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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Sep 12. 2018

확신의 힘

나는 날 수 있다

인근 부동산에서 위임장 양식이 있냐고 물어왔다. 팩스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와서 가져가겠다고 했다. 들어서며 말했다. “입구 바닥에 이게 뭐예요? 좀 보기 싫은데… 어, 밑으로 먹어 들어가 버렸네. 갈아야겠는데….”


안 그래도 몇 주째 신경 쓰이던 부분이었다. 출입구 매트를 사다가 며칠을 놓아둔 바닥에 이물질이 물들어 바닥을 더럽혔던 것. 퐁퐁으로 닦고 심지어 락스를 동원해도 지워지지 않아 못내 찜찜했던 것이다.


내친김이다. 상가 관리실을 찾았다. 사진을 보여주며 해당 부분을 교체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물론 비용은 지불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관리실을 들어서던 나이 드신 관리실 직원. 얼굴에서 백전노장의 포스가 느껴진다. “제가 가서 한번 볼게요.”


두 시간이 지났지만 오질 않았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다시 관리실을 향하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시는 아까 그분을 보았다. “아저씨” 아니지. 좀 더 크게 “아. 자. 씨” 돌아보던 그분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온다.


“이거 일종의 기름이 묻은 겁니다. 닦으면 딱여집니다.”

“해 봤는데 안 되던데요”

“빨랫비누를 묻혀 철 수세미로 닦아 보세요”

“해 봤는데요”

“퐁퐁 같은 거 말고 빨랫비누로. 빨랫비누는 양잿물 성질이 있어서 훨씬 나을 겁니다. 그리고 빡빡. 힘 있게 닦아보세요. 분명히 딱입니다. 안 딱이면 내가 책임지고 닦아 드릴 테니까 한번 해보세요. 빡빡. 알았지요”


그분은 총총히 나가셨다. 밑져야 본전. 우선 퐁퐁으로 닦아 보았다. 빡빡. 어라. 조금씩 딱이는 것이 아닌가. 안된다고 지레 생각하고 닦았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분명히 된다고. 책임진다고. 확신의 말을 듣고 닦으니 되는 것이 아닌가.


새가 나는 이유가 날 수 있다고 믿으니까 나는 것이란 허무맹랑한 얘기를 어느 철학자로부터 읽었던 기억이 났다.


<나는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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