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by 늘 하늘

까무룩 소리 없이 잠든다.

까마득한 긴 시간에 기대어

아주 천천히 나를 지운다.


구태여 설명하고 싶지 않아

내면 깊숙한 곳을 찾아

몸을 웅크려 나를 없앤다.


거친 손으로 헤집으며 다가오는

어둠에 닿지 않으려고

온몸을 숨기고 깊숙이 파고들었는데,

내 몸을,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담담한 손길이 몸을 감싸 안는다.


잔뜩 웅크린 몸을 피어가며

자리를 잡아가고,

손길을 느끼며 상처를 곱씹는다.


아.

내가 받은 줄 알았던 상처는

내가 주었던 상처였구나.

나를 감싸 안은 손길에게

던졌던 잔인한 칼날이었구나.

나를 향해 다가오던 어둠이

너를 상처 입히던 내 선택이었구나.


담담히 감싸 안은 손길을 마주하니

주체 못 할 눈물을 쏟아낸다.

그것마저 너는 어루만져 준다.

그럼에도 나를 일으켜 준다.


나조차 부정하던 내 존재를

상처받은 네가 인정한다.

그게 네가 사는 길이라며

내 존재를 다시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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