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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Nov 29. 2016

역사 선생님들 바쁘겠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는 참사다


1

    

교육부가 국정 <한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다. 홈페이지(

http://historytextbook.moe.go.kr/main.html)에 들어가 파일을 열어 보았다.‘무려’ 1년간 ‘복면집필’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역사 선생님들 바쁘게 생겼다.


2    


“대한민국 정부가 구성됨으로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되었다(1948. 8. 15).”    


국정 <한국사> 교과서 250쪽에 있는 한 문장이다. 단언컨대 이번 국정 교과서와 관련하여 가장 거센 논란을 가져올 문장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해당 소절 제목이 ‘대한민국의 수립’이다. ‘수립’국가명(‘대한민국’)의 수식을 받고 있다. ‘건국’을 가리킨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집필자들은 ‘건국’을 쓰지 않고 ‘수립’을 썼다. ‘수립’에 국가를 이룩하여 세운다는 뜻이 있으나 뭔가 어색하다. ‘건국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건국절’을 강조해 표현하고 싶지만 노골적으로 써서는 안 되는 ‘서글픈’ 현실을 이런 교묘한 방식으로 극복하려 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이 문장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다. 아래 삽입한 교과서 250쪽 캡처 사진의 ‘2번’ 자료에 보이는 펼침막 문구가 생생한 증거다. 집필자들 역시 사진 설명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국민 축하식’이라고 온전히 사실에 근거해 썼다.



‘1948년’은 대한민국 ‘건국’이 아니라 ‘정부 수립’ 원년이다. ‘건국’을 기준으로 하면, 1948년은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는 이승만 정부 공보처가 발행한 ‘관보 1호’(아래 사진 참조)를 통해서도 방증된다. 1948년 9월 1일자 관보의 연도 표기를 ‘大韓民國三0年’으로 했다.



제목‧본문과 사진 설명이 상충하는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수립’이라는 말로 ‘건국’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려 했으니 졸렬하고 비겁해 보인다. 어쩌면 혼이 비정상이었는지 모른다.  참사다.


3


나는 국어 교사다. 만약 역사 교사라면 ‘1948년 8월 15일’을 어떻게 가르쳐야 힐지 헤맬 것 같다. 그날은 ‘대한민국 수립일’, 곧 ‘건국절’인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가.


우리 학교 절친 김 모 역사 선생님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실지 궁금하다. 내일 차나 한 잔 마시며 고견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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