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가 망할 줄 알았어
개업 후 연중무휴로 영업하다가 주변 만류로 하루의 정기 휴무일을 정했다. 그러나 그 하루도 너무나 빠듯하게 흘러가서 정작 늘어지게 잠을 자고 친구들과 마음껏 노는 그런 휴무는 될 수가 없었다. ‘나도 놀고 싶다 격하게 놀고 싶다’ 외치다가도 출근을 하지 않으면 그날 수입은 0원이라는 현실이 기다리는 1인 사업장의 사장은 시동을 켜고 매장으로 달릴 뿐이었다.
제주는 매 계절 아름답다. 달마다 계절마다 갖가지 꽃과 식물들이 춤을 추고, 매일 다른 하늘과 구름이 내 인생의 감성 필터를 갈아 끼운다. 살갗에 닿는 온도와 습도가 오롯이 내가 좋아하는 무드로 느껴질 때마다 오름과 바다, 때론 사람 북적거리는 제주시내로 달리고 싶었다.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고, 안된다 싶으면 꾸역꾸역 되게 만드는 게 사람 심리 아닌가. 나는 영업에 도가 틀 때쯤 마음 맞는 모닝 데이트 파트너를 찾았다. 자영업 동지이자 절친 미스홍! 가까이 있는 다람쥐포차 사장님을 꼬드겼다.
“언니! 수국은 이때가 지나면 못 보는 거 알잖아요. 올해는 유독 날씨가 더워서 수국이 금방 시들거나 꽃잎이 타버릴 것 같아ㅠㅠ”, “어머 제주벚꽃성지가 차로 10분 남짓 거리인데 내일 아침 콜?”, “엄청 괜찮은 곳 발견했는데 아침 일찍 오픈한대요!”
한때의 우리는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주 4일 이상 이른 아침에 만나서 놀았다. 봄에는 벚꽃을 찾아 이 동네 저 동네 드라이브를 했고, 초여름엔 근처 수국 명소에서 돗자리를 피고 모닝 피크닉을 즐겼다. 서로의 인생사진과 동영상을 쉴 새 없이 찍어서 아이폰 에어드롭 기능으로 후다닥 주고받은 후 오픈시간에 딱 맞춰 출근했다.
제주바이브에서 그리 멀지 않은 브런치 가게, 일찍 오픈하는 동네 카페는 다 가봤고 일명 제주동부 벚꽃명소 도장 깨기도 끝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의 모닝 데이트 스킬은 발전하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피곤하다는 말이 있지만 예쁜 원피스를 입고, 풀메이크업을 하고, 귀여운 소품을 활용하는 꽃놀이 출사가 크나큰 일상 활력소가 되어준다. 한마디로 제주도민의 관광객 모드 ON!
아, 소품샵 사장이 되고 싶은 꿈나무들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SNS 홍보에서 중요한 것은 시의성 있는 정보, 손님과의 진심 어린 소통, 예쁜 사진과 영상이다. 매장에서 손님만 오매불망 기다리지 말고 가끔은 관광객의 시선으로 제주를 보고 체험하는 경험이 필수다. 그리고 귀찮아도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기록해 두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반복해서 찍다 보면 어떤 구도가 좋은지, 어떤 컷을 남겨두어야 쓸 만 한지, 어떤 글에 어떤 사진을 함께 업로드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지가 눈에 보인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고 말한다. 근데 막상 일상이 되면 여행처럼 살기란 쉽지 않다. 계절이 몇 번 반복되면 감탄사가 줄어든다. 여행에서 일상이 되고 난 후는 나의 감성영역까지 영향을 받았다. 때론 한없이 무뎌지고 감흥을 잃었으며, 인스타그램에 썼던 손발 오글오글 말랑말랑한 글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써지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휴식 시간을 확보하고 휴무일이 아니어도 짬을 내어 나만의 유희를 찾아 떠나야 한다. 그것마저 힘들다면 시간과 공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취미라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혼자서도 잘해요! 괜찮아요!”를 외칠 수 있는 1인 사업장의 사장으로 버틸 수 있다.
한 줄 요약.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
-
계절마다 아름다운 제주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