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한글 쓰기를 알려주는 나만의 방식
아이는 알아서 큰다는 말처럼, 우리집 아이는 일곱 살이 되더니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한글을 읽고 쓰는 데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집에서는 따로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법은 '호기심'이란 말은, 엄마의 타고난 게으름과 딱 맞아떨어져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아이는 요즘 나의 주간 다이어리를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다.
"엄마. 분홍색으로 칠한 건 뭐고 주황색으로 칠한 건 뭐야?"
"아, 엄마가 그 날 하려고 계획했던 일 중에 지킨 것은 분홍색으로 밑줄을 쳐 놓고, 지키지 못한 것은 주황색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해놓고 있어."
"그럼, 초록색은?"
"그건 원래 하려던 일이었는데 시간이 바뀐 일일 때야."
"아, 그렇구나."
다이어리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아이는 한 날짜를 가리켰다.
"우리 개천절에 잡월드 가지 않았어?"
"어, 그러네. 그러면 10월 3일에 그 내용을 채워볼까?"
아이는 얼른 펜을 들고 와 글자를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아이가 쓰려는 문장은 ‘잡월드를 갔다.’
" '잡'은 어떻게 쓰지?"
"사자할 때 '자'를 쓰고 밑에는 사자를 '잡'은 울타리를 'ㅂ'으로 쓰면 돼."
논리나 객관성은 완전히 배제된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 나만의 한글 철자 힌트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아이가 찰떡같이 잘 알아먹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직 한글을 독학으로 깨치고 있는 아이의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엄마. '를'은 어떻게 쓰지?"
"'리을'을 쓴 다음 가운데 가로 막대기 하나를 긋고 아래쪽에 거울에 비친 '리을'을 똑같이 쓰면 돼."
나의 엉터리 교수법 또한 계속된다. 이제 가장 고난도 글자 하나가 남아 있다. 바로 '갔'. 어김없이 바로 질문이 들어온다.
"엄마. '갔'은 내 이름 글자 '가'를 쓴 다음 어떻게 해야 해?"
"응. '가' 글자 아래에 '쌍시옷', 시옷 두 개를 쓰면 돼."
이해를 한 듯 못한 듯 아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과거형 어미에는 동사 받침에 '쌍시옷'을 쓴다는 원리를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 잠깐의 고민 끝에 지금 아이에게 그걸 알려줄 수도 알려줄 필요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하던 대로 내 방식대로 설명을 풀어갔다.
"우리가 잡월드에 같이 갔잖아. 그것처럼 '시옷'도 친구랑 같이 손잡고 가는 거야. 그러니까 '시옷' 두 개를 나란히 쓰면 돼."
"아, 같이 갔으니까 두 개를 쓰는 거구나."
자신의 궁금증이 너무나 명쾌하게 풀렸는지 아이는 확신에 찬 웃음을 지었다.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이는 조금 더 자라서 '쌍시옷'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때, 과거형 받침 원리를 정확히 배우면 된다. 아이는 나중에 엄마를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쌍시옷'에 담긴 엄마만의 해석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보낸 시간들이 언제나 과거형 받침 '쌍시옷'처럼 함께이길 바라며.
그러고 보니 ‘시옷’은 한자로 ‘사람 인’자를 닮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