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중심 교육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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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불편한 감정이 생겨날 때가 많았다. 특히 이 말을 ‘정답’처럼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때 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말은 내게 과격한 전투 구호처럼 들렸다.
이유가 무엇일까. 학생 중심 교육이 학교 안팎에서 교육 유행어나 유행 교육처럼 쓰일 정도로, 그를 뒷받침하는 저간의 시스템적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한 측면이 크다.
학생 중심 교육은, 지금 각 단위 교육과정 문서를 파고들어가 당당한 주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수업 기술이나 평가를 이야기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현행 국가교육과정(<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서도 (교육과정의) ‘성격’ 두 번째 항목에 “학습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신장하기 위한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이라는 문구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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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학생은 학습 내용을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체화한다. 교실 수업은 학생 개개인의 경험에 터 잡고 있으면서 그와 밀접한 내용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때 교사는 주로 학생에 대한 조력자나 조언자 구실을 담당한다.
어찌 보면 이상적인 교육 풍경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학생 중심 교육에 관한 담론이 종종 교사를 소외시키거나 배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 어떤 경우든 교육의 핵심 주체가 교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미국에서 ‘교사들의 교사’로 평가받는 파커 J. 파머가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어딘가에서 교재(교과서)만 가르치는 교사, 부드러운 교사, 엄격한 교사, 말이 없는 교사, 채찍을 휘두르는 교사, 당근을 즐겨 쓰는 교사 들 모두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떠오른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좋은 교사나 좋은 수업에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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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나라 교육 생태계에 온갖 교육 유행어가 횡행하는 현상이 건강하게 보이지 않는다. 한시절 뜨겁게 유통되는 유행 교육을 받아들여 실천하면 많은 교육 문제가 일거에 해소될 것처럼 바라보고 말하는 일각의 시선도 수긍하기 힘들다.
교육 유행어와 유행 교육을 강조하는 이들의 선의와 본심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교육 문제를 교육 유행어와 유행 교육으로 풀 수 있다고 보는 태도는, 그런 교육 유행어나 유행 교육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구조나 시스템의 문제를 간과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당연한 말이지만, 교육이 한철 유행에 따라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학생 중심 교육이 정답처럼 유행함에 따라 교사 역할의 축소를 정당화하는 듯한 논리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분위기는 자못 문제적이다. 학생 중심 교육의 본질과 철학이 무엇인지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