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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Oct 13. 2016

‘탄’만 말한 프랑스 사람 탄(Tan)

사람의 두뇌와 언어 능력 (1)

1


프랑스 파리 6구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오르세 미술관과 노트르담 성당이 함께 있다. 이곳 한쪽의 에꼴 드 메드신 거리(Rue de l'Ecole de Médecine, ‘의과 대학 거리’라는 의미)에 유서 깊은 박물관 하나가 서 있다. 1835년에 설립된 ‘뒤퓌트랑 박물관(Musée Dupuytren)’이다. 1828년 세계 최초로 인공 항문을 만들어낸 프랑스의 유명 외과 의사 뒤퓌트랑(Baron Guillaume Dupuytren, 1777~1835)을 기념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뒤퓌트랑 박물관에는 뒤퓌트랑이 남긴 실험 도구, 문헌, 다양한 연구 수집품 등 6000여 점의 해부학 관련 전시물이 소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 박물관의 전시실 한쪽에 매우 특별한 전시물 하나가 있다. 둥근 유리병에 담긴 사람의 뇌다. 


2


뇌 주인은 언어 장애 환자 르부르쥬(Lebourge)였다. 그는 ‘탄(Tan)’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탄’은 그가 입원해 있던 병원의 근무자들이 지어 주었는데, 언어 장애를 겪고 있던 르부르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 ‘탄’이었던 데서 비롯된 이름이었다. 탄은 1861년에 세상을 떠났다. 


탄의 언어 장애는 원래 뇌에 생긴 물혹 때문이었다고 한다. 탄을 담당한 주치의는 폴 브로카(Paul Broca, 1824~1880)라는 이름의 외과의사였다. 탄이 죽자 브로카는 그의 언어 장애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더 확실하게 알고 싶었다.  


3


탄이 죽은 그해, 브로카는 날카로운 메스로 탄의 두개골을 절개해 두개골 안쪽을 유심히 살폈다. 탄의 좌뇌, 구체적으로 뇌 좌반구의 앞쪽 아래에서 뒤쪽을 타고 올라가는 깊은 주름 부위의 앞쪽이 무르고 기형적인 모습을 띤 채 손상되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일반적으로 ‘실비안 열구(sylvian fissure)’로 불리는 부위였다.


이후 브로카는 언어 능력과 언어 장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사람의 조음 능력(調音能力), 곧 말소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뇌의 좌반구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발견한 손상 부위에 ‘브로카의 영역(Broca's area)’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브로카 영역의 손상으로 생기는 실어증을 ‘브로카 실어증(Broca's aphasia)’으로 명명했다.


브로카의 주장은 후속 연구자들의 연구를 통해 점차 확고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탄 이후에 나온 많은 증거들이 공통적으로 실어증 환자들의 좌뇌 부위에 손상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경학자들은 한쪽 뇌를 마비시키는 특정한 주사제를 사용하여 뇌의 기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우뇌가 멈춰진 환자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좌뇌가 멈춰진 환자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4


사람의 뇌는 쭈글쭈글하게 주름이 진 6센티미터 두께의 대뇌피질로 둘러싸여 있다. 대뇌피질의 크기는 생명체의 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생쥐의 대뇌피질 크기는 우표 한 장, 조금 더 똑똑한 원숭이는 엽서 한 장 정도 된다. 인간의 먼 사촌격인 유인원의 뇌는 A4 용지 1장쯤이다. 인간은 A4 용지 4장 크기에 해당한다. 대뇌피질의 모양은 우리 배 속의 창자와 매우 흡사하다. 견과류인 호두 모양을 연상해도 된다.


뇌는 겉이 조금 거무스름하고 속은 희끄무레하다. 우리가 즐겨 먹는 두부와 비슷한 농도를 가진 사람의 뇌는 전체 무게가 1.4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세포 조직으로, 약 1000억 개의 뇌세포가 촘촘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뇌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조직 중 하나다. 그래서 사람 몸에 있는 뼈들 중 가장 단단한 두개골(頭蓋骨)로 둘러싸여 있다.


탄처럼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뇌 부위에 손상을 입는 사람들이 많다. 아주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교통 사고나 뇌졸중과 같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치매에 걸려 하루하루 조금씩 머릿속의 기억을 상실하면서 살아가는 이들, 선천적으로 이상이 있는 뇌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정신 지체 증상을 내보이는 아기들이 있다. 이들이 겪는 장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슷한데, 가장 널리 발견되는 것이 언어 장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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