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던 발걸음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최대한 느리게
발을 내딛고
어느때보다 좁게
보폭을 좁힌다.
정해진 목적지는 없지만,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쉬움이 목젖까지 차올라
손으로 쓸어 담으려 해도
다를것 없음이
한구석을 후벼 판다.
노란 분홍빛 얇은
꽃잎은 저무는 노을에도
언제나 그렇듯 색을 내어내고,
비에 젖은 꽃잎은
고개 숙여 쉬어 가며
훗날 비에 젖은 그날이
좋은 밑거름이 될것을 알기에
묵묵히 견디며 받아 낸다.
그에 비하면
단 하나를 잃었을 뿐이데
어찌 이리도 흔들리는 것을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지금껏 고개 숙이며 색을 내어낸
단 하나가 빠르게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갈피를 못잡는 나는
단 하나가 전부 너였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