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다

by 늘 하늘

그 날밤에 진실을 알았을 때

달빛이 드리우는 가득 찬 텅 빈 곳을

고개 숙여 돌고 돌았다.


숨이 멎을 듯 가빠 오르고

길을 잃은 두 다리는 지진을 만나듯

후들거렸다.


쭈그려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다가

발끝을 보았다가

긴 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머금었다가

마땅히 어찌할 방도를 몰라

갈대마냥 흔들리고 떨었다.


진실을 마주하게 된 나를

사시나무 떨듯 움츠린 너를

바로보는 두 사람은 도망치고 싶다.


그럼에도 낮게 들리는 작은 숨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털어 내려한다.

눈물에게 도망가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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