 즐기던 추억과 문화들이 녹아 있다. 엊그제 큰비가 온지라 하천 곳곳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얼마 전부터 무수천의 가치를 관광자원화 하기 위한 사업들이 회자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잠잠한 편이다. 개발, 보존이라는 허울보다는 지금 그대로 놔두는 게 제일 좋은 보존이 아닌가 한다. 이미 하류 부분은 범람방지라든지 인근 농지보호, 생태하천보존이라는 명목으로 여러 차례 거액을 투자했는데 아무런 효과를 못하고 매년 유지보수 비용만 낭비하고 있다.

   


하천은 얼마나 깊은지 천연요새 동굴도 있다. 지나가다 험상궂은 날씨를 만나면 몇 시간 쉬어가도 됨직하다. 예전 하천에서 놀이를 즐기던 사람들이 햇빛을 가리고 쉬어가는 장소로 이용했을 직하다. 4.3으로 피해 다니던 시대, 마을사람들은 산과 오름, 하천의 동굴과 움막에서 숨고 살았다고 한다.

선 듯 그 시절이 생각나는 길목이다.   


산담으로 둘러싸인 제주의 전형적인 묘소도 보인다. 제주는 16~17세기부터 사람이 죽으면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밭의 제일 윗편 모퉁이에 매장했다. 그리고 묘소의 경계를 표시하고 주위의 우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산담을 쌓았다. 산담에 사용하는 돌 역시 인근 밭이나 주위에서 모은 것을 사용했기에 작고, 비툴비툴 했다. 대신 산담의 폭을 넓게 해서 무너짐을 방지하고 사람들이 걸 수 있게 만들었다.

산담 안에는 산소가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부인 경우는 합묘를 하는 경우도 많다. 드물게는 가끔 산소가 2개 이상인 경우도 있다. 가문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 봐야 한다.

올레길 밭 모퉁이에 있는 산소다. 산담 안에 3개의 묘소가 있다. 드문 경우다. 산담은 제주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주위 돌들을 모아서 형편껏 쌓았다. 산담 한 모퉁이는 큰 바위가 있어서 제대로 모양을 만들어서 쌓지를 못했다. 3개의 묘소는 크기나 각각의 위치를 달리하고 있다. 보통은 묘소 위치를 잡을 때 가장 선조가 윗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때문에 이 묘소는 각각의 대수를 달리하는 사람들의 묘소라고 추정이 된다.      


제주에서는 집이나 밭 입구를 정낭을 설치했다. 주인이 있고 없음을 표시하는 일종의 안내판이지 보호장치는 아니다. 정낭은 가볍게 넘을 수 있는 구조물이다. 그러나 정낭을 뛰어 넘어서 주인이 없는 집이나 밭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

최근에는 정낭보다는 대문을 설치하고 자물쇠로 잠근다. 마을이 개방되고 타지인들의 출입이 많아지면서 종종 생각지도 못했던 도난 사고들이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감귤밭에 도난 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마을 곳곳에는 CCTV가 설치되 있기도 하다.


올레길에서 본 정낭이다. 보리밭 입구에 돌담사이 긴 나무막대를 걸어놨다. 비교적 예전 정낭의 모습이다. 보리밭에 들어오지 말라는 주인장의 의사표시다.

내려오는 길 마을 어귀에서 본 감귤 과수원의 정낭 모습이다. 쇠파이프를 세우고, 쇠줄 2가닥을 걸어놨다. 마찬가지 출입금지라는 주인장의 뜻이다. 조금 더 내려오는 길 잘 만들어진 입구와 철제대문에 CCTV와 경고등까지 있는 과수원도 있다.  


지금 제주에는, 경관이 좋고 조용한 곳이면 어김없이 마을의 분위기가 어색한 건물들이 생겨난다.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세컨하우스라고도 한다. 그들만의 개념이고 주장이다. 올레길에도 개발의 모습은 여전하다.

 


제1사라교까지 왕복을 하면 5KM이다.

걸음으로는 7,000보 내외다.

가면서 보는 길과 오면서 보는 길은 전혀 다른 길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주위와 교감하고 느끼면서 걸어보는 것도 세상을 아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오랫만에 걸어보는 길, 봄이 오는 길이어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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