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읽은 책] 『눈』(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창비 펴냄
2020년
제가 가는 한의원에서는 맥을 짚기 전에 눈동자를 촬영합니다. 한의사는 양쪽 눈을 각각 촬영한 뒤에 그 사진을 보며 “생각이 너무 많아요”, “골반이 틀어졌네요” 등의 내 몸의 문제를 말씀해 주십니다. 눈동자에 내 몸 상태가 표시되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는데요. 이미지를 확대한 모양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먼 우주에 떠다니는 어떤 행성 하나가 떠올라 막연한 감상에 빠져들곤 하죠. 내 눈동자 사진을 보면서 ‘아, 내가 바로 우주구나’라는 확신이 들기도 합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가 쓰고 그린 ‘눈’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사실 이보나 작가란 이름을 봤을 때 ‘한국 사람인가?’라는 다소 단순무식한 생각도 했었는데요. 그는 폴란드 출신의 작가입니다. 한참 전에 이보나 작가의 책 중 ‘마음의 집’을 구입해 본 적이 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그림책이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는, 인간의 깊은 내면과 복잡한 심리를 매우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해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만 해도 ‘그림책’ 하면 순수한 동심의 세계나 유쾌 발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정도로 생각했던 내게 그의 작품은 충격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작가의 이름만으로 어떤 깊이감이 느껴졌달까요? 여러분은 다음 사진들의 눈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눈동자가 조금씩 달라 보이죠? 모든 사람들도 똑같을 겁니다. 모두 다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지요.
이 책은 사람의 ‘눈’에 대해 말합니다. 그림책치고는 다소 두꺼운 분량인데, 하나의 눈에 대해 얼굴에서 보이는 ‘눈’과 겉모습 안에 숨겨진 진짜 눈의 속성을 하나의 세트로 묶어 놓았습니다. 모두 16가지의 눈을 작품에 담았는데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보다 보면 ‘눈’이라는 우주에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책 표지 그림 역시 내용 안에 나오는 ‘눈’ 중에 하나인데요.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체가 독창적인 상상력과 만나 탄생한 작품으로, 2013년 라가치 픽션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책의 깊이를 이해하려면 어른에게 적합한 책이나 아이들도 충분히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나의 눈을 잘 들여다보세요. 어떤 세상이 보이는지. 그 세상 중 몇 개가 이 책과 겹치기도 나만의 또 다른 눈 속 세상을 발견하기도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