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창석 May 11. 2023

헤어지는 연습#2.. 다시 식탁 위엔 젓가락이 둘

특별한 날은 시간이 특별하게 간다.

5월 가정의 달 어린이날부터 시작된 연휴가 끝이 났다.


어버이날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내려온 큰애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아빠, 내가 온 지 벌써 1주일이 된.." 아쉬운 듯 나에게 호소한다.

지난주 3일 날 퇴근하고 저녁에 내려왔으니, 내일이면 만 7일이다.

"그래, 시간이 빨리 가네.. 벌써 일주일이야.."

"아, 가기 싫은데.."

"그래 가지 마, 집에서 우리랑 살자" 집에 내려왔다 갈 때쯤이면 항상 하는 말이다.


내가 직장을 다닐 때도 연휴가 끝날 무렵이면 항상 출근하기 싫다고 했었는데.

그건 세대불문 모든 직장인이 느끼는 국룰인 것 같다.


큰애는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생활을 한지라 부모님과 함께하는 고향생활을 항상 그리웠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집타령을 한다.


"아, 집 가고 싶다!!, 엄빠 보고 싶어!!" 단톡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애들의 얘기다.

"그래 언제라도 내려와라. 엄빠는 항상 기다릴 테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다. 사실 우리 부부도 큰애의 서울생활을 안타깝게 지켜봤던 터다.


본인이 간다고 가는데 막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17살짜리  아이가 무엇을 알겠는가? 감수성이 최고로 예민했을 때였다.

무척 힘이 들고 외로웠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아내는 아이가 집에 내려왔다 가는 날이면 처음에는 공항에 같이 간다고 따라나섰다.

헤어질 시간, 아이가 혼자 뒤돌아 서는 모습을 보고는 이내 눈물을 삼키곤 했다.

몇 번의 아픔을 겪고서는 아예 공항에 나가지를 않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반복하고, 대학교, 로스쿨, 이제 직장생활로 헤어져 있다.  



내려오는 날부터 제주는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었다.

말 그대로 꼼짝 말고 집에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지내야만 했다.

"진짜, 이번에는 엄마, 아빠 얼굴만 보다가 가는 것 같아.."

"음 맞아, 집에서 푹 쉬었네.."

"진짜 이번에는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가네, 엄마가 해주는 수제비까지.."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워, 딸"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공항에서 막바로 사무실로 출근을 할 생각으로 시간을 맞춘 모양이다. 새벽 비행기다.

아침, 아니 한밤중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가야 한다. 아침부터 북쩍인다.

아이가 직장으로 바로 출근해야 하니 뭐라도 먹여서 보내려고 아내는 한밤중에 서둘렀다.

집에서 공항까지는 10~20분이다.

아침시간이라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출발해야 함에도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1시간 전 출발을 했다.


공항 가는 길은 한적하다.

오일장을 지나 공항로에 막 들어서는데 멀리 아침 햇살이 붉게 떠오른다.

붉은 태양도 고개를 내밀고 올라온다. 장관이다.


"횡재다. 저기 앞에 봐라. 막 동이 트는 듯 태양이 올라와.."


차도 한적 하길래 천천히 달렸다. 몇 장의 사진을 담았다.  

왼쪽으로 공항 관제탑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서서히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공항은 항상 설렘과 기다림을 준다.

수없이 왔다가는 공항이다.

오는 사람을 맞을 때는 반기는 설렘이 있다. 가는 사람을 보내면서는 "또 언젠가는"이라는 기다림이 있다.


오늘은 또 하나의 헤어지는 연습을 한다.

그러나 다시 만나자는 기다림으로 보내고 싶다.

"응, 먼저 가있어. 엄빠가 시간 내서 가볼게, 그리고 언제라도 오고"


한적한 시간이라 내려서 따뜻하게 체온을 줄수도 있었다.

"어, 저기 달이 아직도 있네"


공항 맞은편 하늘에는 지난밤 달님이 가다 말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 해와 달을 동시에 본 날이다. 즐거운 일들만 있을 것 같네.."

오늘 식탁에는 젓가락이 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탁 위에 젓가락이 3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