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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Aug 31. 2018

가을 햇살

엄마, 사랑해

#1.

아침. 날씨가 맑다. 며칠 자주 폭우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좋다. 바람도 제법 선선하게 불어온다.


오전 11시. 전셋집을 보여주고 입주 사무실에 키를 반납하고서 사무실을 향하여 계단을 내려오다 계단 중간에 놓여 있는 작은 소쿠리를 본다.


소쿠리. 회색빛 고층 아파트와 소쿠리가 대비되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속에는 빨간 고추가 제법 탐스럽게 들어있다. 누군가 잠시의 햇살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누굴까? 요즘 젊음 새댁은 아닐 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불쑥 내 고향 경주에 계시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 진다.


어머니가 나타나서 한마디 할 것 같다. “야야, 햇살이 고추 말리기에 좋다 아이가. 바람도 이리 살랑살랑 불어주고 ㅎㅎㅎ 니는 별일 없제~”


전화라도 한통 드려야겠다.


#2.

저녁. 날씨가 끄물끄물 비가 다시 올 것 같다. 집으로 가다 마트에 들러 아들 줄 우유를 사다 전화를 받는다. 어머니다.


“예 엄마. 어디 아픈 데는 없지요?” “그래 나는 아무치 않다. 근데 거는 날씨가 어떻노. 오늘 아침에 뉴스 보니, 니 사는데 비가 엄청 온다카던데 걱정스러버가 전화 안 했나. 개 안나?” “그럼 엄마. 여긴 지대가 높은 데고 아파트라 아무렇지도 않아요 ㅎㅎㅎ” 너무 크게 웃는 게 조금 어색하다.


“그럼 됐다. 쉬라.” 하고 이내 전화를 끊으신다.


아침에 전화하려다 나는 잊었지만 내 어머니는 잊지 않고 내 퇴근시간을 기다려 전화를 하신 것이리라.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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