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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Jul 12. 2021

‘전문적 학습 공동체’ 명칭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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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전학공’이라는 약칭으로 더 자주 불리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최근 3~4년 사이 교사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는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교사상’을 기조로 이루어지는 교사 연구 활동을 대변한다. 교사집단의 폐쇄적인 문화를 개선하고 교사 집단을 향한 사회적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라는 이름이 그다지 개운하지 않다. 왜 ‘학습’일까. ‘전문적인 학습’은 논리적으로 모순적인 표현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학습’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일까. 혹시 전문가 집단인 교사들이 단지 학습이나 공부를 함께 하는 것을 가리키기 위해 ‘학습’ 앞에 ‘전문적’이라는 말을 붙였을까.     


나는 3년여 전쯤 처음으로 전학공의 ‘학습’이라는 말에 딴지(?)를 거는 글을 쓴 뒤로 기회 있을 때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 대신에 ‘전문적 연구 공동체’나 ‘교사 연구 공동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가지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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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공 아이디어는 1975년에 댄 로티 시카고대학교 교수가 쓴 《교직사회》에서 처음 유래하였다고 한다.[정바울 서울교대 교수,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기원을 찾아서”; https://brunch.co.kr/@onlys/34 참조] 정 교수가 참고한 하그리브스와 오코너(2017)에 따르면, 로티는 교직사회에 개인주의, 현재주의, 보수주의라는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가 긴밀하게 결합되어 존재한다고 보고, 이중 개인주의 문화(교사들 동료들로부터 고립된 채 혼자 일하는 특성)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학공을 구안하였다.     


로티의 논리는 이렇다. 교직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인 문화는 개인주의다. 전학공 활동을 통해 개인주의 문화를 협력적인 문화로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교사들이 학교나 정책 차원의 변화나 개선보다 자신들의 학급이나 수업을 잘 하려는 데 치중하려는 성향(보수주의 문화)을 개선할 수 있다.     


로티의 논리를 따라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권장(?)되고 있는 전학공 활동 모습을 평가해 보자.   

   

전학공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교사 동아리나 공부 모임의 표준적인 모습은 수업 공개와 그에 대한 분석과 비평 등이다. 이들 동아리나 모임에서 책을 선정해 읽고 공부하는 행위도 교사들의 본격적인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수업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간주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현재의 전학공 활동이 오히려 교직사회의 보수주의나 현재주의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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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연구’는 상이한 심적 태도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학습하는 교사’와 ‘연구하는 교사’는 각각의 행위를 수행할 때 취하는 관점이나 방식이 다르다.      


학습이 수동적이라면 연구는 능동적인 행위에 가깝다. 학습은 학습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숙련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하지만, 연구는 기존의 것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재구성하거나 의문을 품고 비판적으로 문제제기 하는 행위를 바탕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무엇인가를 ‘학습’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전문가 집단인 교사 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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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얼개를 짜 놓은 교육 관계 법규에서도 교사(교원)는 ‘연구’하는 존재여야지 ‘학습’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1)      


(1) 가. 교원의 교육·연구 활동(「교육기본법」 제12조제3항; 학습자)
     나.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초·중등교육법」 제20조제4항; 교직원의 임무)
     다. 교수·연구에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가진 사람(「초·중등교육법」 제21조제3항; 교원의 자격)
     라. 학교 내 교육·연구활동 보호(「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조제1항제7호; 학교규칙의 기재사항 등)

     

(1-가)는 학습자가 지켜야 할 임무를, (1-나, 다)는 교직원 중 수석교사의 임무를 규정한 조항의 일부다. (1-라)는 학교규칙의 기재사항을 나열한 대목 중 일부다. 교사가 ‘교육’하고 ‘연구’하며 ‘교수’ 활동을 하는 주체로 규정되어 있다.      


교육 관련 법규들을 보면 교사의 ‘연구’ 활동에 대해 기술한 조항만 있다. 교사의 ‘학습’ 활동에 관한 조항은 하나도 없다. 학습 활동은 학생의 몫이다.(2)     


(2) 가.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교육기본법」 제12조제3항; 학습자)
     나.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교육기본법」 제14조제3항; 교원)


‘학습’에 관련된 용어는 예외 없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문맥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3)     


(3) 가. 「교육기본법」: 학습자, 학습윤리, 학습성과, 학습권
     나. 「초·중등교육법」: 학습방법, 학습능력, 교과학습 발달상황, 학습장애를 지닌 특수교육대상자, 학             습 부진아, 정규학습시간
     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학습방법, 가정학습, 교외체험학습, 학습부진아, 체험학습, 학습 지원 프             로그램, 학습능력, 자기주도 학습 능력, 학교 밖 학습경험, 학습능력 평가, 학교 외 학습경험
     라. 「초·중등교육법시행규칙」: 학습활동, 학습과정, 재학생 학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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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인 단순 논리의 위험성이 있더라도 다음과 같이 말해 보자. 교육에 관한 한 ‘전문적’인 공부는 ‘학습’보다 ‘연구’ 활동과 어울린다. 따라서 ‘전문적인 학습’보다 ‘전문적인 연구’가 자연스럽다. 전문가 집단인 교사는 ‘전문적인 연구 공동체’ 활동을 해야 한다.   

  

교육의 전문성은 우리나라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며, 교사 사회는 응당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전학공 활동이 단지 교사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뛰어넘어 질적 비약을 이룰 필요가 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라는 이름을 ‘전문적 연구 공동체’나 ‘교사 연구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 실제 활동의 기조와 방향을 그런 관점에서 깊이 고심해 보는 것이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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