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 오랜만에 복식 호흡 훈련하며 악기를 조율하다
드디어 첫 수업.
나는 전날부터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시험보러 가는 것도 아닌데... 그나마 1:1 수업이니 창피해도 망신을 당해도 선생님과 나와의 일로 끝날 테니 안심하자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리고 사실, 창피하거나 망신을 당할 일도 없다. 나는 그저 나의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고 있을 뿐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몇 장의 자료를 챙겨 주셨다. '가갸거겨'로 시작해 '후휴흐히'로 끝나는 글자 나열표. 발성 연습할 때 주로 사용하는 자료이다.
자료는 익숙한 듯 어색했다. 마치 훈민정음 현대판을 보는 듯 한동안 말없이 쳐다만 보았다. 복식 호흡은 더 난감하다. 언제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내 아랫배는 언젠가부터 헐렁하게 풀려 있다.
한 번 읽어보라는 말씀에 '에라, 모르겠다' 하며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뱉었다. 목소리가 작은 편은 아니라
힘을 내면 적당히 우렁차게 들리는 편이다.
그러나 웬걸~ 녹음해서 들어보니 소리가 퍼져 버리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다. 선생님의 시연과 비교하니 차이는 명확했다. 내 소리는 붕 떠 있다가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다. 시각 감각을 빌려 표현하자면 멍하게 초점 없이 어딘가를 응시하는 느낌이랄까.
아랫배에 힘을 주고 안 주고의 차이가 이런 거였구나. 복식 호흡을 몇 번 연습하고 다시 시도해 본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내 목소리는 목표점을 찾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 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앞에 있는 벽을 보고 누군가한테 소리칠 때처럼 '야!'하고 외쳐보세요."
나는 선생님의 말을 듣다 "야!" 소리에 움찔했다. 기세가 너무 강해서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다. '그래, 벽을 뚫어보자.' 가! 갸! 거! 겨!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소리를 질어댔다. 벽은 못 뚫었지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첫 수업은 아랫배로 한껏 공기를 들이마신 뒤 내가 가진 숨을 스스로 통제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빡 내뱉어보는 훈련이었다. 내가 한글을 뗀 것이 5~6살이었을까. 읽는 데 전혀 지장 없는 글자들을 앞에 놓고 나는 다시 옹알이를 하는 아이처럼 한 글자씩 다시 또박또박 읽어내려가고 있다. 지금은 나만의 색깔을 담은 나만의 중심이 잡힌 소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그 때와 다를 뿐. 아마 나는 지금, 어린 시절에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힘차게 외쳤던 내 목소리, 어느새 잃어버린 그 소리를 찾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