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봄날 고사리 꺾기
제주의 봄철 나들이는 고사리 꺾기로 시작된다. 고사리는 주로 오름이나 곶자왈, 들판 등 중산간 지역에 자생적으로 자란다. 매해 봄철만 되면 관광지도 아닌 인적이 드문 중산간 도로 갓길에 차가 빼곡히 주차된 것을 볼 수 있다. 길가에 차를 주차해 놓고 인근 임야지대로 들어가서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임야지대에 무분별하게 자라난 자연산 고사리를 꺾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장소는 없다. 본인들만이 아는 장소, 본인들만의 노하우가 있는 장소를 기억했다가 친한 동네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찾는다. 이런 비밀장소는 며느리한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있다.
자연산 야생 고사리를 꺾기..
해프닝도 종종 발생한다.
자연산 고사리는 대부분 임야나 오름 주위 야산지대에서 자란다. 흔히들 목장이라고 하는 남의 임야다.
이 목장은 땅 주인들이 대부분 농사하지 않는 곳이다. 방치하는 곳이다. 그나마 사용하는 곳은 우마를 방목하는 정도다. 우마는 고사리는 먹지 않는다. 고사리 주위 무성하게 자라는 풀들만 먹기에 오히려 고사리는 선명하게 보여서 꺾기에 아주 좋다. 이런 곳에서는 땅을 개간하거나, 우마들의 관리를 위해서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출입을 제한하려는 땅 주인과 몰래 고사리 꺾으려는 사람들의 숨바꼭질로 종종 언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전 제주의 산간지대는 주로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마을 목장이었다. 마을 사람 누구나가 출입할 수 있었다. 봄철이면 아무런 제약없이 고사리꺽기도 가능했다. 그러나 제주가 개발되면서 마을 목장이나 대규모 임야는 자본가나 타지인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곳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 개간을 해버렸다. 이런 곳에서 고사리를 꺾는 사람들과의 주인간에 실랑이가 종종 발생한다.
고사리를 꺾으로 갔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제주 길 잃음 사고의 절반이 이때 발생, 최근 3년간 113건이 발행했다.
고사리 꺾기 현장은 대부분 비슷비슷하게 소나무와 가시덤불이 우거진 임야다.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장소를 특정 짓기가 매우 어렵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남자들도 고사리를 꺾는다.
고사리는 비가 온 다음 날이 많다. 생명수를 먹고 눈에 띌 정도로 자라서 고개를 쳐들고 있음에 발견하기가 쉽다. 비 온 뒤 더욱 잘 자라는 고사리 때문에 제주에서는 ‘고사리 장마’라는 말이 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더욱 빛이 난다. 숲속에서 우뚝 솟은 고사리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에 손을 내밀었는데 이미 윗부분이 잘린 흔적을 발견하면 허탈해진다. 앞선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다. 그러기에 봄날 고사리꺾기는 전쟁이다. 날이 밝기만 하면 나선다. 새벽 5~6시에 출발하는 사람이 많다. 먼저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니 말이다. 누가 오기 전에 빨리가서 꺾어야 한다.
고사리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많은 사람이 수없이 꺾어도 고사리는 들녂에 수두룩하다. 언제 어디서나 미쭉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반겨준다. 봄철이 지나고 성묘를 가다 보면 임야에 남아있는 게 온통 고사리다. 고사리꾼들이 사정권을 벗어난 고사리다. 이미 제철이 지나고 성장해버려서 먹을 수 없는 고사리다.
고사리 꺾기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다.
그리고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