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균 Aug 06. 2016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정치성을 읽을 수 있나

학교가 정치적으로 '중립'이라는 생각에 대하여

1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이 중립적이라고 믿는 교사들이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정치성을 읽어낼 수 있나? 수요와 공급의 경제 원리를 배우는 데 어떤 이념이 관여하는가? 지필평가 문제지의 문항은 정치적으로 무색무취 아닌가? 대체로 그들은 정치를 사갈시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  교과서 안에 김소월의 시를 넣기 위해 교과서 집필자들은 다른 시인의 작품배제해야 한다. 5쪽에 걸쳐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배우는 아이들은 교과서 뒤쪽 구석 책날개문장 10개로 서술되어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지나칠 수 있다. 오지 선다형 지필평가를 받는 '일반' 중학교 아이들과 삶과 사회 현실에 밀착한 논술형 문항을 푸는 '혁신' 중학교 아이들의 시간 이 같을 수 없다.


 2


학교라는 제도가 생긴 이래 그곳이 비정치적이거나 중립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과거에 그랬고 지금 그러하며 앞으로 그럴 것이다. 교사가 유념해야 하는 것은 학교와 교육의 비정치성이나 중립성이 아니다. '정치성'이다. 민주주의 교육에 '편향된' 자세다.


어떤 지식을 가르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실에서 오가는 지식이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 지식과 생각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학교는 지배계층과 특권층과 주류문화의 우월성과 정상성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여기에는 몇몇 핵심적인 이데올로기들이 동원된다.


한 개인의 성취가 노력과 능력과 장점의 결과라는 실력주의가 있다. 노력하기만 하면 하층노동자의 아들도 서울대에 갈 수 있다!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갖는다는 신화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평등하며, 따라서 부잣집 아이가 특혜를 누린다는 생각은 편견으로 치부된다.


개인주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 개인들 사이의 사회 경제적 격차는 능력과 노력의 결과이므로 차별이나 억압이 아니라 차이로 간주된다.


민주시민교육을 하는 교사가 할 일은 뚜렷하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준으로 정립된 확고한 역사관을 지녀야 한다. 교과 지식 생산과 유통과 소비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냉철하게 이해해야 한다. 다양한 시각에 터한 비판적 사고와 관점을 가져야 한다. 소수의견과 대안과 애매모호함에 대해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태도, 문제 발생 시 허술한 제도와 시스템과 교묘한 헤게모니의 책임을 감추게 하는 개인 환원주의를 경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3


학교는 늘 정치를 논하고 가치를 다룬다. 교사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에 따라 아이들은 민주시민이 되거나 정치적 무뇌아가 된다.


한 치 착오도 없이 단원 진도를 빼는 것으로 교사 역할을 다했다고 믿을 수 있다. 시험 걱정하는 아이들을 위해 능수능란하게 문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학교교육이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기 위해 행정의 달인이 되는 것에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들로 교사의 (책무가 아니라) 책임을 다했다고 말해서는 곤란하다. 지옥의 문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가득 차 있다. 영국 속담이라고 한다.


4


학교는 '정치적'인 공간이다. 교육은 '정치' 그 자체다.

작가의 이전글 “1그램의 경험이 1톤의 이론보다 낫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