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문 Dec 05. 2018

자꾸 생각이 바뀝니다

2천 시팔년 잘 가

지인의 개업식에서 나의 물음에 대해 흔들리는 눈빛만큼이나 흔들리는 목소리로 “생각이 자꾸 바뀝니다”를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이 지나온 쉽지 않은 세월을 알 것도 같았다. 나는 올해 이보다 더 솔직한 고백을 떠올리지 못한다.


얘기는 이랬다. 한분은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중령으로 막 예편을 하셨고, 한분은 아들이 육사를 막 입학했다고 했다. 


육사에서 재학생의 연애사까지 감시한다고 들었는데 지나친 개인 인권침해가 아닐까 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 얘기를 꺼냈고, 육사에서는 술 담배 여자를 금기로 한다는 것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던 중 육사를 나온 그분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 그것이었다.


자꾸 생각이 바뀝니다. 얼마나 솔직한 대답인가. 


금지한다. 안 한다. 감시한다. 안 한다. 욕망 정도는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아니다. 욕망을 억제하면 더 크게 터진다.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 어디 한둘이랴.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가 옛날의 나를 바라볼 때 가지게 되는 어떤 태도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상태로 과거를 재구성하는 오류가 그것이다. “우리 땐 안 그랬는데…”라고 하는 그런 것.


과거는 대개 창피하고 부끄러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사실 그대로 솔직히 인정하고 돌아보는 정직한 태도 만이 언제나 위대하고 아름답다.


과거는 잊을 대상이 아니라 기억하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일이다. 세모에 뒤돌아 걸어온 발자국을 생각해 본다.


 <2천 시팔년 잘 가>


매거진의 이전글 상대성과 정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