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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Sep 01. 2018

음식과 사랑

장모님 잘 먹었습니다

새벽 4시. TV가 켜졌다. 침대 위에 리모컨이 있었던 모양인데 잘못 눌러진 모양. 밤이어서 소리가 크게 들려 잠이 깨고 만 것이다.


급히 리모컨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지니야~ TV 꺼죠” 띡. 꺼졌다. 기술들어간 것이다. 기술의 편리함을 새벽에 실감한다. 여하튼 잠이 깨고 말았다. 일어나 어제 일을 생각한다.


어제 아침. 장모님께서 국 끓여 놓았으니 가져가라 했는데 피곤하여 집으로 바로 오고 말았던 것. 흠흠.


어젯밤. 문자가 왔었다. “우리사위내일아침반찬걱정안해도돼는데답좀주세요” 띄어쓰기가 없다. 전략인가? 와서 안 가져가면 숨 막히게 하겠다는. 그래도 힘겹게 이겨내고 문자를 했었다. “내일 갈게요”


다시 생각한다. 나도 열심히 요리했는데 먹어 주질 않으면 짜증이 나던데, 먹어주는 게 오히려 감사하던데. 막 깬 아내에게 말한다. “장모님께 가서 국 좀 가져올게. 힘들게 했는데 가져가지 않으면 실망하실 거야”


새벽 공기를 가르고 처남집에 도착하자 미리 준비하신 듯 닭개장과 고추, 된장 그리고 반찬을 바리바리 싸 주신다. 새벽에라도 안 왔으면 어쩔.


아침 식탁. 가족 모두 닭개장을 먹는 것을 보며 생각한다. 사랑, 주어서 기쁘고 받아서 행복하듯. 음식, 주어서 기쁘고 먹어서 행복하다.


<장모님, 자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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