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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Apr 18. 2020

강남스타일 2

부동산으로서 강남

출근길. 뜬금없이 아내가 말했다. “런닝맨의 왕코 알지? 왕코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


모른척한다. 시간이 흐른다. 그래도 모른 척. 참다못한 아내 왈. “말 좀 해라 인간아~~~” 컬투쇼의 레전드 사연 중의 ‘말없는 남편’ 편을 같이 보았기에 “말 좀 해라 인간아”라는 말에 대해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웃음이 빵 터진다.


무릇 서로 통하는 문장이나 장면이 있으면 대화와 관계에 많은 도움이 된다. 제일 재밌는 얘기는 어제 하던 얘기 이어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랜만에 만나면 오히려 할 말이 별로 없는 거지.


암튼. 흠… 그렇다면 말을 좀 하지 뭐. 내 얘기가 이어진다.


왕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성인들이면 오히려 부동산에 관심 없는 사람 찾기 어려울 것이다. 거의 대부분 대다수의 관심사가 부동산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멀리서 환청처럼 들려오는 노래. 그렇다.. 빰빰 빠 빠바 빠바 밤. 별 빛이 흐르는~~~ 나. 의. 아. 파. 트.


한 세대 전까지 주택은 주거로써의 기능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간혹 있다. 정신 차리시길 바라며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아마도 그들은 현재의 높은 집값을 이해할 수 없고, 올라가는 집값이 미친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주택은 주거 이상의 기능을 한다. 재테크의 근간이 된 것이다. 이제 주택의 선택 기준은 “물 좋고 공기 좋고” 가 아니다. “편리 편리 편리함”이다. 다시 말하면 “교통 교통 교통”일 것이고 더 쉽게 말하면 “역 역 역 역세권”이다. 여전히 “공기 물” 따지는 분, 패스다. 백약이 무효. 왜냐면 기호식품은 논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만 그럴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그런데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특수한 현상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강남을 애증의 대상으로 여긴다. 미워하지만 입성하고 싶어 하며 실제 입성을 계획하는 것.


맨해튼. 런던, 파리. 이런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 중의 하나.


나름 생각을 해 본 나의 결론이다. 근거는 없다. 과학적 통계적 뭐 그런 거 없고 그냥 촉. 감. 이런 것. 그래도 확신한다. 믿으라. 그러면 부동산이 당신을 구원할지도 모른다. 원래 종교란 그런 것 아니겠는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할 것이니까.


결론이다.

1. 언급한 대도시는 수 백 년 전에 형성되었고 고착화되었으며 확실한 빈부차로 넘사벽이기 때문. 보통사람들은 아예 꿈꾸지 않는 것이다. 아버지에게서도 할아버지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했고 주변에서도 여기에 집을 사서 입성해 보겠다는 사람, 거. 의. 없을 것이기 때문.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꿈꾸기 어렵다.


2. 그런데 대한민국의 강남은 다르다. 먼 달나라 얘기가 아니다. 현재도 벌어지는 진. 행. 형. 강남이 뽕밭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생생히 안다. 직접 보지 못했어도 할아버지, 아버지, 친구, 후배를 통해서라도 알고 있고 그리고 기억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 집단기억으로 말이다.


3. 질투하고 시기하며 미워하지만 그 미움의 대상이 되고 싶다. 강남, 내 욕망이 꿈틀댄다.


4. 나도 어쩌면 저 강남에 집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긴 얘기 들은 아내가 말했다. “말 좀 그만해라 인간아”

<오빤 강남스타일, 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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