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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Nov 07. 2016

추억은 힘이 세다

결혼을 축하합니다!!!

11월 6일. 일요일 오전 11시 15분. 대구 엘디스리젠트호텔. 7층에 내렸다. 사람이 북적인다. 저 멀리 그가 보인다. 봉투를 하나 빼서 축의금을 넣었다. 금액이 적다. 맘이 좋지 않다. 축의봉투 한쪽에 덕담을 더했다.


[결혼을 축하하며. 비난은 감정이고 이해는 의지 이듯이 결혼은 삶을 완성하려는 의지의 표현. 이해하고 표현하며 실천하는 사랑 이어야 하느니! 또한 받을 걸 기대하지 않고 줄 수 있는 존재를 새로 만들어 하느님의 사랑을 이어가야 하느니! 결혼은 삶이고 앎이며 믿음일 것입니다.]


맘이 좀 낫다. 봉투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신부 아버지로 손님을 맞고 있는 그에게 다가간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가 커진다. 차렷 자세를 하고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그도 바로 예를 갖추고 힘차게 거수경례로 인사를 받는다. 충성!


우주에서 수십억 광년 거리의 두 행성이 추억이라는 웜홀을 통해 일순 조우한다. 25년 전의 시간이 현재에 존재한 듯 가슴 뜨거운 시간. 옆에 있던 그의 아내는 눈물이 살짝 맺힌다. “이중위님, 어떻게…. 그때 고생 많이 하셨는데….”하며 단박에 나를 알아보았다. 행복물질이 온몸에서 펑펑 솟는다. 어젯밤 문경에서의 과음과 피로가 싹 가신다.


1991년 강원도 홍천에서 중대장으로 모신 선배를 이렇게 찾아뵈었다.


3 소대장, 열심히 잘 살고 있다고 신고합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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